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라이터
사미르 판디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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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맹인 작가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그리고 그의 조수가 된 청년
그들 삶에 영원히 각인될 위태롭고도 눈부신 날들



​책을 많이 읽은 편인데 인도작가의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2016년 펜 아메리카(Pen America)에서 주관하는 펜/치비텔라 펠로(PEN/Civitella Fellow)에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그가 썼던 단편들과 장편은 주로 인도 출신 미국 이민자의 삶을 그렸다고 하네요,,

이책 [ 블라인드 라이터 ]속의 세 명의 주인공도 모두 인도계 미국인으로 이민 경험의 이야기가 녹아 있네요,,

이 책은 책소개글에 이끌려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노년의 맹인 작가의 그의 아름다운 아내.. 그 속으로 들어간 24살의 젊은 청년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복잡미묘한 감정선이 있을 것 같아서 쫄깃쫄깃 아슬아슬한 그 심리묘사가 읽고 싶었달까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느낀 것은 제가 예상했던 그런 책은 아니였다는 거죠,,

자! 그럼 그들이 함께했던 달콤하면서도 위태로웠던 그 시간속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역사학과 대학원생인 24살의 라케시는 대학원에 설치된 연구소로 어느 저명한 맹인 작가가 책 읽기 조수를 구한다는 메일을 보게 됩니다. 조수가 해야 할 일은 이틀에 한 번씩 신문을 읽어주거나 테이프에 녹음된 내용을 기록하는 것으로 별로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죠. 사실 라케시는 남들 모르는 자신만의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작가가 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죠.

대학 졸업반에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금융 회사에 취직할 기회를 얻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하면서 기회를 놓쳐버린 지금은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윌스트리트의 튼튼한 직장도 어느 하나 가지지 못한채 자신감도 많이 상실한 채입니다.

그런 그가 작가와 아주 가까운 데서 함께 지내다 보면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소망이 이루어 질 것 같은 느낌에 그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저명하다는 작가의 집에 벨을 누르는 순간, 라케시는 문을 열어 준 작가의 아름다운 아내에게 첫눈에 반하고 맙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져버리죠,,, 그녀로 말 할 것 같으면 인도 남자들이 늘 이상형으로 뽑을 만한 이상적인 힌두 여성이랄까요?

육감적인 몸매에 청조하고 아름다운 외모는 순종적이며 헌신적이고 애정이 넘쳐보입니다..

그리고 저명한 맹인 작가는 인도에서 너무나 유명한 아닐 트리베디 였습니다.. 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글로 쓰는 회고록 작가로 독자들에게 알려진 인도의 위대한 맹인 작가를 실제로 곁에서 볼수 있다니 이 또한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라케시는 아닐에게 신문기사를 읽어주고 그 다음엔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농담을 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 미라와는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은 없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라케시의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커져 사랑에 빠져버리죠,, 미라는 처음엔 상상의 연인으로 , 나중에 라케시의 어머니 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는 겪은 일로 현실의 연인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이 부부사이에 있는 미묘한 균열도 알게 되는데요,,

이야기는 세 사람의 감정의 변화와 관계의 변화를 비교적 담담하게 펼쳐놓습니다.. 예상했던 끈쩍거림이나 긴장감, 서로를 향한 강결한 욕심이나 질투 등 이런 감정은 제가 보기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로 변해가는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아닐은 62세의 맹인 작가이고 그의 아름다운 아내는 한번의 이혼경력이 있는 36세의 아름다운 여인,,, 그 사이에 피끓는 24살의 청년이 끼어들게 된 이 상황,,, 게다가 라케시는 작가가 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있는 나름대로 글 재주까지 있는 청년인지라,,, 라케시가 불러온 파장은 ...


 

" 미라 때문에 일을 계속할 수 없네. 그녀를 찾느라 평생이 걸렸지. 그녀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내 20대 초반 시절 글쓰기의 동력이었을 정도야.

그런데 막상 미라를 만나고 나니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겠어.

어떨 땐 참 좋은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어. 이 원고가 내 마지막 노력의 결실이 될 걸세. 이 책을 완성하면 더 이상 안쓰겠네. "  - 159



 

이야기는 24살의 라케시가 화자가 되어 이끌어 가지만 저는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62세의 온전하게 한 생을 살아온 노년의 작가인 아닐에게 더 초점이 맞추어 지면서 그의 감정이 전혀지더라구요,, 시종일관 쿨하고 담담한 것처럼 보였던 아닐의 선택은 좀 충격적이였고 가슴아팠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이민자의 삶이나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들려다 볼수가 있었네요. 출판사 소개글에는 - 눈먼 자에 의해 비로소 눈을 뜨는 아이러니가 이 소설의 백미라 하겠다. -라고 적혀 있는데 아마도 책을 읽어본 독자들은 이 말에 특히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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