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기분 - 한문학자가 빚어낸 한 글자 마음사전
최다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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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한자 과목이 있었다. 당시에는 좋으나 싫으나 외워야 했기에 부담이 되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그때 외웠던 한자가 삶에 도움이 되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한자에 기대어 마음을 말해보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다.


오래된 문자를 단서로 삼아 옛날을 탐구하는 저자는 한자의 표정을 빌려 기분을 이야기한다. 매일 채집한 글자들을 열두 가지 테마로 분류해 마음을 풀어낸다. 이 책에 소개된 한자를 하나씩 짚어보며 내 마음의 기분도 들여다본다. 


수많은 글자 중에 유독 한 글자가 눈에 띈다. "稀[희] 성기다" 드물 희로 알고 있던 이 한자에 성기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시인의 모습으로 그려진 한자의 기분을 조심스레 마음에 새긴다. 


한자를 뜻을 전달하는 도구로만 보지 않고 형태를 지닌 감정 그릇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한자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어 더 많은 글자를 알고 싶어졌다. 각자의 기분을 맡길 한자를 고르고 자신의 기분을 말해보는 일은 나를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하루에 한 글자씩 알아가 보자. 자신도 몰랐던 마음이 명료해질 것이다. 한글이라는 고유의 언어 체계 안에서 한자를 함께 배워가는 길은 내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고 내 기분을 더 뚜렷하게 보여줄 것이다. 일상의 감정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던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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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 - 잘못된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마티 마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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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으로 임명된 저자는 의료의 신뢰와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은 저자의 의도가 잘 담긴 책이다.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그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다. 의학이 틀리는 순간이 아니라 틀린 믿음이 각자의 표준이 되는 과정을 파헤친다.


이 책은 평소 접하게 되는 수많은 건강 조언을 돌아보고 전문가가 100%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특히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호르몬 대체요법과 난소암에 대한 잘못된 오류는 뒤통수를 서늘하게 만든다. '열린 마음'으로 과학을 대하라는 저자의 주장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강과 관련한 온갖 정보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를 종종 마주한다. 자신의 지식을 정답이라고 오판하지 말자. 의학을 하나의 완성된 답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고 있는 과정으로 인식하자. 정보 과잉의 시대에 불확실한 건강 상식을 바로잡고 데이터와 근거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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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 - 분열의 시대에 도착한 새 교황, 레오 14세
크리스토퍼 화이트 지음, 방종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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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가장 비밀스러운 선거가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문은 굳게 닫히고, 결과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바티칸 특파원인 저자는 이 폐쇄적인 선거 과정을 비교적 차분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책을 읽는 동안 2025년, 바티칸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던 날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의 재임 기간과 그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지를 돌아본다. 개혁과 포용의 상징으로 언급되던 프란치스코의 죽음 이후, 교회는 그 노선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전통으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당면하게 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교황 선출을 종교적 신비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콘클라베는 엄격한 의식인 동시에 현실적인 선택의 과정이다. 저자는 바티칸 내부의 분위기와 교회가 처한 외부 환경과 함께  교황 선출이 어떤 시대적 요구 속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교회 역시 분열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세상은 점점 더 갈라지고 있다. 정치적 극단화, 사회적 갈등, 서로에 대한 불신은 종교의 영역 밖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교회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레오 14세는 교황 즉위 미사에서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사랑은 감정적이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간의 감정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사회적 혼란으로 얼룩진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 상징적인 인물을 기다린다. 이 책을 읽으며 레오 14세에게 쏠린 기대감을 느끼게 된다. 그의 선택과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책 역시 그 이후를 예측하지 않는다. 다만 분열의 시대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게 된 이유를 조용히 보여준다. 그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지금이야말로사랑할시간 #한겨레출판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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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의 밤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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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자살로 혼자 남겨지게 된 이의 삶은 어떨까. 소설 <말라가의 밤>은 아름다운 해변 '말라가'를 배경으로 남겨진 이의 기나긴 방황과 좌절, 그리고 회복을 보여준다. 형우는 과거의 기억 중 찬란했지만 후회스러웠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의 죽음을 마침내 이해하려 애쓴다.


주인공인 형우는 생사의 경계에서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아홉 살의 형우는 아빠의 부재로 다소 생활고를 겪지만 엄마와 동생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따스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열아홉 살의 형우는 동생과의 관계에 대해 회한에 젖어든다. 동생의 의문에 신중하게 대화를 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스물아홉 살의 형우는 엄마와 동생에게 관심과 배려를 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후회한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자살 희망자·자살 사별자들의 다이빙 모임이 있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땐 함께 숨을 참는 것도 방법입니다.

24시간, 언제든지 문의하세요!

p. 55

형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잃어버렸던 삶의 기쁨과 의욕을 조금씩 되찾게 된다. 생사의 경계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자살 사별자들과 프리다이빙을 하며 죽음에 대한 충동을 서서히 극복해 나간다. 개인의 고통스러운 삶이 연대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오랜 여운을 남긴다. 


너무 슬프기에 결코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소설은 내 안에 있던 슬픔을 기꺼이 끄집어 내며 끝내 그것을 견디게 만든다. 이 작품은 슬픔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말라가의 밤>은 다시 숨을 쉬게 만드는 이야기다.


#도서제공 #말라가의밤 #조수경 #한겨레출판 #도서리뷰 #서평 #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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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찾은 시니어케어 비즈니스 리포트
나미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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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노후의 삶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이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기에 불안과 걱정은 일찍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렵다고 피하고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앞서 경험한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각자에게 맞는 노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노후를 둘러싼 불안을 감정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불안은 개인의 마음 상태가 아니라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전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 일본 사례 또한 단순 비교가 아니라 ‘먼저 늙어본 사회’가 남긴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저자는 건강·돈·외로움을 키워드로 삼아 시니어를 새로운 고객으로 바라본다. 여기서 말하는 기회는 희망 섞인 낙관이라기보다, 이미 바뀐 현실을 전제로 한 계산에 가깝다. 일본 시니어 산업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저자는 인구 구조 변화와 산업, 소비, 삶의 방식 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바라본다.


일본의 현실을 통해 돌봄과 복지, 노후 일자리, 평생 일자리, 신탁 제도 등 여전히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기 위한 시니어케어 커뮤니티와 비즈니스, 다양한 정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 선례가 있다는 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잘 된 정책을 우리 사회에 맞게 변형시켜 노후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저자는 노후를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가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도 결론 내리지 않는다. 제도·산업·서비스가 맞물려 움직이는 방식을 통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차분하게 구분 지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막연한 걱정이 구조의 문제로 바뀌면서 감당해야 할 범위가 분명해졌다. 초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는 관점 또한 인상적이다. 앞으로 20년 뒤의 삶을 결정하기 위해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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