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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상점가의 기적
쇼지 유키야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6월
평점 :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린 꽃길 상점가. 어느 날부터 상점가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느닷없이 불륜이라는 불길한 기운이 상점가에 휘몰아치고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정황이 포착되자 은퇴한 영국의 괴도 신사 세인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50년대 말부터 60년대까지 영국 상류층의 미술품과 금품을 훔치고도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은 세기의 대도 "세인트". 그는 영국과 일본 혼혈의 여자와 결혼하여 현재 딸 "아야"와 함께 일본에서 살고 있다. 전설의 대도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일흔이 되어서도 프로 모형 제작자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상점가의 불온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대 기업이 영세한 상점가를 매입하기 위해 벌이는 치졸한 작당모의와 이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세인트의 지혜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아야를 걱정하는 마음에 도통 말을 하지 않는 세인트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 상점가의 평화를 지켜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기에 당혹스러우면서도 통쾌했다. 역시 '대도에게는 지혜와 재력이 모두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지키고 악당을 물리치는 유쾌한 이야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현실에서도 세인트와 같은 정의의 사도가 있다면 어떨까. 힘이 없어도 빼앗기지 않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