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이춘수 외 지음, 강맑실 엮음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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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이라는 네 글자에는 묘한 힘이 실려 있다.

따스함, 정겨움, 소박함, 자유로움, 온화함 등등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기운을

전달해 준다. 동네에 있던 책방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후 아쉬웠기 때문인지 이 책을 보자

마치 보물지도를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무척이나 반가웠다.

초록색 표지의 책은 진심과 정성으로 만든 책을 향한 초대장이다.

책 속에는 동네책방 주인장들이 직접 쓴 글과 사람과 책을 만남을 주선하는 따스한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도시 속 작은 책방부터 섬마을 끄트머리 책방까지

우리나라 곳곳에 이토록 가보고 싶은 동네책방이 많을 줄은 몰랐다.

그곳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골목과 골목을 잇는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따스한 위로를 받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동네책방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책만 사기 위해서라면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동네책방에는 책 이상의 것이 있다.

책과 더불어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건네는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방만 해도 어느 하나 비슷한 곳이 없다.

각자가 가진 개성을 살리며 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기다린다.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이들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동네책방과 책방지기 덕분에 삭막한 거리에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책 읽는 문화를 만들며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동네책방.

이 책을 읽으며 이루지 못한 책방지기의 꿈을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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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과학과 모험, 세계사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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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에 속한 다양한 원소를 소개하고 원소들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화학의 기초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렵게 느껴지는 화학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찾을 수 있다.

학부 시절 유독 화학을 어렵게 느꼈었는데 그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미래가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유쾌한 상상을 해 본다.

저자는 주기율표에 담기 원소들의 발견 과정과 쓰임새를 시작으로

착한 과학과 악학 과학을 설명하고 인류에게 이로운 의약품의 발견 등에서

원소의 놀라운 역할을 전해준다. 또한 원소가 돈으로 쓰였다는 사실이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전쟁에 사용되었으며

퀴리 부인이 자신이 발견한 원소에 조국의 이름을 붙였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하며

과학 책은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편견을 단숨에 깨트려 준다.

숫자와 기호로 표기된 118가지 원소의 세상에 이토록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그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청소년 에디션이라고 하지만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저자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원소들의 역할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다. 누구나 이 책을 통해 원소의 매력에 빠져들고

사고의 폭을 넓혀 기발한 발견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주기율표는 화학과 물리학과 생물학 분야에서 일어나는 많은 발견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 우리의 모든 정렬과 집착이 축적된 보물 창고라는 점에서, 주기율표는 매우 인간적인 것이기도 하다.

p.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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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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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보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온전한 한 사람의 몫을 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점점 희미해지는 존재감으로 유령처럼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내 모습을 투영해 본다. 나는 어떤 존재일까. 어쩌면 나도 유령이 아닐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나이, 성별, 학력, 경력 무관이라는 채용 조건에 무작정 이력서를 내고

약국에 취직한다. 주인공 나는 국장이라 불리는 김 약사와 조 부장과 함께

약국에서의 삶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주인공에게서는 상실의 기운이 느껴진다.

마음의 결핍일 수도 있고 물질적 결핍일 수도 있다.

다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상실의 기운이 불편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결핍을 채워줘야 한다는

알 수 없는 강박감이 생겨난다.

이 책은 아직 '1'이 되지 못한 '0'에 가까운 존재들을 담고 있다고 한다.

'1'이 되면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결론은 누가 내린 것일까.

정말 1이 되면 완전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모두가 1이 된다면 그래서 모두가 뚜렷한 존재감을 내보인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풀리지 않은 의문을 뒤로한 채 다시 유령의 삶이 집중해 본다.

주인공은 0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의지도 의미도 없던 약국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면접을 보기 시작하고

주말에는 집회에 참석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그렇게 0의 삶에서 하나둘씩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희미한 점도 점점이 모이면 뚜렷한 점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치열했던 지난 삶에 대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때를 기다리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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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의 발견
조성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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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특히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말 밤이면 빼놓지 않고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의뢰자의 사연에 적합한 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 방송을 통해 이 책에 소재된 공유 주택의 실물을 본 적이 있다.

혼자를 위한 공간과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독특했던 곳으로 기억한다.

방송을 보면서 혼자 공유 주택의 장단점을 생각했었다.

이 책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바를 실제 경험으로 확장하여 주거와 공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저자는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다는 사람들의 심리에 중점을 두고

의뢰를 받아 '맹그로브'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한 곳이지만

더 나은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을 반영하고

건축 후 실제 공유 주거를 체험하면서 의도된 설계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개선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설계 이후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3평짜리 방은 누군가에게 만족할 만한 크기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 비좁은

방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저자는 공간을 단순히 면적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공간감을 기준으로 집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했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각자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공간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집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삶의 문제가 되는 거주 공간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저자가 보여준 주거 실험을 통해 삶이 목적인 집을 향한 건축가의 다정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공유 주택이라는 선택지가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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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가 된다 위대한 도시들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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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라는 대도시에 생명이 깃들어 있고 이를 수호하는 다섯 인간 화신이 존재한다는

놀라운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 소설이다.

뉴욕 자치구를 보호하는 화신들은 뉴욕이 탄생하려는 순간 이를 막으려는 적과 맞서기

위해 중심 화신인 프라이머리를 찾아 뭉치기 시작한다.

각 화신들은 때로는 시끌벅적하게 때로는 아찔하게

다양한 소동을 계기로 자신들의 정체를 각성하게 된다.

늘 동경하던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갈수록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오래전 뉴욕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그리고 스탠튼 아일랜드의 화신들은

서로의 존재는 느끼기 시작한 동시에 적의 등장을 목격하게 된다.

계획적으로 도시를 장악하려는 적은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골적인 혐오와 차별이 담겨있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원주민들은 내쫓길 위기에 처한다.

건물 여기저기에는 어디서나 똑같은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개성 잃은 도시는 긴 촉수가

달린 괴물로 변하게 된다. 막연한 세계관이 이해되는 건 이러한 현실의 문제를

소설에 투영해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도 도시를 수호하는

화신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라는 유쾌한 상상을 해 본다.

소설에는 뉴욕 이외에도 도시의 특징을 닮은 이국의 화신들이 등장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괴물의 공격에 맞서는 화신들의 활약을 살펴보는 재미부터

외딴 섬처럼 다소 다른 성향의 스탠튼 아일랜드 화신의 조마조마한 선택까지

무한한 도시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나는 도시를 살아간다. 번창하는 이 도시는 나의 것이다. 이 도시의 훌륭한 화신인 내가 함께한다면 우리는 결고 두려워하지 않-

이런 젠장 뭔가 잘못됐다.

p.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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