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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자전거에 대한 로망이 있다. 아이보리색 몸체에 핸들 앞에는 란탄 바구니가 달려 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이온음료 광고 음악이 들리는 것만 같은 그런 환상이 있다.
꽤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사기 위해 알아보고 다녔지만 아직 내 마음에 딱 들어맞는
자전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 이런 내 환상을 무참히 깨어준 이가 있다.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58일간 미국을 횡단했다. 그녀의 자전거 여행기는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스스로 강해지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자전거 횡단은 처음부터 불안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그녀는 이걸 왜 시작했는지 화가 나기 시작한다.
끝없는 오르막길은 완주의 의지를 짓밟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출발 전 그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저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페달을 돌리고 또 돌렸다.
체인이 빠지고 꼴사납게 넘어지지만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이만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의 그림을 보고 손글씨로 쓴 글을 읽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 배우라고.
그래서 다짐한다. 결코 섣불리 자전거 횡단이라는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겠다고.
그녀의 이야기에 대리만족하며 멈춰진 머릿속을 다시 채운다.
복잡한 현실에서 기분 좋은 여행을 떠난 느낌을 안겨 준 책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
가자 저곳으로
그 산을 오르고
마침내 고지를 넘으면
지나간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