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웨이 다운

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요란한 총성이 울린 후 윌은 고개를 들어 시체를 확인했다.

시체는 단 한 구. 형 숀이었다.

하지만 윌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안다.

이 동네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룰이 있었으니깐.

No. 1: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2: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3: 복수하는 것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윌은 숀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다.

형이 서랍장에 숨겨둔 총을 찾아 허리춤에 넣었다.

그리고 세번째 룰을 따르기 위해 집을 나섰다.

단 60초.

윌이 살고 있던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는 시간.

그리고 소년이 살인자가 되기까지 남은 시간.

이 짧은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나를 홀렸다.

영화 같은 책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독특한 형식의 책이라 첫 장을 펼쳤을 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읽으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윌의 독백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심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하면서

장면마다 머릿속에 확실하게 영상처럼 남겨졌다.

말 그대로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에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윌의 복잡한 심리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형을 죽인 이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는 마음과 살인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총을 쏴 본 적 없는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엔 큰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무서움.

이런 복잡한 심리들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표현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 어느 때보다 감정 소모가 큰 책이다. 내가 윌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기를 빼앗겼다.

이 책이야말로 진심으로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 

아일랜드에서 멈추다

아일랜드에서 멈추다 - 초록빛 힐링의 섬
이현구 지음 / 모요사 / 2019년 12월

아일랜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건 이상하게도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다.

언제 어디서 본 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온통 초록색이었던 화면이 꽤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내 기억 속의 아일랜드는 초록색으로 물든 곳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낯설었던 아일랜드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설명한 부분에서

뚜렷한 초록색으로 다가왔다. 3월의 봄날, 온 나라가 초록으로 뒤덮이는 날.

그 멋진 곳에서 살아가는 낯선 이의 삶을 따라가본다.

아일랜드에서 산 지 9년 차가 되는 저자가 소개하는 현지인의 삶은 꽤 흥미진진하다.

낯선 환경과 문화도 흥미롭고 우리와 닮은 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도시를 누비는 거리에서는 버스킹의 음악 소리가 들리고

1년 365일 중 300일 비가 내리는 다소 우울한 환경에서도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는 나라.

이 나라의 매력은 끝이 없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와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난다.

보통의 여행책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일랜드의 숨겨진 매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포슬포슬하게 삶은 감자 하나면 기분 좋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고

즉흥적으로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메이브 브레넌이 살던 집을 찾아가기도 하며

남편 존과 밴드를 만들어 교도소에서 공연을 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행복이 묻어난다.

아일랜드의 초록빛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기분 좋은 설렘과 여행을 떠나고픈 열망을 동시에 전해주는 책이다.

[100자평]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고영 지음, 허안나 그림 / 카시오페아 / 2019년 12월

운동은 상상속에서만 하고 현실은 그저 누워만 있는 요즘, 정말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은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에요. 무척이나 공감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해빗

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30여 년간 인간 행동을 연구해온 저자가 잠재된 43퍼센트의 무의식을 깨울 수 있는 비기를 알려준다.

저자는 집중하고 노력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습관이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자동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법칙을 쉽게 설명해준다.

새해 첫날이 되면 다이어리 첫 장에는 올 한 해에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도 목록으로 작성하면 금세 한 장이 꽉 차게 된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산다.

초반에 투지를 활활 태워버린 탓에 계절이 지나면 목표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지워지게 된다.

이런 행동은 해가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올해는 계획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자고 마음먹었지만 다시 다이어리 첫 장은 목표들로 채워진다.

저자는 이런 내게 곧 사라질 의지력 대신 주변 상황의 조건을 바꿔 저절로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 과학의 힘을 빌리라고 말해준다. 습관처럼 작성하던 다이어리 첫 장을 버리고

과학적으로 습관을 분석하여 실제로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양한 과학적 사례와 분석을 통해 의도적으로 일상을 조작함으로써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목표와 동기에만 집착하던 삶에서 벗어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과학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결국 목표 달성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의지력이 흔들리는 갈대와도 같은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무의미한 다이어리 첫 장 쓰기는 그만하고 싶다.

한 해가 지고 다시 새해가 오는 이 시점에 추천하는 책이다.

자신의 습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잘못된 습관은 버리고

긍정적인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한발 내디뎌 보자.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알려진 것보다 앞으로 알려질 것이 더 많은 우리의 뇌.

1.4킬로그램 무게의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저자는 이 작은 뇌가 한 사람을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진행한다.

또한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여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준다.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뇌의 전체적인 기능과 역할을 살펴보고 있다.

뇌과학이라는 어렵게 느껴지는 학문을 일상으로 가져와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저자의 놀라운 이야기 솜씨에 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수많은 임상 실험을 진행하면서도 뇌와 관련한 임상실험은 아직 듣지 못했다.

인간의 뇌를 대신할 연구 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자들은 온전한 뇌가 아닌 환자의 상처 입은 뇌를 살펴보면서

인간의 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몸의 감각 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는 뇌로 전달되고

뉴런이라는 신경 세포를 통해 각 장기로 명령을 내린다.

이런 과정이 상호작용을 이루면서 우리는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저자는 우리 뇌가 가진 신비로움을 설명한다.

각 장에 내용과 연관된 뇌 지도를 첨부하여 미지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이해시켜 준다.

뇌에 대한 온갖 지식이 담긴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다.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지, 상상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지,

하품은 왜 전염되는지, 최면 살인이 가능한지 등 한 번쯤 궁금증을 가졌을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대해 뇌과학을 바탕으로 답을 이야기해준다.

흥미로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뇌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충족되는 만족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