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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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산문집 / 이어령 / 열림원

어린 나와 어머니,

내 문학의 깊은 우물물이 되었던 그 기억들에 대하여

지난 2월 26일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신 이어령 선생님의 가장 사적인 고백이 담긴 산문집 <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가 새롭게 출간이 되었습니다.

누구나에게나 돌아가신 어머니는 눈물이고,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 것이 예상이 가지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책에서는 총 4장으로 나누어 1부.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2부. 이마 짚는 손, 3부. 겨울에 읽어버린 것들, 4부. 나의 문학적 자서전으로 , 이어령 문학의 우물물이 되어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그 기억들의 배경이 되는 여섯 가지의 키워드와 이어령의 고향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키니에), 귤, 바다 ...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속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전통적인 한국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더 강하고 애틋하고 가슴아프고 그리운 그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도 찡긋 했네요.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다.

이어령의 어머니는 아들이 잠들기 전 늘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 주셨다고 합니다. 어느 책들은 소리 내어 읽어주셨다고도 하는데, 특히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그럴때는 어머니는 소설책을 읽어주셨다고 합니다.

알싸한 한약 냄새와 아울러 엄마가 조곤조곤 들려주시던 < 암굴왕>, < 무쇠탈>, < 장발장> 등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 이어령을 문학사에 길이 남을 이 시대의 지성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떤 달콤한 과자보다도 금계랍 맛은 지금도

어머니의 추억으로 내 입안에 남아 있다.

금계랍에 얽힌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바로 저와 어머니의 추억이 떠올랐기때문이죠. 이어령은 아들로 막내였다고 합니다. 늦게까지 어먼의 젖을 끊지 못하자 어머니는 젖에 금계랍(키니에)를 바르셨다고 하는데.. 저도 엄마가 똑같이 그렇게 했거든요. 제가 울집 막내로 고명딸인지라 엄마의 젖도 일찍 메말라 젖을 뗄려고 키니에를 발랐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먹었다고 합니다. 빨간약을 바르고 엄마 아야~~해서 안된다고 하면 걸레를 가지고 와서 싹!~~ 닦고 먹었다고 하죠.

그 둥근 과일은 사랑의 태양이었고, 그리움의 달이었다.

귤에 얽힌 이야기를 읽을 때는 눈물을 쏟아서 더이상 책을 읽지 못하고 잠시 덮었습니다.

귤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줄이야. 그리고 너무나 이른 나이 11살에 어린 이어령은 어머니를 잃었었군요.

그 옛날 수술을 받기 위해서 어머니는 서울로 가셨는데, 병문안 온 손님들이 가져온 귀한 귤,

어머니는 그 귀한 귤을 보자 어린 아이들이 생각이 나셨을 테고, 귤을 머리맡에 놓고 보시다가 끝내 잡숫지 않으시고 이어령에게 보내주셨죠. 그 노란 귤과 거의 함께 어머니는 하얀 상자 속의 유골로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어찌 그 귤을 먹을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결국 그 귤은 어머니도 이어령도 누구도 먹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서울로 수술하러 떠나시던 마지막 날 어머니가 다리를 주물러 달라는 부탁을 하셨는데 .. 11살의 어린 소년은 엄마의 병을 몰랐고 그것이 마지막이 될지 몰랐기때문에 숙제 핑계를 대면서 제대로 다리를 주물러 드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평생 한으로 남았을 것 같으네요.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그 은혜는 바다 같다.

어린 소년 이어령은 한번도 바다를 보지 못했을 때부터 어머니는 그에게 바로 하나의 바다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글로써 읽는데 아!~~ 하고 느껴집니다. 넓고 깊은 바다, 엄마의 마음과 품 같이 다가옵니다.

여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풀어낸 어머니의 이야기와 이어령의 고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어령의 문학이 어떠한 과정으로 완성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전체 페이지수에 비하면은 짧은 글에 해당이 되는 1부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는 가슴 깊이 와 박혔는데요. 너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소년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어머니를 향한 그림이 책 읽는 내 가슴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주며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나의 가슴속에 어머니는 눈물로 시작되는 단어인 것 같은데 어머리를 향한 이어령 선생님의 진심이 책 속 가득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 그러나 늘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어머니, 살아있는 어떤 사람보다도

가깝게 계신 어머니, 기쁠 때 제일 먼저 달려가

자랑하는 어머니, 슬플 때 고통스러울 때 아직도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어머니 - 그러나 언제나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 딱딱한 흙의 저편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어머니 - 이 '현존하는 거대한 부재'

그 바다가 바로 나에게 있어서의 어머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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