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 300명 국회의원, 2,700명 보좌진 그 치열한 일상
홍주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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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마주하는 대한민국 국회는 엉망진창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올바른 판단과 견제를 해야 할 야당은 무논리의 억지 대응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 취업이 어렵다 하는 현실에 여야와 정부가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국에

답답한 모습만 보여주니 뉴스에서 정치 얘기가 들리면 채널 돌리기 일쑤다.

모든 국회의원이 다 보기 싫은 건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도 분명 있다.

소수의 목소리만 큰 자격 없는 일부 국회의원 때문에 전체 국회의원이 욕을 먹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뒤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국회의원 1명 당 대략 9명의 보좌진이 있다고 하니, 2700여 명의 사람들은 매일 고군분투 중이다.

이 책의 저자는 10년간 여러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생활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국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책에서 만난 국회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오히려 평범한 직장 생활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돈을 벌어야 했고 직업이 필요해서 국회로 취직했던 것일 뿐 저자에게는 여타의 직장과 동일한 곳이었다.

또한 생각보다 국회에서 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그저 싸움이나 하고, 제대로 일도 안 하면서 월급만 챙겨간다 여겼는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보좌진들과 국회의원의 삶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카메라에 비친 일부 의원들에게 가려져 이들의 노력과 희생마저 무시당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 제발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렇게나 할 일이 많은데 그만들 좀 싸우고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서 제대로 입법 활동을 하시라.

말로만 국민을 대표한다 하지 말고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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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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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매력의 고복희씨와 그녀가 운영하는 호텔 원더랜드.

캄보디아 프놈펜에 문을 연 원더랜드는 로봇 같은 사장 고복희씨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현지인 직원 린이 꾸려나가는 이상한 호텔이다.

어느 날 한 달 살기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에서 취준생 박지우가 이 호텔에 도착했다.

앙코르와트를 가기 위해 캄보디아에 왔다면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이곳에 온 이상한 고객.

그리고 호시탐탐 원더랜드를 노리는 현지 주민들. 이들의 이야기가 살벌하게 펼쳐진다.

귀밑으로 똑떨어지는 까만 단발머리에 늘 무표정인 고복희씨.

그녀는 자신이 정한 원칙에 따라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시끄러운 손님도 질색이고 알고 싶지 않은 시시콜콜한 소문을 들려주는 교민도 번거롭다.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쪽 나라로 온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런 그녀의 지난 삶은 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군사정권에 맞서 대학가에서는 데모가 한창이었고, 그때 만난 장영수씨와 토요일마다 디스코텍에 갔다.

절대 춤을 추지 않는 고복희씨와 신나서 품을 추는 장영수씨.

조개구이 집에서 받은 프러포즈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결혼을 하게 된 두 사람은

나란히 시골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곳에서 그저 아이들을 가르치며 작은 신혼집에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에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꼈다.

다소 어두운 우리네 이야기일 수 있지만 유쾌하고 기분이 좋다.

지금이라도 당장 비행기를 타고 캄보디아에 간다면 고복희씨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도 보이지 않은 박지우는 원더랜드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비록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실패라고 단정했던 인생에 새로운 희망이 보일 것만 같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가난한 나라에서 희망의 빛이 보이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린도 응원하고 싶다.

서로 부딪히면서 이해하고 마음을 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스한 기운을 느낀다.

언젠가 웃는 얼굴의 고복희씨가 땀을 흘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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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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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그와 더불어 언론 보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뉴스보다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더 챙겨 보게 되었다.

이 책은 탐사 저널리스트 이규연이 주목한 36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JTBC에서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에서 다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탐사 보도란 무엇인지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짤막한 탐사 노트를 전해준다.

기억하고 싶지만 기억해야만 하는 끔찍하고 잔혹하며 분노를 치밀게 하는 사건들을 읽다 보니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답답해졌다.

그렇지만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다.

아직 범인조차 잡히지 않은 태완이 황산 테러 사건,

죄는 명백하나 누구 하나 뚜렷하게 죗값을 치르고 있지 않는 버닝 썬 사건,

인류 사상 결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세월호 사건,

가족의 건강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평생 고통 속에 살게 만든 가습기 사건,

최근에서야 범인을 잡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안타까운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등

참 많은 사건 사고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왜 자꾸만 억울한 사람들이 생겨날까. 참 슬픈 현실이다.

영영 모르고 지나칠뻔한 이 사건들은 탐사 저널리스트들의 노력으로 빙산의 일각이나마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이들의 노력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간이 꾸준히 필요한 때인 거 같다.

비록 아름답고 따스한 진실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마주해야 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고통스럽고 처절할지라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억울한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 밑바닥에 숨겨진 정의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똑바로 진실을 바라보자.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이기심과 이로 인한 무관심이

이 모든 일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나부터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려 한다.

속 시끄러운 현실이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두 눈으로 두 귀로 똑똑히 듣고 보려 한다.

그리고 쉽지 않은 탐사 보도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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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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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창 직장을 다닐 때 출근 길이 무척 힘겨웠다.

오죽하면 출근하면서 퇴근을 기다렸을까. 출근길에 만난 회사 동료에게 건네는 아침인사는

"빨리 퇴근하고 싶다"였다. 모든 직장인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꽤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출근길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땐 아침 출근길이 신나고 기다려졌는데

어느 기점을 지난 순간부터 영혼 없이 습관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마음은 이직을 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직할수록 무력함을 느끼는 주기는 더 빨리 찾아왔다.

이 책은 회사와 나의 관계를 솔직히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100세 시대라는 말처럼 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100년의 시간 속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진짜로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업무량이 많고 히스테릭한 상사였어도 일이 좋아서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마음 맞는 동료들도 있었다.

이 덕분에 상사의 종잡을 수 없는 히스테리쯤은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상사의 변덕이 선을 넘고 성과급에 영향을 주게 되자 좋아하던 일 마저 하기 싫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선택한 건 퇴근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탈출구를 찾아 나섰고 어느 정도 삶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내 경험이 떠올랐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회사 업무만으로도 지쳐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거창한 프로젝트나 투잡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작은 일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일,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된다.

내 경우는 글쓰기였고 책 읽기였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될 수도 있고 유튜브 방송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 내 의무를 다했다면 그 후에는 내 삶을 살자.

회사 중심에서 내 중심으로 세상을 옮겨보자.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꼭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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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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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만에 60억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정끝순' 할매.

금발 머리에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끝순이 할매가 집으로 돌아온 까닭은?

아니, 끝순이 할매는 왜 집을 떠나야만 했을까.

67년이라는 긴 세월이 말해주듯 할매의 인생은 암울하고 고달팠던 우리의 역사를 보여준다.

할머니의 갑작스런 등장에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지, 고모는 당장 돌아가라고 소리소리 지른다.

하지만 이내 할머니 자산이 60억이라는 소리에 이들은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역시, 돈이 무섭구나. 그런데 할매는 정말 60억의 자산가일까?

일본 군인과 눈이 맞아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누명을 쓰고 67년을 살아온

끝순이 할매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짠하다.

세상이 모두 등을 돌려도 남편 한 사람만 아내의 말을 믿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대부분의 우리네 어머니들은 끝순이 할머니와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 가족의 장손 최동석 군이 말하는 가족은 이렇다.

독립운동가(?)였던 할아버지 백파 최종태 선생은 엘리트였음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내였고,

할머니는 민족을 배반한 더러운 계집이었다(그렇게 듣고 자랐다).

아버지는 정치에 발을 들인 후 집안 재산을 홀라당 말아 드시고 있고

어머니는 가업으로 물려받은 슈퍼를 꾸리며 생계를 책임지느라 살림 솜씨는 엉망이다.

나로 말하자면 이 집의 장손이자 10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돈 많은 친구에게 술을 얻어먹는 그저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왜 다 이렇게 살아야 할까.

왜 이 남자들은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할까.

못난 남자들의 끝없는 퍼레이드에 속에서 천불이 난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소설이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간혹 페미니즘을 다룬다면서 한쪽으로만 치우친 방향성 때문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책들도 있지만

60억의 행방과 가족들이 화해하고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통쾌하고 유쾌하지만 마음 짠한 할매의 활약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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