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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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노년의 부모님을 부양하고 아픈 엄마의 병간호를 도맡아 하는 내 삶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이가 있는 한편, 왜 자신의 삶을 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도 있다. 당연히 받아들여 온 가족의 형태이기에 가족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궁금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집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가족을 무조건 회복해야 할 관계로 보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가족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인 <가족 해방>은 가족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온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저자는 학대, 죄책감, 침묵, 화해의 강요가 어떻게 피해자를 다시 가족 안에 묶어두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결말이나 도덕적 실패로 보지 않고, 더 이상 자신을 해치는 관계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설명한다.


가족이니까 이해해야 하고, 가족이니까 용서해야 하며, 가족이니까 끝까지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얼핏 당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 말이 반복될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쉽게 지워진다. 가해자의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는 관계를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죄책감을 떠안게 된다. 


이 책에서는 가족을 감상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가족이 언제나 안전한 장소라는 믿음을 의심한다. 이러한 주장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으니까. 특히 가족 중심의 정서가 강한 사회에서는 가족과의 절연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가족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관계는 회복보다 단절이 더 정직한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관계가 한 사람의 삶을 실제로 지탱하는지, 아니면 계속 훼손하는지의 문제다. 지금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족의 형태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피해자에게 끝없는 이해와 용서를 요구하는 대신, 떠날 권리와 살아남을 권리를 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한 사람을 계속 상처 입힌다면, 그 이름에서 벗어나는 일 역시 하나의 회복일 수 있다. 


가족 안에는 저마다의 상황이 있고, 감당해야 하는 관계의 무게가 있다. 그 모든 선택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누군가의 고통을 지우는 말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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