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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목신의 오후
시 / 스테판 말라르메 / 문예출판사
앙리 마티스가 직접 선별하고 편집한 말라르메의 시 국내 최초 번역 출간
마티스의 에칭화 29점 + 말라르메의 시 64편 수록
- 책 표지 문구 인용 -
책좋사로써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는 많이 들어는 보았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시를 평소에 즐기지 않다가 보니 국내시라면 모를까 외국시, 그것도 19세기 프랑스 시를 읽어보았을리는 만무하죠.
그런데 이번에 20세기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가 직접 편집하고 삽화를 제작한 < 목신의 오후 : 앙리 마티스 에디션 >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이 되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그 유명한 목신의 오후를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 < 목신의 오후 : 앙리 마티스 에디션 >은 앙리 마티스가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직접 선별하고 자신의 에칭화를 넣어 편집한 것으로 1932년 알베르 스키라가 145부 한정 출간한 원전을 완벽히 재현한 판본을 제본으로 삼아 마티스의 편집 의도를 살리고 시와 삽화의 연관성을 고려해 가급적 원본 그대로 편집을 했다고 합니다.
책을 받아보니 양장으로 아주 튼튼하고 너무 고급스럽습니다. 책장을 넘겨보니 시와 삽화의 구성으로 그림도 구경하고 시도 읽어 볼 수 있어서 좋은 구성인 것 같습니다. 다만 시가 상당히 길어서 시간과 사고를 원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이 책을 읽기 전에 조금 공부가 필요한 듯 합니다. 처음에 무턱대로 책을 펼쳐서 읽으니 상당히 어렵게 다가옵니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말라르메의 시는 그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다면은 간단하게 말라르메와 앙리 마티스가 누구인지 부터 잠깐 공부를 하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목신의 오후의 시의 탄생 배경부터 조금 알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스테판 말라르메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0세가 된 1862년부터 문예지에 시와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을 했고 같은 해에 런던으로 건너가 1년 간 영문학에 매진한 후에는 일생을 영어교사고 지냈다고 합니다. 이후 포의 작품들을 직접 번역 출간하는 한편, 낭만주의나 고답주의의 영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풍을 구축하는데 몰두하였다고 하네요. 이후 '화요회'를 조직해 당대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20세기 프랑스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앙리 마티스는 법학을 공부하고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가 20세 무렵 맹장염으로 요양하는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진로를 바꾸어 국립미술학교에 진학해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의 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파블로 피카소, 앙드레 드랭 등과 함께 아수파 운동을 주도해 20세기 회화의 위대한 혁명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야수파의 기수인 앙리 마티스가 직접 그린 에칭화 29점을 실었는데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얼핏 그림을 잘 모르는 제가 보기에는 연필로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에칭화이기때문이라고 하네요.
에칭화는 판화의 한 종류로 금속판을 산으로 부식시키는 에칭 방식으로 찍어낸 그림이라고 해요. 그래서 펜이나 연필로 종이에 직접 그리는 것과 같이 선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스테판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 하면은 어김없이 따라서 나오는 말이 드뷔시의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이라는 곡이 따라나옵니다. 이 것은 드뷔시가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에 영감을 받아 음악화한 작품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드뷔시의 곡을 들으면서 읽어보면은 더 좋을 듯 합니다.

책에서는 중간부분에 목신의 오후 - 전원시 라고 마련을 해 두었습니다. 배경을 알지 못하고 시를 읽으면은 도통 미묘하고 모호하고 에로틱하기까지 한데 정확히 무슨 내용이지? 하실지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목신의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목신 Faune 은 로마 신화에서 숲, 사냥, 목축을 맡아보는 신으로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신 가운데 하나입니다. 양떼와 목동들의 수호신이지만 실은 너무 호색한이라서 님프들을 노려 겁탈하는 짓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이 님프들, 그네들을 영원히 전하고 싶구나,
이토록 또렷하게,
그네들은 여리고 발그레한 살빛이, 무성한 잠에 졸고 있는
공지 중에 나붓거린다.
내가 꿈을 사랑했던가?
시는 이렇게 시작을 합니다. 목신이 잠에서 깨어, 그가 두 님프를 겁탈했던 일을 회상하며, 그것이 실재였는지 아니면 꿈이였는지 의심하는 목신의 독백입니다. 목신은 또한 음악의 신이기도 한데 목신이 들고 다니는 피리의 이름은 시링크스라고 하는데 이 시링크스는 목신이 희롱하려던 님프가 강에 뛰어들어 갈대가 되었는데 그 갈대를 꺾어 피리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시링크스라고 하네요.
이런 배경을 알고 시를 읽으면은 꿈과 현실을 왔다갔다하는 이 미묘하고 모호한 기가 좀더 명확하게 와닿을 듯 합니다. 선으로 그려진 상당히 관능적인 그림도 구경하고 스테판 말라르메의 그 유명한 목신의 오후의 시도 읽으면서 당대 프랑스 서정시의 혁명적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