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시스템 - 물·전기·인터넷,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관한 기발한 이야기
댄 놋 지음, 오현주 옮김, 이기진 감수 / 더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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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물·전기·인터넷 등 익숙해져서 당연시 여기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그래픽으로 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물은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모두가 쓰고도 충분한 물은 어디서 오는지, 인터넷이란 실제로 무엇인지, 전기가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가장 특색적인 부분은 그래픽 논픽션이라는 사실이다. 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이라는 주제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생한 그림과 함께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자로만 설명되어 있는 것보다 그림을 통해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물·전기·인터넷 등에 대해 의문점을 갖지 않았다. 어릴 땐 간혹 정전이라도 나면 그 순간 전기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지만 전기가 다시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사용하기 바빴다. 무언가 하나라도 완전히 멈춰버리기 전까지는 시스템의 존재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삶에 스며든 시스템은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풍부한 설명과 함께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시스템이 우리가 하려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생활은 한층 더 편해졌지만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과 같은 문제가 생겨났다. 따라서 시스템을 이해하는 동시에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 순환 시스템을 역사적 과학적 환경적 관점에서 폭넓게 이해하려는 개인의 노력에서 시작하여 발달과 보존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사회적 국가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지속가능한 발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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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쓰다가 - 기후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최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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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렇기에 기후환경, 기후 위기 등의 주제가 나오면 괜스레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환경 전문 기자가 쓴 이 책은 환경과 관련한 여러 사건들의 실제 취재기와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한 여러 사례를 정리해서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은 크지만 그에 비해 실천력은 한참 부족하다. 환경을 위한다는 핑계로 텀블러와 다회용 컵을 이용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려 시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배달 음식에 익숙해지면서 플라스틱 용기는 점점 더 늘고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의 안녕을 걱정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깨워준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환경 덕후로 살아남기 위한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적절한 팁을 건넨다. 일과 일상에서 환경에 대한 균형을 잡는 것부터 사회 곳곳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경제와 환경을 둘러싼 딜레마를 제시하며 에코라이프의 여러 해프닝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보인 저자의 자기모순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은 저자의 에코라이프가 정겹게 느껴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사실 환경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에서 환경친화적 삶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만 비닐로 겹겹이 포장된 채소나 종이 상자와 비닐로 이중 포장된 번들 상품에 익숙해져 있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는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시민의 기본 교양이며 깊게 사고하는 힘을 길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기대감이 우리 사회의 여러 환경 갈등을 풀어내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을 말하려면 뜨거운 마음을 조금 더 차갑게 식혀야 하는 시대이다. 당위성만 내세우기보다 현실적인 대안과 지치지 않고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

p. 91


환경 교육이란 결국 나와 내 주변 환경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주변 생명과 환경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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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지음, 양윤옥 옮김 / 청미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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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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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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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매매를 생업으로 어린 자녀를 둔 미혼모가 연이어 살해당하고 한 식품회사 공장에 세 번째 살인을 암시하는 협박문이 도착한다. 사건은 성매매 여성 연쇄살인사건으로 확대되지만 TV 방송국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피해자들의 배경을 교모하게 숨긴다.


그러던 중 방송국으로 범인이라 주장하는 이의 전화가 걸려오고 죽은 여자들이 성매매를 업으로 하며 어린 자녀를 학대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라고 지시한다. 사건을 취재하던 프리랜서 기자 '기베 미치코'는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처음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다. 그리고 씁쓸함과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이어졌다. 작가는 장르 특성상 현실의 어두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여성의 성 노동 착취와 복지의 사각지대, 이로 인한 아동 방임과 점점 더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까지 비극적인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설의 연쇄 사건의 범인으로 세 사람이 검거된다. 작가는 빈민가 출신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자라온 스에오와 의사 집안의 명문대 출신 엘리트 청년 쓰바사를 대립시킨다. 극명한 성장 배경의 차이에 따라 사건의 범인은 스에오여야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주변인들의 증언이 이어질수록 범인이라는 확신이 사라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함정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개미지옥이 바로 태어난 그곳이다. 태어나 자란 환경이 비극의 시작이라면 이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개인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빈곤과 폭력의 구조적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이 소설에 기막힌 반전이나 충격적인 결말은 없다. 대신 작가는 사건보다 사람이 가진 사연에 집중하게 만들어 '도덕과 정의, 약자에 대한 연민이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범죄 자체로는 분명 죄를 물어야 한다. 누구도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켜켜이 쌓아 올린 인물들의 가슴 아픈 서사는 그들의 행위를 마냥 비난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기에 모든 진실을 알고 난 후 미치코의 선택에 안도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p. 93
가난과 빈곤은 다르다. 가난은 돈이 없는 것뿐이다. 하지만 빈곤이란 인프라가 없는 땅과 같다.


※ 모모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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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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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배신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경제 전문 기자 스벤의 핸드폰에 우연히 문자 하나가 전송된다. '샤샤'라는 발신인이 보낸 이상한 문자는 그의 삶을 바꿔 놓게 된다.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으로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 화가 클라라는 다시 살아가기 위해 죽은 연인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가 보낸 문자는 전혀 다른 사람에게 도착하게 된다. 메시지를 처음 받았을 땐 무시했지만 계속해서 애정과 그리움이 담긴 문자를 받게 되자 매일 기다리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할 수 있을까.


짧은 문자 메시지를 계기로 여자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고 남자는 미지의 발신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 문자 한 통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누군가의 정지된 삶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작가는 로맨스라는 장르를 통해 연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그려낸다.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이별의 순간을 견디는 과정을 보여주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격려와 용기를 전해준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기대감이 자꾸만 생겨났다. 어쩌다 잘못 걸린 전화나 잘못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하니 내게도 이런 우연 같은 만남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본다. 소설 속 메시지처럼 우연이 계속되면 운명이 아닐까. 스벤과 클라라는 언젠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할리우드와 독일이 선택한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라는 문구처럼 마음 한편이 간질거리는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소재로 이토록 기분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봄날에 읽기 좋은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이다.


※ 흐름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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