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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넥서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사노 요코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의 추억이 거칠고 투박하게 그려낸다.
기억하고 싶지도, 되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시절일지 모른다.
사노 요코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괴팍했다.
아무거나 입으로 가져가 깨물었다는 그녀의 과거 에피소드만 봐도
말괄량이 사노 요코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못이나, 유리구슬, 연필 등 닥치는 대로 입에 넣고 깨물어 맛을 봤다는 일화나,
유독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그녀의 등에 고양이를 강제로 업혀준 아버지 이야기나,
방공호에 들어갔을 때 멋진 어른처럼 여겼던 타다시에게 내뱉었던 은밀한 한마디 등
보통의 나로서는 생각할 수도, 경험할 수도 없던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난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 그녀의 글에 나의 어린 시절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기억하고 싶던 순간도, 영원히 잊고 싶은 순간도 모두 내가 주인공이다.
사노 요코의 추억을 읽으며 내 기억을 끄집어 내본다.
수만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만
기억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이름도 모두 희미하다.
설령 어느 순간 마주친다 해도 서로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들의 기억 속에도 나라는 사람이 남겨져 있을까.
생각이 깊어질수록 추억 속 첫사랑 오빠가 생각났다.
이제는 연락처조차 없는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짝사랑이었지만 꽤 오래 좋은 친구로 지냈었다.
잠깐이나마 과거로 여행할 수 있게 해준 이 책이 고맙다.
과거를 멋지게 부풀리거나 아름답게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준
작가의 글에 나는 오늘도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