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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나는 유독 나에게 엄격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고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청소를 하든, 산책을 하든
방안에 가만히 있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서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고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어디로든 나갔다. 일요일이 되면 내가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하곤 했다. 이런 생활은 6년 넘게 계속되었다.
그랬던 내가 나에게 관대해진 건 이직을 하고 나서부터다.
그제서야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여유'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마음의 여유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여유까지 포함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생산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하루가 내게도 생겼다.
새벽형 인간이라 주말이건 휴일이건 기상 시간은 5시 반이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침에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이전에도 아침에 책을 읽을 수 있었을 테다.
다만 책을 읽는다는 여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무엇이 나를 이리도 옥죄였을까.
누구도 나에게 강요한 적 없는데 왜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
살아야만 했을까. 내 밥줄을 쥐고 있던 이전 직장 부장의 히스테리에서
벗어나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나절 책 한 권을 읽고 시계를 보면 아직 12시가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종종 평화로운 토요일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런 나를 돌이켜 보니 이 책에 쓰인 김신회 작가의 글에서 유독
많은 공감을 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 집착, 외모, 쓸데없는 책임감에서
벗어나는 내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