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공약 - 표와 피의 잔혹사
김주석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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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 선거가 이토록 치열했던 적이 있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쏟아지는 각종 네거티브에 정치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진다. 암울했던 지난 정부를 지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오늘, 정부와 발맞춰 함께 일할 제대로 된 일꾼들이 뽑히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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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표와 피가 뒤엉킨 선거의 민낯'은 현실과 맞물려 몰입감을 높여준다.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제주에서 도지사의 과거 5대 공약을 연상시키는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서울에서 제주로 온 형사 오승표는 선거 결과에 따라 30억을 취할 수 있다. 그는 신념과 정의, 욕망 사이에서 참혹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기대를 넘어서는 탄탄한 스토리에 단숨에 읽혔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촘촘하게 얽히면서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영상으로 봐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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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적인 것은 ‘공약’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다. 공약은 원래 미래를 향한 약속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과거의 욕망과 현재의 범죄를 잇는 잔혹한 단서가 된다.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이유가 되는 장면을 보면서, 선거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충돌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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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오승표가 사건을 추적하면서도 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 달려 있는 위치에 놓인다는 설정 역시 이 소설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는 진실을 밝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욕망의 한가운데에 선 사람인가. 그 질문이 마지막까지 독자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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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도시
정현재 지음 / 시공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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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단순히 사람이 사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고 머물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 쌓이는 공간이다. 그래서 도시가 바뀐다는 것은 건물이나 도로의 형태만 바뀐다는 뜻이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감각과 생활 방식도 함께 바뀐다는 뜻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시대에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AI로 인해 도시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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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저자는 AI가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도시는 거리의 냄새, 햇빛, 오래된 건물의 질감, 사람들의 움직임이 겹쳐진 삶의 풍경이다. 그러나 AI에게 도시는 데이터와 확률, 패턴으로 분석되는 정보의 집합체에 가깝다. 이 책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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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술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불편을 줄여준다. 교통이 빨라지고 행정 서비스는 편리해지며 건물은 더 쾌적해진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편리함이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는 우연한 만남이나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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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조정된 스마트한 도시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인간적인 도시는 단순히 불편이 제거된 도시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장소를 만나고 각자의 기준으로만 정리되지 않은 세계를 경험하는 공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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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AI를 막연히 경계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도시 안으로 깊숙이 들어올수록,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더 정확히 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시를 움직이는 알고리즘은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누군가가 설정한 기준 위에서 작동한다. 어떤 이동이 효율적인지, 어떤 공간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누구의 편의가 먼저 고려되는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판단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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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란 AI 시대의 미래 도시인 동시에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감각하고 선택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완벽하게 최적화된 도시가 아니라, 인간이 여전히 자기 감각으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도시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도시가 아닐까. 기술이 공간을 채울수록, 인간다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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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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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노년의 부모님을 부양하고 아픈 엄마의 병간호를 도맡아 하는 내 삶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이가 있는 한편, 왜 자신의 삶을 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도 있다. 당연히 받아들여 온 가족의 형태이기에 가족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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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집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가족을 무조건 회복해야 할 관계로 보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가족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인 <가족 해방>은 가족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온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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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학대, 죄책감, 침묵, 화해의 강요가 어떻게 피해자를 다시 가족 안에 묶어두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결말이나 도덕적 실패로 보지 않고, 더 이상 자신을 해치는 관계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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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니까 이해해야 하고, 가족이니까 용서해야 하며, 가족이니까 끝까지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얼핏 당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 말이 반복될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쉽게 지워진다. 가해자의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는 관계를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죄책감을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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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가족을 감상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가족이 언제나 안전한 장소라는 믿음을 의심한다. 이러한 주장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으니까. 특히 가족 중심의 정서가 강한 사회에서는 가족과의 절연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가족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관계는 회복보다 단절이 더 정직한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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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관계가 한 사람의 삶을 실제로 지탱하는지, 아니면 계속 훼손하는지의 문제다. 지금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족의 형태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피해자에게 끝없는 이해와 용서를 요구하는 대신, 떠날 권리와 살아남을 권리를 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한 사람을 계속 상처 입힌다면, 그 이름에서 벗어나는 일 역시 하나의 회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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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는 저마다의 상황이 있고, 감당해야 하는 관계의 무게가 있다. 그 모든 선택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누군가의 고통을 지우는 말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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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가족해방 #에이먼돌런 #복복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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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 그곳에 살아 있는 감각과 기억에 대하여
아키코 부시 지음, 박지영 옮김 / 멜라이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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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거실의 큰 창이 남향이라 햇빛이 정말 잘 들어왔고, 그 앞에는 이케아 포엥 의자가 놓여 있었다. 독서를 위한 공간이었기에 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가만히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의자에 앉아 있던 시간이 가장 마음 편했던 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의자는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내 방 한구석으로 밀려났고, 결국 버려졌다. 물건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고여 있던 빛과 감각은 이상하게도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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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거창한 사건보다 집 안의 사물과 장소에 스며든 작고 사적인 감각에 주목한다. 할아버지의 의자, 아들이 만든 책상, 오래된 창문에 남은 스티커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한 시절을 붙잡고 있는 표지가 된다. 우리는 물건을 그저 쓰고 버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물건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을 조용히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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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꼭 선명한 장면을 떠올리는 일만이 아니다. 어느 계절의 빛, 오래 앉아 있던 의자의 감촉, 특정한 공간에서 느꼈던 공기처럼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도 기억으로 남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희미하고 사소한 감각들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그래서 읽다 보면 내가 잊고 지냈던 물건과 장소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버려진 의자, 오래된 책상, 한때 자주 앉던 창가처럼 사라졌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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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작은 이 책은 조용하지만 쉽게 흘려보내기 어려운 여운으로 가득하다. 사물은 낡고 장소는 바뀌며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지만, 어떤 감각은 오래 남는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사물들 안에도 삶의 조각들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기억이란 거창한 사건보다, 한때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던 자리와 그곳에 머물던 시간 속에 더 오래 남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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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도서리뷰 #낡고사소한것들의자리 #아키코부시 #에세이추천 #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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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 지식 브런치 마스터 에디션 ㅣ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지식 브런치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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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우와! 벽돌책이다. 808쪽이라니 두께부터 압도적이라 과연 완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 보니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이 책은 순서대로 완독하기보다는 언제든 마음이 가는 페이지를 펼쳐 읽기에 좋다. 목차를 훑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러 질문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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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곁에 두고 읽을 단 한 권의 압도적 교양서'라는 목적으로 출간된 이 책은 우리가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질문들을 다룬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일본인들의 체격이 유독 왜소한 이유나 일본에 자판기가 유난히 많은 이유가 특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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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기름진 음식이 발달한 이유, 미국인들이 신발을 신고 침대에 올라가는 이유, 인도 영화는 왜 시도 때도 없이 춤을 추는지 같은 질문도 책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었다. 명품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나 아시아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처럼, 일상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해 역사와 문화, 경제와 지리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방식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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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서라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넓게 연결하는 대중 교양서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 넓음에 있다. 짧은 질문 하나가 한 나라의 문화로 이어지고 익숙한 생활 방식이 역사적 배경과 연결된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풍경이나 습관도 그 뒤에 쌓인 맥락을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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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짧고 빠른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오래 남는 지식은 많지 않다. 이 책은 부담 없이 펼쳐 읽을 수 있으면서도 세상을 이해하는 작은 실마리를 계속 건넨다. 벽돌책이라는 첫인상과 달리 내용은 쉽게 들어오고 재미있게 읽힌다.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가까이에 두고 삶이 허기질 때마다 천천히 꺼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거창한 지식이 아닌, 세상을 조금 더 흥미롭게 바라보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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