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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평점 :

재미있게 살기 위해 나라를 만든다. 살고 있는 나라가 싫어서도 아니요, 미워서도 아니다. 그동안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라도 재미있게 살기 위해 나라를 만드는 거다. 이런 터무니없는 '김강현'은 점점 빠져든다. 그리고 그는 아로니아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한국, 일본, 중국이 맞닿아 있는 바다 한가운데 만들어진 인공섬. 그곳이 아로니아 공화국이다. 국민의 존엄과 자유와 평화를 위해, 이곳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이 나라.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끝까지 다 읽은 후에는 정말 이런 나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어린 시절, 동네 만화방에 둘 컬러텔레비전을 사려 동네 아이들에게 '삥'을 뜯던 김강현. 아버지에게 걸려 제대로 맞은 후에 조금 정신을 차렸고 강제도 정신 수양을 위해 끌려간 태권도장에서 수영 누나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외가 대대로 내려오는 불교도 마다한 채 수영 누나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천주교 신자가 된다. 평소 외우는 것에는 천재적인 능력이 있어서인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전교 꼴찌 근처에 있던 그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대학 입시에 합격한다.
법대에 진학한 김강현은 악마라도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싫고 법조문만 읽어대며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판사라는 직업도 싫어서 검사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그 조직도 깡패들과 다를 바 없었다. 과거 억울하게 고문으로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재심에서 김강현은 유족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며 무죄를 선고한다. 썩어빠진 조직에 제대로 크게 한방 먹이고 그곳을 탈출한다. 그때부터 그에게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허무맹랑한 나라 세우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 한 권에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군부독재, 그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시위대, IMF 등..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시절 이야기가 책 속에 잘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겪었던 분노와 아픔을 유쾌하게 마주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빠져들었다.
한 나라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준비,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로니아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소외 말하는 강대국일지라도 정면으로 맞서며 지켜낸다. 힘들여 만든 이 영토가 사라질지라도 내 나라 사람은 꼭 지키는 작지만 강한 아로니아. 이곳에서라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로니아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