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검사내전

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누구나 동경하는 직업이 있다.
어릴 적 'ER'이라는 미드에 빠졌을 땐 의사가 되고 싶었고,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PD를 하고 싶었으며,
어지러운 현 시국에는 법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안타깝게도 사법 시험은 폐지되었고 로스쿨에 도전하기에는 이미 인생의 1/3을 훌쩍 넘게
살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직 검사가 쓴 이 책을 통해 대리 만족이라도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겼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이건 반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동경하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글도 재미있게 쓰다니..
부러운 마음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낀다.
<검사내전> 속에는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검사처럼 멋진 검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처럼 검찰청에서 일하는 평범한 검사의 실제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저 직업으로서 밥벌이를 위해 오늘 하루도 일하는 검사의 일상을 통해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부가 넘쳐나는 건배사 중에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할 말은 강직한 속내.
술 먹고 내기 전화를 걸어온 차장검사의 호출은 개나 줘버린 패기.
엘리트 집단 속 '또라이', '모지리', '부적응자' 등 많은 별명을 얻은 성미.
이렇게 매력적인 검사를 만날 수 있었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2분마다 1건씩 사기가 벌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사기꾼을 뛰어넘어 그들을 잡아들이는
검사님의 활약상에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비록 구름 위에 있던 동경의 대상이 땅으로 떨어진 건 안타깝지만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은 평범한 생활형 검사님의 이야기가 즐겁기만 하다.
저자는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법'도 그저 '인간'에 대한 것이라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치열하게 오늘을 살고 있는 김웅 검사님의

평범하고 솔직한 이야기 덕분에 많이 웃고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매일 아침 써 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MBC 김민식 PD의 또 다른 책이다.
전작인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이미 PD님의 글 솜씨에 반했었다.
삶이 달라지길 원한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은 적이 있었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시간과 노력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스펙으로 보면 엄청난 이력을 가진 방송국 피디지만 어두웠던 지난 시간 동안
본업에 충실할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잘 노는 삶"을 늘 바라던
저자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블로그를 예찬한다. 특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
것도 꾸준히 매일 아침 어떤 내용이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한다. 글 쓰는 일이야말로 돈 안 드는 최고의 취미라는 말을 덧붙인다.
허무맹랑한 말로 들리겠지만 결과를 보면 저자는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면서
책도 출간했고 강연도 여러 차례 하였다.

“꾸준한 오늘이 있기에, 무한한 내일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가 긍정의 의미로 끄덕여졌다. 2018년이 되면서 내 삶에서도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작년에 공저자로 처음 여행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 일을 시작으로 꾸준히 책과 관련한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서평을 쓰는 일이든 책 이벤트에 당첨되는 일이든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직접 출판사 홍보 담당자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새로 출간될 시간에 대해 리뷰를 부탁한다는 메일이었다.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는 구나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시간 동안 꾸준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SNS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회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그 결과들이 모여 새로운 희망을 만든다.
나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일 글을 쓰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관련한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저자의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던 중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며칠 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던 친구다.
이 책 사진과 함께 꼭 읽었으면 한다고 추천사를 보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즐겁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줄 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내가 이 책에서 긍정의 기운을 받았듯이 친구도 분명 좋은 기운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2018년 매일 블로그 글쓰기!라는 거창한 계획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하지만 작년보다는
올해 더 많은 글쓰기를 목표로 해보려고 한다. 내년에는 더 많이, 내 후년에는 더 많이..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매일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생각은 이제 그만,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자.

“재능도 중요하지만 일단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라곰 라이프

라곰 라이프 - 더 적게 소유하며 더 나은 삶을 사는 법
안나 브론스 지음, 신예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월

지난해부터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건이 가득한 내 공간에서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쌓아두게 되는 나 자신을 바꿔보고 싶었다.
관심이 있으면 보이게 된다고 했던가. 낯선 단어들이 하나둘씩 머릿속에 담겼다.
소박하고 느긋한 삶 속에서 소박하게 살자는 '휘게', 그리고 이번에 새로 알게 된 '라곰'까지
조금씩 북유럽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 속에서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라곰 라이프>는 부제에서 말하듯이 "더 적게 소유하며 더 나음 삶을 사는 법"을 전해주고 있다.
'휘게'가 덴마크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 거라면 '라곰'은 스웨덴 사람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방식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적당히'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들 경험한 바가 있을 것이다.
라곰이 뜻하는 것이 바로 적당히다.
라곰 라이프는 어찌 보면 실천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균형 잡힌 그것.
추상적으로만 떠오르는 이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내 삶에 반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분 1초가 상상을 초월하여 빠르게 지나가는 현대 사회에서 '적당히' 사는 내 모습을 그려보면
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24시간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전부 하려고 시간을 쪼개 살면서도
"시간이 없어"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산다.
늘 숨차게 달려온 삶에서 적당히를 실천하려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휴식하는 삶,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삶.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도 이 책 속에 이러한 삶에 대한 힌트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방법 중 내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려 한다.
전자 기기 멀리하기.
늘 손에 스트폰을 들고 다니고 퇴근 후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나.
생산적으로 살겠다며 가방 속에 넣은 책은 며칠째 그대로였다.
이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내가 원하는 딱 그만큼'의 삶을 살기 위해, 물건에 치이는 삶에서 벗어나
내면을 가득 채운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 하나씩 실천해보자.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면 적당히 사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조금씩 마음이 평온해진다.

길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

길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
에이의 취향 지음, 박지영 그림 / 더난출판사 / 2018년 1월

귀여운 고양이 '새벽'이와 함께 하는 지구촌 여행.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 <길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10월의 어느 날 태어난 길고양이 새벽이.
엄마도 형제들도 어느새 떠나고 혼자가 된 새벽이는 길거리에서 방치되어
사람들의 도움으로 추운 세상을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무서운 자동차와 아저씨들을 피해 도망치며 울음을 터트리던 새벽이는 서울을 떠나 바다 건너
고양이들의 섬 아오시마로 떠난다. 배를 타고 도착한 아오시마는 고양이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섬이다. 이 낯선 섬을 시작으로 새벽이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따스한 기운이 문득 생겨난다.
예쁜 그림과 따스한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벽이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은
지친 일상에서 위로를 준다. 어른을 위한 예쁜 동화 같은 새벽이 이야기.
새벽이를 보면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호기심 많지만 겁이 많은 나. 
첫 여행을 훌쩍 큰 다음에 큰 용기를 해서 했던 나. 그곳에서 만난 여러 고양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뉴욕을 지키는 길고양이 순찰대, 기쁨을 준 길 고양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청동 동상을
만든 이스탄불 시민들. 고양이와 사람이 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 모로코 탕헤르. 
고양이를 위한 요양원이 있는 프랑스 라로셸. 
새벽이가 거쳐간 도시들을 나도 가고 싶어졌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를 기꺼이 마지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유독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부터 동물과 함께 하는 삶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 아서 페퍼

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죽은 아내의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난 남편. 그의 여행기를 담은 따뜻한 소설이다.
아들과 딸은 각자의 삶을 위해 부모의 품을 떠났고 1년 전 아내도 떠났다.
아내가 떠난 후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스스로 갇혀 살던 아서 페퍼는 이제 아내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옷장 속 부츠에서 낯선 팔찌 하나를 발견했다. 참이 달린 화려한 팔찌.
결코 아내의 물건이 아니라 생각했던 그 팔찌에는 8개의 참이 달려있었다.
아서는 초록색 에머랄드 보석이 박힌 코끼리 참에서 전화 번호를 하나 발견했다.
그리고 전화를 건 순간 아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인도, 런던 그리고 파리까지 이어지는 여행에서 아내의 과거를 만나게 된다.
'내가 알던 아내는 누구일까?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슬픔에 쌓여 혼자 남겨진 아서는 호기심과 의심으로 이 여행을 시작한다.
그가 만난 아내는 팔찌만큼이나 낯설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활기찬 여성이었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그녀의 과거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는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아서 페퍼는 아내의 장례식에도 올 수 없었던 딸 루시의 아픈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남겨진 마지막 하트 참에 대해서 아들 댄을 통해 진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 여행은 아서에게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다.
여행을 시작하게 해준 코끼리 참과 함께 떠난 그의 여행에,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부딪히며 마주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함께 있는 순간에 감사하며 이제라도 내 마음을 그들에게 표현해야겠다.

더 늦게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