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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4월
평점 :

외롭다면서도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한다. 관계의 피로감에 지쳐 타인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감정을 보호하려 한다. 관계 속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다. 모두 지금의 내 모습이다. 직장 생활을 통해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끼고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걸 새삼 깨달으면서 내가 선택한 삶이다. '손절'이라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현실에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손절이 해방과 치유의 언어가 되는 흐름을 경계하는 저자의 주장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유행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인간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저자의 이야기 중 가장 먼저 공감을 한 건 '무해함'에 대한 부분이다. 무해함을 추구하는 문화, 무해함을 내세우는 마케팅 등 자신의 감정적 항상성을 침범하지 않고 편하고 즐겁게만 하는 무언가에 대한 갈망을 소개한다.
요즘 내가 즐겨 읽고 보는 콘텐츠의 대부분도 무해함이 선택의 제1 순위이다. 가급적 갈등과 시련이 없고 읽는 동안 감정적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는 새에 무해함에 길들여졌다. 책임감의 무게, 상실의 두려움 등으로 인해 현실이 아닌 세계에서라도 무탈한 삶을 바라는 마음에 그럴 것이다.
또한 셀프케어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도 공감할 수 있었다. 스펙 쌓기 위주로 자기 관리를 하던 과거와 달리 자신을 돌보는 것을 강조하는 '자기 관리', 즉 자기 돌봄 문화에 대한 두드러진 현상이 이해된다. 갑자기 가족을 돌보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보니 나를 돌본다는 건 잊고 지내게 된다. 번아웃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제시되는 셀프케어는 나를 위한 선물로 포장되어 외로움의 대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는 타인을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보는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나 역시 이러한 현상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저자가 보여주는 손절사회의 대부분의 현상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 현상이 유독 젊은 여성들에게서 두드러진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관계의 자발적 단절, 무해함을 추구하는 마음, 심리적 프로필에 대한 맹신, AI와 사주팔자 유행 등은 40대인 나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절사회의 등장은 어느 특정 세대에서 나타나기보다는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에게서 보이는 흐름이 아닐까. 결국 문제는 우리가 감당하는 외로움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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