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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이서현 지음 / 마카롱 / 2021년 8월
평점 :

펑 :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소설 / 이서현 / 마카롱
" 평범한 가정에 어느 날 사제폭탄이 배달되고,
무료한 현대인들에게는 즐거운 구경거리가 시작된다."
- 책 표지 문구 인용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H아파트 808호에서 사제 폭탄이 터졌습니다. 교수 아버지와 약사 어미니, K방송국 드라마 단막극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던 드라마 작가 지망생 장녀,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퇴사한 후 스타트업을 시작한 장남, 늦둥이 17살의 막내 여고생이 사는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살 것 같은 가정에 어느날 폭탄이 배달되어 터져버린 것입니다.
공모전 마감을 앞두고 세 달 동안 방에 틀어박혀 드라마를 썼던 장녀(33세) 두아라는 택배상자 두개를 받게 됩니다. 위쪽의 작은 택배 상자에는 쌍둥이 남동생인 두현(33세)의 이름과 ' 파손주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아래쪽 상자에는 이름도 없었고 택배 송장에는 집 주소만 적혀 있을 뿐, 전화번호도 식구들 전화번호가 아닌 모르는 번호가 적혀 있었던 거죠. 급하게 전화가 와서 현관문 사이에 상자를 둔 채 방으로 들어온 사이에 커다른 굉음과 함께 택배가 폭발해 버리는데.....
평범한 아파트에 폭탄이 터지다니! 현장에 도착한 119대원의 폭발물 신고와 함께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분석팀, 과학수사대 등 60여 명과 폭발물 탐지견 다섯 마리는 집을 헤집었으며....유튜버는 현장을 생방송을 하고 익명의 가상공간 속에서는 범인 찾기 놀이가 시작되는데..
이야기는 SBC 시사스페셜 <폭탄을 말하다 >인터뷰와 앞집 아줌마, 행인 목격자, 경비실, 경찰, 유뷰버, 청소부, 택배기사,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등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두아라, 두현, 두승아, 엄마, 아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들이 뉴스에서 이 사건을 접했을 때 당사자가 아니면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그 속사정이 책으로 접하니깐 너무 직접적으로 다가오더라구요. 피해자가 피의자의 느낌으로 조사 받는 일부터 유튜버들의 광기 어린 행동들, 마치 집의 사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떠들어 되는 사람들의 입방정.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삶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상황에서 가족이라지만 서로를 몰랐던 식구들 개개인의 속사정과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는데요. 거기다 인터넷에서는 808호 가족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까지 더해가면서 가족의 갈등과 고통은 커져만 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찾아오는 시련 속에서 원치 않는 자신의 일들이 모두 까발려지는 현실이 너무 갑갑하고 화나고 짜증이 났는데 이런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로 다가왔을 때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해질지 .. 책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그리고 그런 시련속에서 그동안 자기 사는 일에 바빠서 한 집에 살면서도 가족이면서도 서로를 너무 모르고 지냈던 가족들의 모습이 비단 그 집 뿐마 아닐터..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서 서로를 좀더 알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에서도 뭔가 깨닫게 되더라구요.
책을 읽다가 그 집의 큰아들 두현의 이런 대사가 와닿더라구요.
" 다들 그렇게 살아요. 폭탄만 안 터졌을 뿐이지." 라고요. 현대사회에서의 가족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았고 , 가독성이 좋아서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