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여왕
오자키 마사야 지음, 민경욱 옮김 / 달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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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회사를 그만두고,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고,

모아 둔 돈마저 빚쟁이들에게 빼앗겨 버렸는데, 인질까지 되어버린 다치바나 마이코.

그녀의 파란만장한 '빈곤 라이프'에 푹 빠져버렸다.

마치 한 편의 일본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어릴 적 즐겨보던 일드 <러브제너레이션>의 각본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빈털터리가 된 주인공이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가장 유명한 '빈곤의 여왕'이 된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마이코의 빈곤한 삶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우중충하지도, 찌질하지도, 청승맞지도 않다.

아마도 마이코가 돈 없이 사는 삶에 비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재기 발랄한 소설이지만 우리 현실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청년 실업, 매스컴의 시청률 지상주의, 빈익빈 부익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이야기 속에 녹아 있다. 현실을 반영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확고해졌다.

'역시 누구든 자신만의 기술 하나쯤은 가져야 해.'

마이코의 방송국 AD로서의 경험은 훗날 그녀가 빈곤의 삶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빈곤의 삶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던 사람들에 뿌리치고

마이코는 홀로 당당히 살아간다. 하루아침에 그녀의 삶이 풍족해질리는 없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인터넷 카페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난민의 삶을 이어가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세상에 드러내기로 했다.

타인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거짓 없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세상에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청년과 관련한 사회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록 일본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모습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어둡고 우울한 청년들의 암울한 미래에 관한 사회 문제를 경쾌하게 담아낸 <빈곤의 여왕>.

마이코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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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재테크는, 엔화로 갈아탄다 - 최장기 호황인 일본, 내 돈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한동엽.정철윤 지음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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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일본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환율, 특히 엔화 환율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여행 한참 전부터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래프를 보며 적당한 환전 타임을 눈여겨보게 된다.

환율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는 않고, 여행 날짜는 다가오고,

결국 그러다가 환전을 하고 나면 꼭 환율이 떨어진다.

되팔고자 하면 샀을 때보다 많이 떨어진 엔화 가격에 쉽게 재환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 여행용 지갑에는 늘 엔화가 남겨져 있다.

이 책은 국내 최초 엔화 재테크를 이야기하고 있다.

재테크도, 주식도, 투자도 잘 모르는 내게 이 책은 경제의 기본 개념을 새로이 알려주었다.

꼭 엔화가 아니어도 주식이나 투자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 내용 덕분에 재테크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신뢰하게 된 점은 무조건 엔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해서가 아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투자를 결정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설명해준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장단점을 모두 이야기함으로써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커졌다.

언제 엔화를 살지,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 어떠한 위험을 고려해야 할지 등

경제에 대해 늘 어렵다 여겼던 내게 투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경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소비만 하던 내게 엔화를 이용한 새로운 관심사를 일깨워주었다.

여유가 생기고 지갑에 엔화가 점점 쌓여갈 때 조심스레 투자를 해볼까 한다.

아직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으니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재테크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엔화 재테크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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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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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한자리에서 명맥을 이어온 노포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여름 교토로 여행을 다녀왔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부러 고즈넉한 곳을 찾아

걸어 다니며 그곳의 풍경을 잠시나마 가슴속에 담아둔 시간이었다.

8년 전 다녀온 교토의 모습과 8년 후 교토의 모습을 비교해봐도 크게 달라진 바를 느끼지 못했다.

일본의 여러 도시 중 유독 오래된 건물과 풍경이 남아 있는 교토를 걸어 다닐 때면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끊임없이 대를 이어 자리를 보존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하루에 수십 곳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새로 열고 하는 서울 도심의 상점가와 비교해볼 때

그들의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를 읽으면 그 비결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쉽게도 이 책에 소개된 노포 중에서 내가 다녀온 곳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경우에 여행자의 입장에서 오래된 가게를 들어가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만의 법칙과 규율이 있을 것만 같고, 한자로만 쓰인 메뉴를 잘 읽을 자신도 없으며,

내가 들어간 공간에서 내 주위만 낯설게 되는 그런 기분이 무섭기 때문이다.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기에 매번 노포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기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전통을 이어온 이야기와 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읽고 보니

직접 그 속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며 전통을 지켜온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점점 커져 그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픈 열망이 커졌다.

누군가에게는 정겨운 추억을 일깨워주고, 다른 이에게는 아날로그 감상을 전해주면서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온전히 교토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에 그곳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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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 속으로 : 일본편 - 걸세 PD의 일본 여행 베스트 12 걸어서 세계 속으로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제작팀 지음 / 봄빛서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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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이면 익숙한 시그널 음악에 이끌려 TV 앞에 앉게 된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우리 가족이 즐겨 보는 프로이다.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독특한 내레이션 방식이 매력적이다.

세계 곳곳을 걸어서 여행하는지라 내가 좋아하는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은 가끔씩 소개된다.

다른 나라로의 여행도 좋았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던 걸어서 세계 속으로.

이번에는 그동안 제작진이 다녀온 일본을 한 권에 담아 소개하고 있다.

목차를 보는 순간부터 설마 했는데, 운 좋게도 나는 이 책에 실린 여행지를 모두 방송을 통해 보았다. 그래서인지 마치 직접 다녀온 여행지를 다시 돌아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오모리 편에 나온 교사이센터 수산시장, 가나자와의 전통 정원 겐로쿠엔,

가가와현의 사누키 우동, 규슈의 올레 다케오 코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인 도고온천, 요괴 마을 사카이 미나토 등 모두 내 일본 여행 리스트에 모두 올라있는 곳들이다.

매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기에 나의 일본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여행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몇 년 전부터는 세세한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니며 나 홀로 카메라 없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찍고 있었다.

작년 봄 짧지만 굵은 기억들로 가득 찼던 도쿄, 여름 태풍과 함께 다녀왔던 교토,

4년 전 첫 여행에서 쓰디쓴 기억으로 남았지만 지난달 여행을 통해 즐거운 도시로 기억에 새로 남은 나고야, 그리고 3주 후 떠나게 될 후쿠오카까지 일본 여행의 추억이 가득하다.

방송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고

방송을 보았던 이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려주는 이 책과 함께 따스한 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어떤 멋진 곳이 소개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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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 마음의 병을 앓은 정신과 의사가 힘든 인생들에게 쓴 치유 관계학
나쓰카리 이쿠코 지음, 홍성민 옮김 / 공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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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나쓰카리 이쿠코는 정신과 의사다.

중증 정신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자신 또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학창시절 왕따를 시키던 학우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지만,

2번의 자살 시도로 또다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간다.

부모님의 이혼, 강압적인 아버지와 마음이 병든 어머니, 학교에서의 따돌림 등 복잡한 가정사에서 그녀 또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회복할 수 없는 상처는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만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녀처럼 나도 마음이 아픈 시기가 있었고, 그 때문인지 책에 써진 글자 하나하나가 마음에 깊숙하게 박혔다.

누구에게든 각자의 상황이 있듯이 내게도 말 못 할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

용기 내어 찾아가 신경정신과에서 마음의 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땐 머릿속이 복잡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진료실에서 의사와 싸우기도 하고 눈물도 흘렸던 그 순간이 지나간다.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속마음에 깊은 한숨만 내뱉었고 밤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기며 억지로 잠을 자지 않을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병원 약은 거부했고 내 힘으로 이겨내리라 마음먹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음의 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환경도 바꾸고 생각도 전환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엔

나도 모르게 마음의 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말하는 공황장애. 내게 남아있는 숙제다.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거금을 쓰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세상 속으로 조금씩 들어왔다.

비록 아직까지 섭식 장애로 가족들과 식사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내게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이해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그녀의 거친 노력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는 말한다.

자신의 아픔을 말하고 세상에 드러내어 함께 울고 웃으면서 고민하는 것.

그러면서 우리는 조금씩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언젠가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내가 겪었던 아픔을 세상에 온전히 말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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