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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 마음의 병을 앓은 정신과 의사가 힘든 인생들에게 쓴 치유 관계학
나쓰카리 이쿠코 지음, 홍성민 옮김 / 공명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나쓰카리 이쿠코는 정신과 의사다.
중증 정신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자신 또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학창시절 왕따를 시키던 학우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지만,
2번의 자살 시도로 또다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간다.
부모님의 이혼, 강압적인 아버지와 마음이 병든 어머니, 학교에서의 따돌림 등 복잡한 가정사에서 그녀 또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회복할 수 없는 상처는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만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녀처럼 나도 마음이 아픈 시기가 있었고, 그 때문인지 책에 써진 글자 하나하나가 마음에 깊숙하게 박혔다.
누구에게든 각자의 상황이 있듯이 내게도 말 못 할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
용기 내어 찾아가 신경정신과에서 마음의 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땐 머릿속이 복잡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진료실에서 의사와 싸우기도 하고 눈물도 흘렸던 그 순간이 지나간다.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속마음에 깊은 한숨만 내뱉었고 밤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기며 억지로 잠을 자지 않을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병원 약은 거부했고 내 힘으로 이겨내리라 마음먹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음의 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환경도 바꾸고 생각도 전환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엔
나도 모르게 마음의 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말하는 공황장애. 내게 남아있는 숙제다.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거금을 쓰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세상 속으로 조금씩 들어왔다.
비록 아직까지 섭식 장애로 가족들과 식사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내게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이해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그녀의 거친 노력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는 말한다.
자신의 아픔을 말하고 세상에 드러내어 함께 울고 웃으면서 고민하는 것.
그러면서 우리는 조금씩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언젠가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내가 겪었던 아픔을 세상에 온전히 말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