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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늘의 다정이 있어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6월
평점 :
오늘 하루는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다정한 안부를 물어오는 책이다. 분홍색 토끼와 친구들의 일상을 보며 오늘을 위로하고 내일을 살아갈 기운을 건네준다. 지수 작가의 귀여운 그림과 글은 잊고 있던 다정한 시간을 생각하게 만든다.
똑같은 하루를 지내도 김토끼가 보내는 하루는 뭔지 모르게 편안해 보인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김토끼의 삶을 들여다보면, 제일 좋아하는 음료를 사고 예쁜 그릇에 간식을 담아 나만의 아늑한 공간에서 아껴둔 영상을 본다. 이 간단한 행동이 김토끼를 행복하게 한다.
분명 나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행동으로 옮기는 게 어려운 걸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두는 건 왜일까. 하루하루 치열하게만 살다 보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 치열한 시간은 겹겹이 쌓여 무기력하게 만든다.
결국 내게 필요했던 건 다정한 말 한마디였다. 이 책에 담긴 다정한 말들이 잠시나마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김토끼와 친구들의 그림을 보며 웃고 위로와 용기가 담기 글을 읽고 모처럼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토끼가 건네는 다정한 질문에 답을 쓰지는 못했지만 오늘 분량의 다정이 넘치게 충전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은 고민의 연속이고 후회와 미련, 불안의 감정들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무기력해질 수는 없기에 김토끼의 다정한 질문에 답을 하려 한다. 오늘 하지 못한 답은 그때를 위해 남겨둔다. 오늘 하루를 힘겨워하는 이에게 직접 말을 하기 어렵다면 이 책은 건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 41~42
바쁜 세상, 정신 차려보면 휩쓸려가고 있고, 허우적거리고 있잖아요. 좋아하는 걸 하며 보내는 ‘내 시간’이 오면 일단 멈춰야 해요. 잠깐 멈춰 서서 무작정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사치처럼 느껴지더라도 일단 해보는 거예요. 그러면 금세 알게 될 거예요. 진짜 중요한 건 내가 나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때때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하는 거라는걸요.
P. 183~185
성취에서 쓸모를 찾는 거 너무 고단하지 않아? 잘 먹고 잘 자고 다투지 않고
예민해지지 않고 하루에 대여섯 번 크게 웃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보낸 하루라고
생각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