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도시
정현재 지음 / 시공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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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단순히 사람이 사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고 머물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 쌓이는 공간이다. 그래서 도시가 바뀐다는 것은 건물이나 도로의 형태만 바뀐다는 뜻이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감각과 생활 방식도 함께 바뀐다는 뜻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시대에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AI로 인해 도시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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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저자는 AI가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도시는 거리의 냄새, 햇빛, 오래된 건물의 질감, 사람들의 움직임이 겹쳐진 삶의 풍경이다. 그러나 AI에게 도시는 데이터와 확률, 패턴으로 분석되는 정보의 집합체에 가깝다. 이 책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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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술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불편을 줄여준다. 교통이 빨라지고 행정 서비스는 편리해지며 건물은 더 쾌적해진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편리함이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는 우연한 만남이나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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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조정된 스마트한 도시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인간적인 도시는 단순히 불편이 제거된 도시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장소를 만나고 각자의 기준으로만 정리되지 않은 세계를 경험하는 공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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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AI를 막연히 경계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도시 안으로 깊숙이 들어올수록,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더 정확히 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시를 움직이는 알고리즘은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누군가가 설정한 기준 위에서 작동한다. 어떤 이동이 효율적인지, 어떤 공간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누구의 편의가 먼저 고려되는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판단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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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란 AI 시대의 미래 도시인 동시에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감각하고 선택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완벽하게 최적화된 도시가 아니라, 인간이 여전히 자기 감각으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도시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도시가 아닐까. 기술이 공간을 채울수록, 인간다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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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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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노년의 부모님을 부양하고 아픈 엄마의 병간호를 도맡아 하는 내 삶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이가 있는 한편, 왜 자신의 삶을 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도 있다. 당연히 받아들여 온 가족의 형태이기에 가족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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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집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가족을 무조건 회복해야 할 관계로 보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가족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인 <가족 해방>은 가족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온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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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학대, 죄책감, 침묵, 화해의 강요가 어떻게 피해자를 다시 가족 안에 묶어두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결말이나 도덕적 실패로 보지 않고, 더 이상 자신을 해치는 관계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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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니까 이해해야 하고, 가족이니까 용서해야 하며, 가족이니까 끝까지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얼핏 당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 말이 반복될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쉽게 지워진다. 가해자의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는 관계를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죄책감을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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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가족을 감상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가족이 언제나 안전한 장소라는 믿음을 의심한다. 이러한 주장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으니까. 특히 가족 중심의 정서가 강한 사회에서는 가족과의 절연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가족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관계는 회복보다 단절이 더 정직한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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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관계가 한 사람의 삶을 실제로 지탱하는지, 아니면 계속 훼손하는지의 문제다. 지금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족의 형태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피해자에게 끝없는 이해와 용서를 요구하는 대신, 떠날 권리와 살아남을 권리를 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한 사람을 계속 상처 입힌다면, 그 이름에서 벗어나는 일 역시 하나의 회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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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는 저마다의 상황이 있고, 감당해야 하는 관계의 무게가 있다. 그 모든 선택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누군가의 고통을 지우는 말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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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 그곳에 살아 있는 감각과 기억에 대하여
아키코 부시 지음, 박지영 옮김 / 멜라이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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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거실의 큰 창이 남향이라 햇빛이 정말 잘 들어왔고, 그 앞에는 이케아 포엥 의자가 놓여 있었다. 독서를 위한 공간이었기에 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가만히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의자에 앉아 있던 시간이 가장 마음 편했던 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의자는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내 방 한구석으로 밀려났고, 결국 버려졌다. 물건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고여 있던 빛과 감각은 이상하게도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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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거창한 사건보다 집 안의 사물과 장소에 스며든 작고 사적인 감각에 주목한다. 할아버지의 의자, 아들이 만든 책상, 오래된 창문에 남은 스티커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한 시절을 붙잡고 있는 표지가 된다. 우리는 물건을 그저 쓰고 버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물건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을 조용히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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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꼭 선명한 장면을 떠올리는 일만이 아니다. 어느 계절의 빛, 오래 앉아 있던 의자의 감촉, 특정한 공간에서 느꼈던 공기처럼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도 기억으로 남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희미하고 사소한 감각들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그래서 읽다 보면 내가 잊고 지냈던 물건과 장소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버려진 의자, 오래된 책상, 한때 자주 앉던 창가처럼 사라졌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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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작은 이 책은 조용하지만 쉽게 흘려보내기 어려운 여운으로 가득하다. 사물은 낡고 장소는 바뀌며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지만, 어떤 감각은 오래 남는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사물들 안에도 삶의 조각들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기억이란 거창한 사건보다, 한때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던 자리와 그곳에 머물던 시간 속에 더 오래 남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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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 지식 브런치 마스터 에디션 ㅣ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지식 브런치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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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우와! 벽돌책이다. 808쪽이라니 두께부터 압도적이라 과연 완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 보니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이 책은 순서대로 완독하기보다는 언제든 마음이 가는 페이지를 펼쳐 읽기에 좋다. 목차를 훑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러 질문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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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곁에 두고 읽을 단 한 권의 압도적 교양서'라는 목적으로 출간된 이 책은 우리가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질문들을 다룬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일본인들의 체격이 유독 왜소한 이유나 일본에 자판기가 유난히 많은 이유가 특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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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기름진 음식이 발달한 이유, 미국인들이 신발을 신고 침대에 올라가는 이유, 인도 영화는 왜 시도 때도 없이 춤을 추는지 같은 질문도 책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었다. 명품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나 아시아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처럼, 일상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해 역사와 문화, 경제와 지리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방식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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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서라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넓게 연결하는 대중 교양서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 넓음에 있다. 짧은 질문 하나가 한 나라의 문화로 이어지고 익숙한 생활 방식이 역사적 배경과 연결된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풍경이나 습관도 그 뒤에 쌓인 맥락을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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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짧고 빠른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오래 남는 지식은 많지 않다. 이 책은 부담 없이 펼쳐 읽을 수 있으면서도 세상을 이해하는 작은 실마리를 계속 건넨다. 벽돌책이라는 첫인상과 달리 내용은 쉽게 들어오고 재미있게 읽힌다.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가까이에 두고 삶이 허기질 때마다 천천히 꺼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거창한 지식이 아닌, 세상을 조금 더 흥미롭게 바라보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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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위기 - AI 시대, 누가 읽고 쓰는가?
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 김인건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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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부터 꽤 오랜 시간 종이책을 읽지 못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꾸준히 구입하고 가까이에 읽을 책을 쌓아 두었지만 한자리에 앉아 온전히 한 권을 다 읽기가 예전보다 힘들었다. 나에게도 읽기의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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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글을 접하며 산다. 뉴스, 게시물, 댓글, 요약 콘텐츠, AI가 생성한 문장까지 텍스트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디어학자인 저자는 이 현상을 단순히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한탄하지 않는다. 저자는 플랫폼과 AI의 시대에 읽기와 쓰기의 질서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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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읽기의 중심이 문자에서 음성·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진단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종이책을 신봉했던 나조차 이제는 영상이나 팟캐스트와 접촉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책을 직접 읽기보다 누군가가 읽고 정리한 내용을 영상이나 팟캐스트로 접한다. 요약된 지식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장을 따라가며 멈추고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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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사유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행위다. AI의 등장은 이 행위의 필요성을 흐리게 만든다. 인간은 점점 덜 읽고, 기계는 점점 더 많이 읽는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 AI는 분명 필요하다.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고 요약하고 다시 써내는 과정을 보조하며 필요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출력한다. 하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인간이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는다면 편리함은 곧 의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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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AI 시대에 독서량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읽고 누가 해석하며 누가 판단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다소 딱딱하고 인문학적· 철학적 논의가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가 읽고 써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직접 읽는 일은 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문장을 마주하고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을 세우고 타인의 해석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는 힘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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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독서가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읽기의 미래와 인간이 왜 여전히 스스로 읽어야 하는지를 묻게 만든다. 이 질문은 결국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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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서평단을 통해 헤이북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았습니다.”


#읽기의위기 #헤이북스 #AI시대의읽기 #리니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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