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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읽은 건 에세이일까 소설일까. 과연 이 모든 일이 실제로 벌어진 일일까.
한 미국 소녀가 군사독재 하에 있는 버마로 향했다.
그곳의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그녀는 위장결혼이라는 수단을 이용했다.
스무 살. 나는 그 나이에 무엇을 했었던가.
이제 막 어른이 된 나는 낯선 세상에 적응하기 바빴다.
오롯이 나만 생각하기에도 벅찬 시간들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비슷한 나이의 한 소녀는 삼엄한 검문을 통과하여
위험한 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웅 산 수 치를 만나 그녀의 목소리를 담아 세상에 공개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테러범들의 은신처들을 알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모든 일을 20대 초반에 해낸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최연소 여성 비밀 요원으로 CIA에 스카우트된다.
험난한 CIA 훈련 프로그램을 통과하고 예술품 사업가로 위장하여 세계 곳곳에 투입된다.
CIA 요원으로서 그녀는 국가를 위해 테러를 막기 위해
가족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살아야만 했다.
수년간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조직을 추적했던 그녀는
은퇴 후 평화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이 책을 믿지 못했던 건 "CIA에서 이 책의 발간을 허락했을까"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CIA가 어떻게 스카우트를 하는지, 어떤 훈련을 하는지 등 공개되지 않아야 할 정보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쉽게 허락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세상에 드러났고
궁금했던 비밀 요원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비밀 요원으로서 그녀의 사명감과 열정, 한 인간으로서의 고독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영화로만 보던 비밀 요원의 삶이 현실에서는 더 처절하고 고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격적인 사건과 테러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가짜 인생에 숨겨진 그녀의 진짜 인생.
이제 평화운동가로서 그녀의 삶이 기대된다. 어떤 모험과 운명에 마주하게 될지.
그리고 이제 스타벅스를 간다면 모든 사람들을 의심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신한테 어떻게 연락하죠?"
나는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를 꺼냈다.
"날 보고 싶으면 라떼를 사 마셔요.
그리고 24시간 후에 만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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