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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쇠락한 작은 마을, 베어타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이곳에서 점점 희망은 사라지고 삭막한 삶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매일 아침 들리는 탁.탁.탁. 소리에 마을 주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있다.
드디어 내일이면 준결승 전이 열린다. 그리고 베어타운의 청소년 아이스하키 팀은 그 경기에서 우승을 한다. 이 날의 기쁨을 역시나 그냥 보낼 수 없다. 팀의 후원자이자 천재 하키 소년 케빈의 집에서 우승 축하 파티가 벌어진다. 비록 청소년이지만 파티에 술이 빠질 순 없다. 어린아이들이기에 더 자제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결승 경기가 남아 있었지만 누구 하나 이 광란의 파티를 제어하지 않았다. 사건은 여기서 벌어진다.
어린 소녀가 성급히 찢어진 블라우스를 손으로 움켜잡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들 술에 취해 소녀를 눈여겨보지 않았고 그녀는 재빨리 집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멍든 손과 목을 숨기며 이불 속에 숨게 된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루가 지났지만 어린 소녀에게는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상처가 남아 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부모에게 전부 이야기한다. 절규와 눈물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경찰에 신고를 한다.
결승 경기 날 아침, 천재 하키 소년 케빈은 경찰에 연행된다.
그의 죄목은 성폭행.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로 마을은 큰 혼란에 빠진다.
어른들은 그들의 마을을 유지하는 아이스하키 팀이 사라질까 두렵다. 그래서 피해자를 공격한다.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를 탓한다.
현실과 다르지 않은 베어타운의 양면성이 두렵다. 가해자의 부모가 거물급 후원자이기에 마을 사람들은 가해자를 걱정한다. 어린 소녀는 또다시 상처를 받게 된다. 사건이 벌어진 그날, 그 장면을 목격한 소년이 있다. 빈민가에서 힘들게 엄마와 살고 있는 이 소년에게 어른은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을 한다. 입 다물고 있으면 엄마의 아픈 허리를 치료받게 해주겠다는 말로..
최악이다. 지독하다. 잔인하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잘못된 생각과 맹목적인 믿음.
진실과 거짓,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와 방관자, 그리고 작은 용기.
10년 후 이 아이들은 이 마을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마음이 무겁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래도 나는 작은 희망을 가져 본다. 비록 나쁜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상처받고 다치고 아파하지만 그 속에서 작은 용기가 만든 힘이 베어타운을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 떳떳하게 자신의 상처를 들어내는 용기, 그 용기가 모여 상처를 감싸주고 서로를 안아주는 힘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평화로운 표지에 전작인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기대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에 당황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이 많이 배우고 깨닫고 느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