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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든 앨리 - 골목이 품고 있는 이야기
전성호 외 지음 / 바림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포비든 앨리
인문교양 / 전성호, 이성규, 장성탁, 김경민, 이고운 / 바림
골목에는 어떤 숨겨진 역사가 있을까?
부산, 서울, 대전, 청주, 대구, 경주, 제주, 광주, 목포의 숨겨진 작은 골목
그곳에 기대어 사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책 표지 문구 인용 -
어릴적에 친구들과 골목을 누비며 뛰어놀던 추억이 있는데 요즘은 통 골목에서 아이들 웃음소리, 노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참 슬픈 현실인것도 같구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포비든 앨리? 무슨 내용이지? 꼭 소설책 제목 같기도 한 이 책은 골목에 숨겨진 역사를 알려주는 인문교양책입니다.
포비든 : 노출되지 않는, 은밀한.. 앨리Alley : 차가 다니지 않는 좁은 길, 골목...을 뜻하는 포비든 앨리였군요.
< 포비든 앨리 >는 세계 각국의 골목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부산 MBC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48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사진작가들이 화자로 등장해 카메라 렌즈에 비친 골목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2019년부터 매년 시즌제로 제작되어 그간 3년간의 골목 이야기를 이번에 책으로 담은 것이 바로 이 책 < 포비든 앨리 >입니다.
골목은 그 도시가 생겨날 때부터 존재 했던, 말하자면
그 도시의 기원이자 정체성이고 맨얼굴이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골목은 쇠퇴해 가지만,
그 도시의 이야기를 마치 전설처럼 담고 있다.
- P 14
이번엔 외국의 어느 골목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산, 서울, 대전, 청주, 대구, 경주, 제주, 광주, 목포의 숨겨진 작은 골목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데 부산에 산다고 해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니 이방인들에게는 더 낯설고 꼭꼭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듯 합니다.
영도의 깡깡이마을은 이전에 책을 통해서 또 방송을 통해서 '깡깡이' 라는 마을 이름이 지어진 배경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다시 한번 듣는 깡깡이마을의 이야기에 또 한번 감탄하고 대한민국의 억척스러운 아주머니의 생활력에 박수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깡깡이라는 이름은 배에 붙은 녹이나 오래된 페인트를 떨어뜨리는 망치질 소리가 '깡깡' 들린다는 데서 출발을 했는데 거대한 배에 메달로 하루종일 망치질을 했던 누구보다 억척스럽고 강인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요. 고되고 벅찬 세월을 온 몸으로 통과하며 생을 일구어 온 강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있었네요.
억척 할매들의 삶이 고스란히 스민 곳 -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에 얽힌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였고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역사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조신시대부터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고 머물렀던 이곳,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일본인 공동묘지가 조성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난리 통에 제대로 된 건축 자재를 구할 수가 없었던 사람들은 공동묘지 위에 그대로 집을 지었고, 무덤에 쓰였던 비석이나 상석 같은 것들을 집 짓는데 자재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담벼락에 비석이나 상석이 떡하니 있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그야말로 죽은 자와 산 자의 기막힌 동거인 셈인데... 비석마을 사람들은 죽은 사람 위에 산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터를 내준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매년 음력 7월 15일에 인근 절에서 일본인 위령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그외에도 부산에 가수 아이유가 <밤 편지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곳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던 일제의 잔재인 적산가옥'수정'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2층 목조건물도 놀라웠습니다.
1943년에 건립된 건물인데 지금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으니 이곳은 꼭 한번 다녀와보고 싶으네요.
부산에 살면서도 몰라서 못 들어가본 골목들, 바빠서 안 들어가는 그런 골목을 책을 통해서 골목에 얽힌 이야기와 사진으로 보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슬픈 역사와 삶의 고단함이 녹아 있는 골목들이 많아서 더 전설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더 우리나라를 잘 알게 되었는 것 같아서 즐거운 독서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