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이람 지음 / 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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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밥 먹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살아한다는 마음'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 서로가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마음. 그 마음이 겹치면서 점점 서로를 닮아가는 게 아닐까.

p. 31

젊은 시절에 낯선 나라에서 국적이 다른 이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영화같은 상황이 내게 일어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에 상상은 상상으로만 끝이 났다.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직도 잘 모른다. 타인을 만나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다. 내가 하는 사랑에도 관심이 없는데 하물며 타인의 사랑이라니. 


하지만 '일본사람과 채팅으로 결혼'이라는 키워드는 내 관심을 단숨에 끌어당겼다.


한때 일본 문화에 심취해 있었고 그 덕분에 여행 에세이에 공저자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까닭에 일본 생활기는 관심사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채팅과 결혼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폐쇄적인 일본 사회에서 '한국인, 여성, 미혼'으로 살아온 저자는 채팅 앱을 통해 한 남자를 만난다. 벚꽃 프로필 사진에 꽃구경 다녀왔냐고 물어본 그 남자와의 인연은 결혼으로 이어진다.


심드렁하게 책을 집어 든 나는 영화같은 이야기에 어느 순간 빠져들었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평범한 일상이 흥미진진하다. 


퇴사를 꿈꾸며 복권을 사고 마늘 데이에는 마늘을 다져 냉동고에 쟁여두고 좁혀지지 않는 가족 간의 갈등에 힘들어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로맨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내 모습이 그저 신기하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마냥 행복하지 않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만큼 가치관과 성격도 다르고 부딪히는 부분도 종종 생긴다. 부부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차이를 좁혀 나간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는 관계에 서툰 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내게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고 보듬어 줄 인연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에세이 #에세이추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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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해석학 : 일본 편 - 낭만닥터SJ의 美친 味식 여행기
배상준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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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계획을 세울 때 맛집 탐방을 빠질 수 없다. 평소 궁금했던 현지 음식을 맛보며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홀로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맛있는 한 끼는 나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다녀온 숱한 일본 여행지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진짜 로컬 맛집을 가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자로 써진 메뉴판에 대한 두려움이 그 이유였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은 일본 여행의 무한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일본 식당의 메뉴판 읽는 법과 요리와 관련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일본어를 잘 모르더라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 줄 수 있는 팁을 전달해 준다. 한창 일본 여행을 다녔던 시절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혼잣말이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메뉴판 해석학을 통해 음식의 기원과 조리 방법, 문화까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일본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츠키지 시장의 카이센동, 나고야 공항의 오야코동, 도쿄 국립신미술관의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 뮤제, 오사카의 붓카케우동과 온센타마고, 후쿠오카의 모츠나베와 하나미도리, 도쿄 하라주쿠의 유자라멘, 나고야 코메다 커피의 모닝세트까지 생각보다 꽤 잘 먹고 다녔던 여행의 기억들도 떠올랐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적어도 일본어 글자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말한다.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번역기 기능이 발달해서 일본어를 몰라도 된다고 생각할 테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아는 만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아두면 좋을 정보가 가득한 이 책은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일본 음식에 관심이 있고 미식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모두 권하고 싶다.  메뉴판을 읽을 수 있다면 여행은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일본 여행이 기대된다. 기필코 로컬 맛집에서 멋진 한 끼를 즐기리라.

#메뉴판해석학 #일본편 #배상준 #애플북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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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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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 동료이자 같은 반 친구인 사브레(구시로 쓰카사)와 메메(세터 요헤이)는 자살한 친척의 방을 보기 위해 멀리 사는 할아버지 집으로 여행을 떠난다. 사브레를 짝사랑하는 메메는 여름 방학 동안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기에 이 불손한 목적을 가진 여행에 기꺼이 동참했다. 소설은 한창 짝사랑 중인 메메와 뭐든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브레가 함께 보낸 여름 방학의 특별한 나흘을 보여준다.


몽실몽실하고 푸릇푸릇하며 달달한 청춘의 여름날을 보여준다.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본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여름 하면 뜨거운 태양과 파란 하늘이 떠오르며 청춘이 떠오른다.

찬란한 시기에 두 사람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심오하다.

사브레가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죽음을 알고 싶어서였다.

죽은 친척이 자살한 그 방을 보고 싶어서였다. 그녀가 보고 싶었던 건 뭘까.

작가는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되지 못하는 감정을 두 사람에 빗대어 보여준다.

우정과 사랑 그 어딘가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깨닫게 되기까지

각자가 느끼는 소중한 감정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푸르른 날을 떠올릴 수 있다.

그들의 여행은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상대를 구속하려 하지 않고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친구이자 동료이자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지 궁금하다.


#사랑과그것과그리고전부 #스미노요루 #소미미디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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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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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면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순간이면 오롯이 나만 알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매일이 행복하면 좋을 테지만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도쿄 하이드어웨이>는 이런 현실적인 마음을 잘 담아낸 소설이다.


작가는 도쿄의 IT 기업 '파라다이스 게이트웨이'를 무대로 하여 팬데믹 이후 도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은신처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스하게 그려내며 잠시나마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삭막한 도시에서의 삶이지만 어딘가에 소소한 은신처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만 같다. 어제와는 다른 길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들이 찾아낸 은신처는 특별하지 않다. 점심시간에 인공 별빛 아래에서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출근길에 충동적으로 종점역까지 가서 열대 식물관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을 단련하기도 하고 수족관의 해파리를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회복해 나간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캐릭터지만 모두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관계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따돌림, 가족 문제, 무기력증과 우울증 등 실재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나만의 은신처를 떠올려 보았다. 분명 나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던 은신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서울로 무대를 바꾼다 해도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이 버거운 이들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나는 무언가에 겁을 먹고 무언가에 화를 내고 있었을까.

짊어지고 있다는 건 의존이나 마찬가지.

자의식 과잉도, 인정욕구도 자신과 세계의 무관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생긴다.

p. 347


#도쿄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가즈에 #인플루엔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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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제2의 건축가’들
김광현 지음 / 뜨인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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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걷다 보면 멋들어진 건축물을 만날 때가 있다. 자그마한 집일 수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큰 건물일 수도 있다. 눈으로 마주한 결과물을 보면 어떤 사람이 만들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아마 대부분은 건물을 설계한 이들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결과물의 건축주에서 시작된다. 설계를 의뢰하고 실제로 살았던 건축주들은 그들의 공간에서 행복했을까. 이 책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65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에는 제2의 건축가라고도 하는 건축주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36개의 건축물과 다양한 건축주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제2의 건축가를 불러낸다. 아무리 멋진 집이라 해도 끊임없이 하자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으면 평온한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 걸작이라는 건축물이라고 해도 그 공간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건축물로서의 쓸모를 다하지 못한다. 저자는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건축주의 상상력과 열정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읽어 본 건축 관련한 책들은 건축가나 건물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에 건축주의 관심으로 접근한다는 시도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가 만든 건축물의 사진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실제 그 건물에 살았던 건축주의 삶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주선을 연상케하는 다소 독특한 형태의 사보아 주택은 주말주택을 원한 건축주의 의뢰로 설계된 건물이다. 건축주는 온수와 냉수, 전기와 중앙난방, 그리고 추후 증축이 가능하기를 원한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면 지하실은 침수됐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건축주는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반해 핀란드의 거장 알바 알토는 땅에 뿌리를 내린 건축을 강조하며 숲을 닮은 집을 완성했다. 땅의 모양, 햇빛, 주변을 바라보는 시건들을 종합하여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주택을 구상한 것이다. 평소 미술품을 수집하는 건축주 부부의 니즈에도 딱 맞는 건축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가능하다면 건축주의 입장에서 내가 살고 싶은 공간을 떠올려 본다. 모든 인간이 본디 건축가였으며 '짓는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건축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건물 하나쯤은 쉽게 올릴 수 있을 거라는 편협한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건축주가 원하는 방향과 기준이 뚜렷해야만 행복한 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의집은이렇게시작되었다 #김광현 #뜨인돌 #서평단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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