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일을 반드시 끝내는 습관 - 중간에 포기해버리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힘
젠 예거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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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해야 겠다고 생각하면 시작은 1등으로 한다. 그러나 이내 흥미를 잃게 되고

어느 순간 잊고 만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처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했다

여기며 또 다른 일에 흥미를 갖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업무와 관련된 일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과 관련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히려 마감보다 더 빨리 완벽하게 끝내려

밤낮없이 매달리고 있으니깐.

대부분 내가 끝내지 못했던 것은 스스로 다짐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6개월 안에

스페인어 회화를 마스터하겠다든지, 매일 고전문학을 읽겠다든지 이런 식으로 다짐하고

시작했던 일들은 금방 열정이 사그라든다. 출발 지점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일까.

그래서 늘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마음속에 부담으로 남아있다.

이 책의 목표는 단순하다. 하고자 마음먹은 일을 모두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30년 넘게 시간관리를 연구한 저자의 인생 설계 노하우가 담겨 있다.

4부로 나누어 각자의 실패 원인을 파악한 다음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에서는 각자를 위한 워크북 섹션을 통해 책에서 읽고 배운 끝내기 습관을

연습하여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저자는 현실적인 시한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터무니없이 6개월이라는 시간을 정해두고 생전 처음 접하는 외국어를 마스터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목표 설정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열정과 에너지는 빠르게 사라지는

스스로 정한 마감 시한은 다가오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에 저자는 제대로 하고 싶을 경우에

꼭 필요한 시간을 현실적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 중간중간에는 현재 개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항을 제시하고 있다.

빈칸에 문항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쓰고 현재 상태를 파악한 다음 적합한 실천 노하우를 익혀

포기라는 나쁜 습관을 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키지 못한 스스로와의

약속에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일부터 제대로 끝내는 습관을

차근차근 만들려 한다. 올 연말쯤에는 내가 시작한 일에 대해 모두 끝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내기는 실상 “내가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해야만 했을까?”라는 넓은 질문의 일부다.

‘No’라는 답이 나왔다면 그게 어떤 종류의 일이든 미완으로 남겨도 좋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과업, 프로젝트, 더 나아가 인간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판단이 내려진 경우 끝내지 않고 미완으로 남기겠다는 결정은 실패나 패배가 아닌 훌륭한 선택이다.

p.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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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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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명의 에세이스트가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뽕커리, 비, 커피,

그리고 그 쓸데없는 것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느 '언젠가' 각자가 풀어낸 이야기는 늦은 밤 친구와 술 한잔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의 기억 속 한순간이 내 경험과 비슷했을 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전혀 다른 언젠가 이야기는 낯선 설렘을 느끼게 해준다.

7명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글은 읽는 재미를 안겨 준다.

아기자기한 일상 이야기가 내 일상과 겹쳐지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응원가처럼 들린다.

어느 장소, 어느 향기, 어느 바람을 느꼈을 때 그 순간 문득 생각나는 과거의 한 조각은

행복하고 미화된 기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잠시나마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게 해준다. 그런 착각 덕분에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다정하게 위로하며 달래주는 주는 좋은 글 덕분에 지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기분이다.

나의 '언젠가'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길 소박한 이야기가

만들어가는 언젠가를 그려본다.

친구란, 나이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것이고, 내가 살아가는 속도, 그리고 내가 있게 된 세계, 내 마음을 깊이 두고 있는 것과 관련된 어느 존재들이 아닐까 싶다.

p. 120 <친구란> - 정지우

어쩌면 나는 지금도 알 수 없는 어느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그곳은 막연한 행복, 아직 그 형태를 알 수 없는 기쁨,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사랑 같은 것들이 내 삶에 녹아있는 어떤 양지바른 곳이 될 거라고 나는 믿고 있을 것이다.

p.319 <미신에 기대어> - 정지우

가지지 못했던 예쁜 아침을 보았고 아직 오지 않은 여유로운 저녁을 만난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내가 쥐고 태어난 명줄의 절반쯤 살았다고 가정했을 때, 절반씩이나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날을 쓸데없음과 함께했을까 곰곰 곱씹어 보았다. 곱씹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가 서둘러 지워 버렸다. 살면서 내가 저지른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은…, (실제로는 넘치고 넘쳐서 취합하기도 힘들지만)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은 순간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모든 멍청했던 나도, 모든 아팠던 나도, 이제는 소중한 나만의 역사가 되었다.

p. 357 <내 인생은 점심시간> -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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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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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대한 로망이 있다. 아이보리색 몸체에 핸들 앞에는 란탄 바구니가 달려 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이온음료 광고 음악이 들리는 것만 같은 그런 환상이 있다.

꽤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사기 위해 알아보고 다녔지만 아직 내 마음에 딱 들어맞는

자전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 이런 내 환상을 무참히 깨어준 이가 있다.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58일간 미국을 횡단했다. 그녀의 자전거 여행기는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스스로 강해지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자전거 횡단은 처음부터 불안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그녀는 이걸 왜 시작했는지 화가 나기 시작한다.

끝없는 오르막길은 완주의 의지를 짓밟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출발 전 그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저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페달을 돌리고 또 돌렸다.

체인이 빠지고 꼴사납게 넘어지지만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이만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의 그림을 보고 손글씨로 쓴 글을 읽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 배우라고.

그래서 다짐한다. 결코 섣불리 자전거 횡단이라는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겠다고.

그녀의 이야기에 대리만족하며 멈춰진 머릿속을 다시 채운다.

복잡한 현실에서 기분 좋은 여행을 떠난 느낌을 안겨 준 책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

가자 저곳으로

그 산을 오르고

마침내 고지를 넘으면

지나간 일이 된다

DAY 9 -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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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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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닝썬, N번방, 웰컴투비디오 등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성범죄가

뉴스의 메인 꼭지를 장식하고 있다. 여성을 단지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부 파렴치한 인간들의 행태에 딸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는 하소연은 듣게 된다.

나혁진 작가의 책 <상처>는 이러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사고로 어린 딸 예나를 잃고 아내와 이혼한 전직 형사 이호진은 술에 젖어 살아가고 있다.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삶의 의욕조차 잃은 그에게 상사였던 백동표가 찾아왔다.

사라진 딸을 찾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은애를 찾기 시작했다.

집을 나간 은애의 모습은 한 포르노 영상에서 발견되었다.

이 영상을 단서로 사라진 은애를 찾기 위한 형사의 본능이 다시 살아났다.

불편한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행복했던 과거를 그리며 눈물 흘린다.

우리 사회는 유독 성을 금기시한다.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주제는 점점 더 음지로 숨어든다.

인터넷을 매개로 누구나 쉽게 성과 관련한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제제도 제약도 없는 가상 세계에서 누군가는 성을 팔고 누군가는 돈을 번다.

불범 음란 동영상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디지털 성범죄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힘없고 어린 사람들은 농락당한다. 한 번의 실수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영상으로 남아 영원히 반복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현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의 추적이 끝나고 범인이 밝혀지면 통쾌할 줄 알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범인의 고백을 들으며 안타까움과 분노가 동시에 생겨났다.

어쩌면 범인도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래도 용서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빼앗았으니깐.

모른척하고 싶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내겐 어디도 갈 곳이 없었다. 한때의 등 뒤를 지켜주던 동료들이 있는 경찰서도, 아내가 있는 호주도, 예나가 잠들어 있는 어린이 납골당도, 그 어느 곳도 나를 반기지 않았다. 나는 갈 곳이 없다. 내 무덤으로 점찍은 이 스산한 집 말고는...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냥 울어버렸다.

p.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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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쾌변 -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박준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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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조 1번지라 불리는 서초동에서는 욕을 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막장 드라마부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가슴 절절한 드라마까지 현실에서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사법 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변호사의 절대적인 숫자는 증가했고

과거 선망의 대상이자 출세의 지름길이었던 변호사들도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계형 변호사를 자칭하는 이가 있다.

9년째 서초동 주변을 맴돌며 직업이 '변호사'인 이 책의 저자가 그 주인공이다.

변호사라는 직업 때문일까. 글도 어쩜 이리도 재미있게 쓰는지.

저자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얼굴과 말투를 나름대로 그리며

변호사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유쾌하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법조계는 다른 세상일 줄 알았는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가 보다.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오늘 하루 무사히 버텼다고 위로하는 삶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사명감과 정의감은 사전에나 나오는 단어일 뿐이고 월요일이면 아프고만 싶다는

속내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그저 법률을 서비스하는

자영업자일 뿐이라는 자기 고백은 짠하기까지 하다.

승진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로운 출근 시간을 원칙으로 하는 생계형 변호사의

유쾌한 일상을 엿보며 모처럼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재판을 통해 자신이 믿는 ‘진실’이 아주 쉽게 그리고 당연히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든지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 따위의 허무맹랑한 소리만 믿고 재판에 임하면 언제나, 반드시 패하며 그때까지 믿었던 진실은 순식간에 거짓으로 둔갑한다. 재판에서는 증거로 말하는 게 원칙이다. 제아무리 정의고 진실이고 나발이고 간에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사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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