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 아름다운 밤에
아마네 료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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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마을에서 여성을 살해한 후 불태우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산시로는 이 사건으로 여동생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던 순간 은발의 미소녀 오토미야 미야를 만나게 된다.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그녀는 소리를 빛으로 치환하는 '공감각'이라는 신비로운 감각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산시로와 미야는 함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범인은 뜻밖에 가까이 있었는데...

공감각자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범행 동기를 추적하는 와이더닛 형식의 소설이다. 실제로 공감각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해서인지 특정한 감각이 또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작가는 상상만 했던 영역을 글자로 설명하며 머릿속에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과 상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에 다가갈수록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소설 초반에 의심 가는 이가 등장했지만 동기와 수법 등이 모호했다. 조력자로 등장한 캐릭터조차 눈길을 끌었다. 설정부터 등장인물까지 참신했던 소설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여동생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소년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범인을 찾아내는 소녀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나 역시 나름의 추리를 해가며 범인은 엘리트의 정신이상자라 생각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가 밝혀졌을 때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취한 와이더닛 형식은 사건 중반 이후 범인을 특정한 뒤 범행 동기에 집중한다. 범행 동기에 공감할 수 없거나 억지스럽다 여기게 되면 소설의 매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믿고 보는 블루홀식스의 장르소설답게 이 소설 역시 기대감을 한껏 충족시켜 주었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소설은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 공감각 탐정 미야를 주인공으로 한 '미야 시리즈'가 더 있다고 하니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공감각아름다운밤에 #아마네료 #블루홀식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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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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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를 발견하여 인체 적용 실험에 성공한 도르나이 바이오틱스는 '크로노스타신'이라는 불로불사의 신약을 개발하였다. 식약처 공무원인 효원은 제약사들의 비윤리를 고발하는 블루워터 리서치의 대표 이청수와 함께 불멸의 약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간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204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불멸"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며 태어난 이상 반드시 겪게 되는 일이라 여겼기에 불멸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무섭게 느껴졌다.

기적의 신약이라 불리는 크노로스타신은 인류 최후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의심을 가지고 읽다 보면 과거 맞춤형 줄기세포 원천기술 보유 여부로 논란이 사건과 혈액 몇 방울로 25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테라노스의 키트가 연상된다.

작가는 의료 제약 기술의 발달에 그에 따른 윤리 문제를 다룬다. SF 소설이라 하지만 어쩌면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평소 관심 있는 주제였고 연구실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있었기에 더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었다.

공중보건을 꿈꾸던 직업 공무원에서 언더커버로 잠입한 효원의 각성과 인간 생명을 우습게 아는 제약 회사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청수의 신념이 만나 펼쳐지는 무모한 액션 활극이 시선을 잡아끈다. 인간이 가진 각자의 욕망을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켜 매끄럽게 그려낸 소설은 평소 SF 장르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깨트린다.

죽음이라는 삶의 한 과정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을지라도 죽지 않는 세상이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억지로 붙여 놓은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장르물의 재미와 사회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담은 심너울표 SF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


어떤 결정과 어떤 선택은 영원한 마음의 짐이 될 것이다. 어떤 혼란스러움은 삶에 내재한 속성이라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조금씩 긍정할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갈 수 있었다.

p. 331


#왜모두죽어야하는가 #심너울 #나무옆의자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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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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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반가운 신작 소식이 들려왔다. 『이기적 유전자』는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치환하여 진화를 설명했다. 새로 나온 신작 『불멸의 유전자』는 탄생과 죽음, 진화와 불멸이라는 주제로 유전자의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본다.

이 책에서는 개체를 둘러싼 환경과 자연 선택 과정이 유전자에 어떻게 남게 되는지 설명한다. 유전자는 생물체가 살아가게 될 환경에 맞게 몸체와 외형을 조정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개체의 외양과 더불어 살아갈 환경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개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와 생화학적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사자(死者)의 유전서이자 미래 예측서이다.

저자는 우리가 다큐멘터리 등에서 볼 수 있는 생물체의 기괴한 모습에 담긴 의미를 파헤치며 과거의 기록이 촘촘히 쌓인 유전자의 영향을 이해시킨다. 유전을 일으키는 작은 물질을 살아있는 역사서로 의미를 확장하여 과거부터 이어져온 생존 전략과 적응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는 이렇게 덧씌워진 현재 생명체의 유전자를 '팰림프세스트'라고 칭하며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고 진화한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팰림프세스트는 이전 글에 나중에 다른 글을 겹쳐 쓴 원고라는 뜻으로 고대에 양피지에 겹쳐 쓴 것처럼 유전자도 이와 비슷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작에 비해 더 확대된 유전자 개념이 흥미롭다. 위장술이 뛰어난 동식물부터 멸종된 공룡들의 뼈,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창자, 새의 부리, 인간의 뇌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일러스트가 첨부되어 있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멸의 유전자』에 따르면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예측의 결과다. 과거부터 이 환경에서 살아왔고 자연 선택을 거쳐 환경이 유전자에 적힌 결과다. 생명을 이루는 작은 단위로만 생각했던 유전자를 미래 예측이라는 개념으로 확장시킨 저자의 설명은 학문적 한계를 넘어서 교양 과학서로서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지식 확장이라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불멸의유전자 #리처드도킨스 #을유문화사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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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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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일본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도쿄 지방 재판소는 "밀실의 불해(不解) 증명은 현장의 부재증명과 동급의 가치를 지닌다."라면서 용의자에게 무죄를 판결하였다.

이로 인해 누구도 풀지 못하는 밀실을 만들면 살인도 무죄가 된다는 '밀실의 황금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밀실 마니아들의 성지라고 하는 '설백관'에서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고립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범인을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밀실 트릭으로 가득한 소설이 등장했다. 평소에도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기에 범인을 추리하는 건 어느 정도 자신있지만 밀실 트릭은 단 한 번도 제대로 풀어본 적이 없었다. 책 한 권에 가득 든 밀실 트릭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반드시 풀어내겠다는 승부욕도 자극했다.

작가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유쾌한 대화들을 바탕으로 밀실 트릭 현장의 그림을 덧붙여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밀실 트릭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준다.

그중 인상 깊었던 건 도미노 밀실이었다. 이중 밀실을 설계하고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지막 밀실은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제대로 느낀 사건이었다. 늘 생각을 유연하게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한 내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는 트릭을 구성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며 '하우더닛' 미스터리 장르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후속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작가가 보여줄 밀실 세계관이 궁금하다.


#밀실황금시대의살인 #가모사키단로 #리드비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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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 바츨라프 스밀의 세계를 먹여 살리는 법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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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먹을 게 더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여전히 뉴스에서는 굶주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다. 지리적 기후적 여건 상 공급할 수 있는 식량이 한계에 도달하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후 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먹는 것'에 전 인류적인 고민이 시급한 상황이다.


환경과학자인 저자는 50여 년간 광범위한 분야를 연구하면서 에너지와 환경, 현대 세계의 모습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거시적 관점으로 책을 집필해왔다. 그가 이번 책에서 주제로 삼은 건 바로 식량이다. 현대 식량 시스템의 한계를 포착하고 지속 가능한 식량 체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그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인류가 소비하는 식량 자원이 왜 한정되어 있는지, 비건, 곤충, 배양육 등이 대체 식량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식량 분배를 할 수 있는지 등 우리가 매일 행하는 먹는 행위에 대한 과제와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실 먹는 문제에 대해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극도로 식단을 제한하는 중이기에 인류에게 먹거리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할 수 없었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농업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설명한다. 


그중 전체 곡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로 인해 가난한 지역에서는 동물에게 더 많은 곡물을 소비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사람은 굶주림을 겪고 있다. 


저자는 통계 자료에 기반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인류의 식량 문제를 던진다.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와 예상치 못한 기후 문제는 대체 먹거리 개발 등을 통해 현식적인 대안으로 이어진다. 비건을 실천하고 대체육을 개발하며 유전자 변형 작물에까지 관심을 넓혀간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비건을 행할 수 없기에 비건보다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불공정한 분배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여 전 세계적인 협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의 일정량을 인간 식량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늘 먹을 것이 풍족한 세상에 살아서일까. '굶주림'은 과거의 문제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먹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 음식을 차릴 때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한 끼에 다 소비하지 못할 만큼 재료를 구매하고 냉장고에는 먹지도 않는 식재료가 가득 차 있다. 소비량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을 때도 종종 있었다. 안일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당장 먹거리에 대해 가치 있는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 먹을 양만큼만 덜고 필요한 양만큼만 구매하여 버려지는 양을 줄여야 한다. 인류에게 식량은 생존의 문제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불공정한 분배로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음식은넘쳐나고인간은배고프다 #바츨라프스밀 #김영사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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