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 곽재식의 방구석 달탐사
곽재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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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달에 토끼가 산다는 말을 믿었다.

하지만 보름달이 크게 뜬 날,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토끼를 볼 수는 없었다.

내가 착한 어린이가 아니라서 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한참을 마음 졸였던 기억이

문득 생각났다. 그 후로는 슈퍼문이 뜬다든가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달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어느새 우리 기술이 자력으로 달 탐사가 가능한 경지에 올랐다는

감탄과 함께 어쩌면 달나라에 사는 토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SF 작가이자 과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많은 나라들이 달 로켓을 쏘아 올리는 현실이지만 여전히 미지의 존재인 달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과 지식이 어우러진 멋들어진 해답을 건넨다.

달은 어디에서 왔는지, 왜 늑대 인간은 보름달이 뜰 때면 변신하는지,

밀물과 썰물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과학적 지식이 버무려진

재미있는 썰을 읽으며 달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 키울 수 있다.

달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흥미로웠고 인간의 호기심이 어디까지 퍼져나갈지도 궁금해졌다.

작가는 '달의 과거를 아는 것이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솔직히 평소에는 달이나 우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특별한 사건이 있을 경우에 반짝 호기심이 생길 뿐이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과 배움이 있어야 발전이 있듯이 우리가 앞으로도 우주개발에서 우위에 서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달 여행 가이드로서 제격이다.

작가가 전하는 달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꾸준한 기술 개발을 이룬다면 달 정복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달을 탐사하고, 달을 더욱 먼 미래를 살펴보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회는 그만큼 훌륭한 과학기술과 미래를 앞서 나가는 활력을 갖춘 사회로 돋보일 것이다.

p.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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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 리보위츠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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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에 마음을 빼앗겼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유의 글을 좋아한다.

냉소적이지만 위트 있고 다방면에 대해 잘난척하는 태도, 하지만 그 안에는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다. 40여 년 전의 글을 지금 다시 읽어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제 70대에 들어선 뉴요커는 짧은 글을 통해 당시 미국 사회의 현실을 풍자한다.

또한 다양한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가령 건물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이어트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지,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 청소년들, 그리고 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지 등

오늘날에도 누군가는 궁금해할 물음에 그녀다운 답을 건넨다.

직업에는 귀천이 있고 잠을 자는 건 다소 중독성이 있는, 책임에서 해방된 죽음이며

작가는 재밌지만 그다지 재밌지는 않은 이질적인 존재다.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은 기어코 하고 마는 속 시원한 그녀의 글에는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하는 진실이 담겨있다.

과학, 예술, 젠더, 인종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현상을 누군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풀어내지만 묘하게 공감하게 되는 매력적인 글이 가득한 책이다.

마음의 평화라는 건 없다. 초조감 혹은 죽음이 있을 뿐. 그렇지 않다고 증명하려는 행위야말로 용납 불가능한 태도다.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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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 그림으로 사랑을 말하고, 사랑의 그림을 읽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도서
김수정 지음 / 포르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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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제로 그림을 마주하고 현실적인 삶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거장들의 그림과 그들의 삶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림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온전함을 느끼면서 위로를 건네받는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너무 어렵다. 이만큼 살았지만 여전히 그 감정을 모르겠다.

그래서 그림을 매개로 한 이 책에 마음이 끌렸다.

어쩌면 그림을 통해서라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가정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수많은 사랑의 얼굴 중에서 자신과 꼭 맞는 얼굴을 알아봄으로써

서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진정한 자아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조르주 피카드가 그린 <만개한 나무 아래에서의 로맨스>을 보며

밝은 꽃비 아래 두 연인의 달콤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고

마르크 샤갈의 <연인들>을 보며 사랑에 빠진 이의 몽환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그림은 한스 아돌프 뷜러 <귀향>이다.

비록 한스 아돌프 뷜러가 나치 추종자일지라도 그의 그림을 통해

사랑의 온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기다려 준 연인의 무릎에 지친 몸을 기댄 군인.

그런 남자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려

손을 내민 여자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사랑도 이런 감정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겁지만 내려놓을 수 없는 현실에서

온전히 기대어 쉴 수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바라보며 내게 필요한 마음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는 시간이었다.

진실한 사랑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을 파멸로 이끌지 않는다. 인간을 죽일 것처럼 괴롭히더라도 결국에는 인간을 살리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p.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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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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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퍼붓는 어느 늦은 밤 일어난 음주 뺑소니 사고. 이 사고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그 끝에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는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누구나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연 자신이 저지른 죄를

똑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사건의 가해자인 대학생 쇼타는 경찰에 붙잡힌 후 징역형을 살게 된다.

형기를 채우고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 때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달라졌다.

소설은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면서

법적 처벌만으로 죄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그날 사건으로 인해 가해자인 쇼타는 물론 가족들의 삶도 무너졌다.

또한 피해자는 남아있는 삶의 기회를 잃었고 가족들 역시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픔 속에 살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남편은 마음속에 결심을 품고 쇼타를 찾아간다.

고령으로 치매 증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쇼타를 만나고자 한다.

그가 가해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단순히 복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마주했을 때 피해자 남편의 의도를 알게

되었을 때 훨씬 더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의 업보로 남아 있는

이들을 마냥 비판할 순 없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속죄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작가는 쇼타가 겪는 현실적인 시련을 보여주며 남은 삶을 위해서라도 진심 어린 속죄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메시지가 남긴 여운이 꽤 오래 이어질 것만 같다.

현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고루 다루고 있는 이야기 덕분에 삶이 지닌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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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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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유쾌 발랄한 감동 이야기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단정한 검은 단발머리에 대단한 주량을 가진 귀여운 서클 후배 아가씨를 향한

선배 남학생의 짝사랑은 봄의 밤거리, 여름의 헌책 시장, 가을의 대학 축제, 겨울날 꿈속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그와 그녀의 우연한 만남을 끊임없이 만들며 신비로운 세계로 이끈다.

각 이야기에는 공중부양하는 대학생, 애주가 노인, 수수께끼 남자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만들어낸 비현실적인 상황은 자꾸만 웃음이 나게 만든다.

짝사랑하는 후배 아가씨를 향한 주인공 '나'의 여정은 힘겹기만 하다.

바지와 속옷을 빼앗기기도 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단잉어에 맞기도 하는 등

수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수룩하지만 진심이 담긴 주인공의 노력에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는 과정은

괴상망측한 등장인물들이 뿜어내는 저마다의 매력과 함께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하늘에서 떨어진 잉어에 맞은 선배가 무사한 것을 지켜보고 커다란 전집을 든 선배와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기도 하고 편리주의자가 되어 선배와 함께 연극 무대에 서고

감기로 생전 개지 않은 이부자리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선배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를

볼 때면 짝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짝사랑이라는 설정을 이토록 즐겁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의 장점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망상의 세계는 긴 장마로 몸도 마음도 눅눅한

현실에서 벗어나 청량하고 보송보송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어디선가 "아, 선배, 또 만났네요!"라고 외치는 그녀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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