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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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추리소설계의 아버지라 평가받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작가 우타노 쇼고가 현대식으로 다시 해석한 단편집이다.

끔찍한 살인 사건의 현장보다는 교묘한 트릭을 이해하고 추리해가는 과정이 두드러진다.

의자를 활용한 복수극, 최신식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폰 살인자,

예상치 못한 밀실 살인의 범인, 스스로 궤짝 안에 갇히게 된 남자 등

현대식으로 해석한 고전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 또한 느껴볼 수 있다.

상세한 묘사 덕분에 머릿속에서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현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내며 다소 변태적인 심리를 가진 캐릭터가 다소 등장한다.

고전 소설을 소재로 했지만 전혀 촌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란포의 작품과

우타노 쇼고의 재치가 더해지면서 빈티지스러운 멋진 책이 완성되었다.

첫 단편인 <의자? 인간!>의 이미지가 꽤 오랫동안 남아있던 탓인지

여타의 장르 소설과는 다르게 다 읽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스마트폰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스즈카가 느꼈을 공포감과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이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심어주면서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점점 커졌다.

또한 스마트폰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남자를 읽고 난 후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든 사람들을 볼 때면

흠칫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현대식으로 해석한 탓에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통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아찔한 시간이었다.

실로 무서운 것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실제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심리 상태가 많이 약해진 탓일 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미스터리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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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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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도에서도 찾기 어려움 남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보라보라섬의 일상은 어떨까.

이 책은 그곳의 소박하지만 다채로운 일상을 담고 있다.

가끔 꿈을 꾼다. 작은 섬에 있는 조그마한 집에 있고 집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지며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초록 나무들이 그늘을 만든 곳에서 야외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픈 꿈.

상상속에서나 가능하다 여겼던 그 모습을 현실로 마주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꽤 크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데 찡했다. 좋아서, 그냥 좋아서 그랬다.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멀리 떠나지 못하는 요즘이라 그런지 더더욱 낯선 곳에서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컸다. 물론 보라보라섬에서의 생활은 100% 만족스럽지 않다.

전기가 나가기도 하고 한국에서 온 택배를 받으려면 한 달이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작가는 담담하고 단순하게 그 상황을 넘기며 받아들인다.

내일의 걱정보다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녀의 삶에 위로를 받는다.

내가 추구했던 내가 원하던 그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아니라 언젠가 나도 오늘의 행복을 꿈꾸며 사는 날을 맞이할 거란 기대감이 커진다.

이 책에 소개된 행복의 조각들을 하나 둘 맞춰보면서 다시 한번 단순하고 조화롭게 사는 지혜를 배운다.

당분간은 보통의 사람이 보여준 조금 특별한 공간 속에 남아 있고 싶다.

<우리만 아는 농담>을 읽으며 이렇게 또 현실 도피를 시도한다.

내 눈에 똑같아 보인다 해도 오늘의 나무가 어제와는 다른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작은 차이. 하지만 그 차이로 인해 오늘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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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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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예전에는 다이어트를 핑계로 땀 흘리는 운동을 했었다.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요가 매트를 깔고 아이패드로 동영상을 보면서 한바탕 땀을 흘렸더랬다.

또 어떤 날에는 집 근처 지하철역 바로 옆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했었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왼쪽으로 가면 바로 피트니스센터가 있었고 오른쪽으로 가면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바로 옆이니 분명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가면 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지만

3개월 등록분에서 내가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간 건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상하게 운동은 내 인생에서 가장 멀리하고픈 단어다. 그럼에도 걷는 것은 무척 좋아한다.

날씨 좋거나, 기분이 살랑거리거나, 과식을 한 날에는 어김없이 걸어 다닌다.

각자에게 맞는 운동이 있다고 한다면 내게 맞는 운동은 걷기인가 보다.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라는 부제답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다양한 종목을 골고루 도전했던 저자의 고백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비록 내가 실제로 도전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으로는 수백 번도 더 해보고 싶었던 운동들이니깐.

이 책은 단순히 저자의 운동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겪게 된 우리 사회의 차별과 무례함, 여성 혐오를 지적한다.

불쾌한 말, 태도, 시선 등 신체적 건강을 위하려고 간 곳에서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끊임없이 운동에 도전했고 실패를 경험했다.

내가 공감했던 건 그녀의 끊임없는 실패 경험이었다. 나도 그러했으니깐. 이상한 동질감이 생겨난다.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에세이를 읽을 때면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양하련다. 눈으로 즐기는 운동에 만족하며 덜먹고 덜 움직이는 지금을 즐기려 한다.

분명 언젠가 스스로 운동을 하러 나설 때가 올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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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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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린 시절 학대받은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교사 엘렌.

부모의 이혼으로 혼돈을 겪고 있는 테오.

그런 테오의 옆에서 친구가 되어준 마티스.

우연히 남편의 숨겨진 이면을 발견하고 끔찍한 현실에 혼란스러운 마티스의 엄마 세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이들의 이야기에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솔직히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현실에서 소설은 일종의 도피처다.

아름답고 행복하고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한 소설을 읽으며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고 싶다.

그래야 마음속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심어두고 그 빛을 따라 살아갈 힘을 얻을 테니깐.

이 책은 지독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읽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그런 현실.

책장을 넘기는 손이 빨라지면서 제발 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작가는 이 책에서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가족이란 끈으로 묶여 숨기고픈 고통스러운 삶을 그리고 있다.

흔히들 부모가 자식을 보호한다 하지만 자식도 부모를 보호하며 공생하고 있다.

제목 <충실한 마음>처럼 등장인물들이 충실하려고 했던 건 자신일까 가족일까.

작가가 전하려고 했던 바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살펴보려 하는 엘렌의 마음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나를 자꾸만 현실 속으로 끌어들인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들의 충실한 마음이 내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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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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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일탈을 꿈꾸고 싶어진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며 낯선 공기, 음식, 문화를 즐기는 순간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책은 나처럼 늘 여행을 떠날 궁리에 빠져 있는 '여행 홀릭' 심리학자가

여행과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조합을 통해 보다 행복한 여행자가 될 수 있는 팁을 전해준다.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구체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 공간에 스며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날의 기억을 추억하는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세세한 심리를 설명해준다.

매년 여행을 떠나면서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관점이라 흥미로웠다.

여행자에게는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전해주고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이들에게는 일상을 여행처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전 세계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고자 마음먹는다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시대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100%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오랫동안 계획하고 꿈꿔왔던 여행이지만 막상 여행지에서 실망한 경험이 종종 있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와 계획에 없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분명 날씨 예보를 확인하고 떠났지만 기상악화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을 때 등

행복해야 할 여행을 망치는 장애물이 상당수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상반된 여행지를 놓고 선택할 때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 결정 장애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여행과 관련한 모든 상황에 대해 우리가 겪게 되는 심리 상황이 참 재미있게 다가왔다.

새로운 시각에서 여행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나와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고 예산과 지출을 계획하고 새로운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 등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다양한 여행에 대한 조언도 기꺼이 이야기한다.

긍정 심리학, 사회 심리학, 성격 심리학, 그리고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까지 다양한 인간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내 여행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과 여행을 끝낸 후 아쉬움까지 새롭게 다가올 여행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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