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알려진 것보다 앞으로 알려질 것이 더 많은 우리의 뇌.

1.4킬로그램 무게의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저자는 이 작은 뇌가 한 사람을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진행한다.

또한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여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준다.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뇌의 전체적인 기능과 역할을 살펴보고 있다.

뇌과학이라는 어렵게 느껴지는 학문을 일상으로 가져와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저자의 놀라운 이야기 솜씨에 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수많은 임상 실험을 진행하면서도 뇌와 관련한 임상실험은 아직 듣지 못했다.

인간의 뇌를 대신할 연구 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자들은 온전한 뇌가 아닌 환자의 상처 입은 뇌를 살펴보면서

인간의 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몸의 감각 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는 뇌로 전달되고

뉴런이라는 신경 세포를 통해 각 장기로 명령을 내린다.

이런 과정이 상호작용을 이루면서 우리는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저자는 우리 뇌가 가진 신비로움을 설명한다.

각 장에 내용과 연관된 뇌 지도를 첨부하여 미지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이해시켜 준다.

뇌에 대한 온갖 지식이 담긴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다.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지, 상상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지,

하품은 왜 전염되는지, 최면 살인이 가능한지 등 한 번쯤 궁금증을 가졌을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대해 뇌과학을 바탕으로 답을 이야기해준다.

흥미로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뇌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충족되는 만족스러운 책이다.

와이 아트?

와이 아트?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신혜빈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예술이란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저자는 개성 넘치는 9명의 예술가를 소개하며 그림책 형식으로 예술을 이야기한다.

다소 낯선 서사와 독특한 그림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예술이란 장르의 독특한 힘을 전달한다.

상상력이 빚어낸 새로운 형식은 처음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인 돌로레스의 예술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는 게 예술일까? 다소 낯선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돌로레스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

웃는 사람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으며 정말로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예술이란 이런 게 아닐까? 정해진 바 없이 하나의 작품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대로 보는 대로 이해하는 것.

물론 작가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을 테지만 그대로만 이해한다면 재미없을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느끼는 감정들이 모여 예술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정형화된 일상 속에서 딱딱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웃고 울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모든 순간이 유한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해진 횟수만큼 그 일을 다 하고 나면 다시는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도 없고

놀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이상한 카운트다운을 마주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7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언제부턴가 눈앞에 이상한 카운트다운이 보인다.

줄어드는 숫자에 큰 고민을 하게 되면서 이들은 불행한 삶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이상한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고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하다.

그로 인해 일부러 엄마가 해준 밥을 먹지 않게 되거나,

나 혼자 유급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엉망진창인 모습만을 보여주게 되거나,

진정한 사랑을 떠나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이내 깨닫는다. 이 상황이 불행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인지하면서

그 상황을 현명하게 이해하고 잊고 있었던 행복을 다시 찾게 된다.

7편의 단편이 모두 먹먹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잊고 있던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내게 소중한 무언가를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거나 내게 소중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함께 하지 못했던 그 시간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라는 소중한 교훈을 전해주는 따스한 책이다.

과거를 후회하면서 살거나 미래를 걱정하면서 사는 어리석은 행동은 이제 그만하련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

한자와 나오키3

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당하면 두 배로 갚아줘야지!"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은행원 한자와. 이번에는 은행을 적으로 돌렸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모회사인 도쿄중앙은행에서 자회사인 도쿄센트럴증권으로

좌천된 한자와는 기업 M&A라는 새로운 일을 맡게 된다.

유망한 IT 기업을 M&A 하려는 계획은 다시 모회사인 도쿄중앙은행에 뺏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불의에 참지 않고 당한 만큼 갚아줘야 하는 한자와는 새로운 조력자 모리야마와 함께

도쿄중앙은행에 복수의 화살을 겨눈다.

교묘한 술수나 난무하고 법적 책임에서 살짝 비틀어나간 얄팍한 생각으로

무조건 결과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모회사의 간부들에게

우리의 주인공 한자와는 통쾌하고 속이 뻥 뚫리는 한 방을 날린다.

파산 직전의 회사를 눈속임으로 얼렁뚱땅 회생시키려는 괘씸한 사장 부부도,

한자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도쿄중앙은행의 간부들도, 한자와의 눈을 피할 순 없다.

그들의 교묘하고 비열한 수를 깔끔하게 깨부수는 활약은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을의 입장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응어리진 마음을 한자와가 단번에 풀어주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한자와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그의 활약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모네

모네 - 빛과 색으로 완성한 회화의 혁명 ㅣ 클래식 클라우드 14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인상파 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며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

그의 인생 여정을 따라 떠나는 특별한 여행을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빛과 색을 집요하게 탐구했던 모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 르아브르에서 출발하여 본격적으로 화가로 이름을 떨쳤던

파리, 아르장퇴유, 베튀유, 루앙, 지베르니를 거치는 긴 여정을 따라가 본다.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이 야외에서 스케치만 하고 실내로 들어와 그림을 완성했던 것과는 달리

모네는 자연의 빛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화가 부댕의 가르침으로 야외에서

자연을 직접 보며 그리기 시작한 건 당시로서는 낯선 방식이었다.

어디에서든 이젤과 화구를 펼쳐 자신만의 화실로 삼고 자연의 빛을 그대로 조명으로 삼아

센 강의 표면과 주변 풍경을 캔버스에 그려나갔다.

모네의 인생을 따라가는 여정은 19세기 파리의 풍경을 보여준다.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그 시간의 풍경과 문화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림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당시 시대상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기존의 회화 기법을 벗어나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인상을 그린 그의 그림은

빛에 따라 시간에 따라 수천 가지 다른 색을 나타낸다.

새로운 시도는 쉽게 인정받기 어려운 것처럼 모네의 이러한 시도도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주류 미술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았다. 빛과 색으로 시대를 앞선 인상주의는

역사가 흐른 후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시력을 잃어가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던 모네.

거장의 인생을 따라가는 이 여정에서 그의 열정과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기회가 있다면 모네 <수련> 연작이 걸린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직접 그의 그림을 만나고 싶어졌다. 거장의 인생이 모두 담긴 작품을 직접 보며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기억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