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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운동을 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예전에는 다이어트를 핑계로 땀 흘리는 운동을 했었다.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요가 매트를 깔고 아이패드로 동영상을 보면서 한바탕 땀을 흘렸더랬다.
또 어떤 날에는 집 근처 지하철역 바로 옆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했었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왼쪽으로 가면 바로 피트니스센터가 있었고 오른쪽으로 가면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바로 옆이니 분명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가면 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지만
3개월 등록분에서 내가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간 건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상하게 운동은 내 인생에서 가장 멀리하고픈 단어다. 그럼에도 걷는 것은 무척 좋아한다.
날씨 좋거나, 기분이 살랑거리거나, 과식을 한 날에는 어김없이 걸어 다닌다.
각자에게 맞는 운동이 있다고 한다면 내게 맞는 운동은 걷기인가 보다.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라는 부제답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다양한 종목을 골고루 도전했던 저자의 고백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비록 내가 실제로 도전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으로는 수백 번도 더 해보고 싶었던 운동들이니깐.
이 책은 단순히 저자의 운동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겪게 된 우리 사회의 차별과 무례함, 여성 혐오를 지적한다.
불쾌한 말, 태도, 시선 등 신체적 건강을 위하려고 간 곳에서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끊임없이 운동에 도전했고 실패를 경험했다.
내가 공감했던 건 그녀의 끊임없는 실패 경험이었다. 나도 그러했으니깐. 이상한 동질감이 생겨난다.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에세이를 읽을 때면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양하련다. 눈으로 즐기는 운동에 만족하며 덜먹고 덜 움직이는 지금을 즐기려 한다.
분명 언젠가 스스로 운동을 하러 나설 때가 올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