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문
서맨사 소토 얌바오 지음, 이영아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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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라멘집으로 보이지만 '이키가이'는 잘못된 선택과 깊은 후회를 맡기는 전당포다. 하나가 아버지에게 가게를 물려받은 첫날 아침, 가게는 난장판이 되고 아버지는 사라졌으며 가장 소중한 '선택'은 도난당했다. 그 순간 찾아온 물리학자 게이신(케이)과 함께 사라진 것들을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기로 한다.


물건이 아니라 후회스러운 지난날의 선택을 맡기는 전당포라는 설정이 호기심을 일으켰다.

"내가 하나의 전당포를 찾아간다면 무엇을 맡겨야 할까."

이 커다란 질문을 시작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시작부터 많은 궁금증을 던진다. 

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라진 선택은 무엇일까. 

갑자기 나타난 게이신과의 관계는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소설 『워터 문』에서 만나게 되는 세상은

종이학이 날아다니고 양초가 기도를 듣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다.

작가는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후회를 두려워 말라는 다정한 용기를 전해준다.

게이신의 과거와 하나의 어머니가 지닌 비밀이 드러났을 때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일지 궁금했다.

이에 더해 정해진 운명의 틀에 갇혀 있던 하나가 어떻게 굴레에서 벗어날지 기대가 됐다.

작가는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여 실망할 수 있지만 그러한 소중한 상처들이 

인생의 보물이 된다는 걸 두 사람의 모험을 통해 보여준다.

행복은 어느 한 공간, 한순간이 아니라 우리가 쉬는 모든 숨에 깃들여 있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며 시간을 버리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기대하라는 

다정한 위로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평소 완전히 닫힌 결말을 선호하기에 이 소설의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한 시대가 끝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준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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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산문
안보윤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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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이 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지만 알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에 서글퍼졌다. 기분을 바꾸기 위해 느닷없이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띄는 책장 속 책을 펼쳤다. 하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미 없는 말들이 오고 갔지만 마음속의 외로움은 서서히 사라졌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안보윤 작가의 첫 산문집 『외로우면 종말』은 어제의 나를 연민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자신에 대한 부정과 자책, 의심을 시간을 지나 나를 보듬어 안는 용기를 낸다. 그 용기는 긴 시간을 함께해 준 이들의 온기 덕분이다.


억지로 가야 하는 학원을 가던 어느 날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종점에 도착했을 때 울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온 낯선 아주머니.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 버린 차 곁으로 다급히 다가와 멈춰 선 차와 사람들을 갓길까지 데려다준 이름 모를 아저씨. 지연된 대학병원 진료실 앞에서 마주한 사람들. 그들이 건넨 작은 친절이 쌓여 구원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이웃의 안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며칠 전 늦은 밤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 옆집으로 이사 온 학생이었다. 상기된 얼굴로 잠긴 문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던 그녀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기꺼이 핸드폰을 건넸고 그녀의 일이 다 해결된 후 통화 목록에 119가 찍혀 있는 걸 봤다. 내가 건넨 작은 선의가 그녀에게 온기로 다가갔으리라 믿는다.


작가의 글들이 내 일상으로 조금씩 스며든다.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며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이제는 마음속에 박혀 있던 가시를 하나둘씩 뽑아내고 누군가에게 기꺼이 배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도록 문질러 온기를 채우다 보면 부드럽고 촉촉해진 내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뻗을 용기를 얻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마음이, 관계가, 시간이 익어갈 것이다. 이 작은 가죽이 익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p. 210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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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평생 독서법 - 잘 고르고, 읽고, 쓰는 즐거움
김선영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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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독서라고 답한다. 식상하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이어진 취미는 독서가 유일하다. 이런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꽤 많은 책을 산다. 책이 발이 달려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내 집에 들여놓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는 속도가 더 빠른 경우가 종종 있다.

책 읽는 방식은 다양하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의 독서 방식을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책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저자의 독서 노하우가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독서법이 궁금하다면 19년 차 글쟁이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저자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이 아니어도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왜 독서법을 배워야 하는지, 독서를 통해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지를 말하며 문해력을 이야기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이 되고 숏츠에 익숙해진 시대에 문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도 문해력은 중요하다.

이제 독서를 해야 할 이유를 알았다면 실천에 옮길 차례다. 저자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기꺼이 방출하며 책에 가까워지는 다양한 방법을 전수한다.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활용하거나 출판사 SNS 구독하여 정보를 얻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또한 헌책방과 중고서점이라는 색다른 선택지도 제시한다.

이 밖에도 독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장치를 이야기하는데, 독서 역시 '장비발'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독서를 즐기면서 작지만 기분 좋아지는 도구들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비즈로 장식된 예쁜 책갈피는 기본이며, 좋았던 글을 표시하는 인덱스와 북연필도 여러 개 구매했다. 최근에 구매한 독서 용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북라이트다. 책 크기와 비슷한 북라이트로 빛이 분산되지 않아 잠들기 전 독서를 위해 가장 말이 활용하고 있다.

저자의 독서 노하우는 내가 실천하고 있는 방법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도 생겼다. 독서는 생각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따라서 세대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우리나라 출판 시장이 활성화되고 책 읽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이 생겨났다. 예기치 못한 정치적 혼란으로 그 기회가 사라진 것만 같아 아쉽다. 이 책이 그 기대감을 다시 충족시켜주리라 믿고 싶다.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독서라는 친구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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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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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 이면에는 어둡고 씁쓸한 역사가 있었다.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작인 『향신료 전쟁』에서는 향신료를 둘러싼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탐욕과 세계사를 맛깔나게 보여줬는데, 이번 책에서는 설탕을 둘러싸고 벌어진 세계 이야기를 드려준다. 


달달한 맛의 대명사인 설탕이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과거에는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졌던 설탕이 현재에 이르러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로 취급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설탕을 매개체로 들여다본 역사는 기대만큼 달콤하진 않았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서 여러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대규모 농장을 운영했다. 농장 운영을 위해서 원주민들을 거의 노예처럼 부렸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파괴했다. 


또한 대규모의 아프리카 흑인 역시 설탕 산업의 희생자가 되었다. 강제 이주를 통해 이들을 노예로 부리며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학대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흑인 노예들은 분노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치열한 투쟁은 세계 최초 흑인 노예 독립국인 아이티 공화국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설탕의 역사에 한인들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시선을 끌었다. 20세기 초 '사진신부'라는 제도를 통해 하와이에 있는 정착하게 된 한인들은 약 40개 설탕 농장에 분산 배치되어 끔찍한 노동 환경을 견뎌야만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수입의 일부를 독립운동자금에 보탰다.


달콤한 설탕의 역사가 이토록 잔혹할 줄은 몰랐다. 본능적으로 단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해 온 인간의 잔혹한 본성은 역사 속에서도 드러난다. 익숙한 식재료를 통해 알게 된 세계사는 결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익숙한 역사적 서술에서 벗어나 색다른 접근을 찾는 이들에게 『설탕 전쟁』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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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빛 - 런던·오스틴·코펜하겐·서울에서 발견한 빛나는 생각들
조형래.김다현.강송희 지음 / 효형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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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도시에서 살아서일까. '도시'라는 키워드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유명한 대도시부터 낯선 소도시까지 그곳에서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더 나은 도시인으로 살고 싶어서일 것이다. 이 책은 도시의 '빛'을 주제로 저자들의 거주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 도시 안에 담긴 고유한 빛을 소개하며 도시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세 명의 저자들은 런던, 오스틴, 코펜하겐, 서울의 빛을 보여준다. 내 버킷 리스트에 있는 영국이라 반가웠고 오스틴이라는 낯선 지명에 호기심이 생겼으며 코펜하겐의 휘게가 궁금했다. 그리고 케이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의 미래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런던을 테마파크와 견주어 설명한 글은 무엇보다 이해하기 쉬웠다. 다핵형 구조와 공간의 상호 연결성은 보행자의 발걸음을 당긴다. 중심과 부심으로 각기 다른 랜드마크를 설계하여 즐거운 보행 경험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에 블루 플라크로 상징되는 공공디자인이 더해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각인된다.


오스틴은 낯선 도시였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이곳은 '이상함'의 매력을 뽐낸다. 저층 건물 위주의 수평적 도시설계, 정형화된 미학에서 벗어나 지역성과 개성을 반영한 상점과 간판, 다양한 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이 도시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그 안에서 창의성 넘치는 인재들을 유치하며 예술 기술 교육 비즈니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휘게' 문화로 대표되는 코펜하겐 역시 특별한 도시다. 도심 속거 리에 트램펄린을 설치하여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코펜하겐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인 페리미터 블록은 도시 환경에서 정원에서의 휘게 시간을 보장해 준다. 항구 재개발 사업을 통해 산업 항구를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전환한 점도 흥미롭다. 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코펜하겐의 철학이 내가 살고 이는 도시에서도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인들에게 안전한 도시로 인식되고 있는 서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이 책에서는 공간 설계, 도시 계획, 그리고 개선된 안전 인프라를 융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케이 문화가 글로벌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의 중심에 선 서울은 이제부터라도 분명한 방향성과 미래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즈'의 흥행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세계인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공공 공간의 활용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고 도시 블렌딩이 강화된 서울의 미래가 기대된다. 


젊은 도시학자들이 마주한 도시의 빛은 내가 살고 싶은 도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도시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이야기는 각 도시가 가진 고유한 빛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충동을 점점 부풀린다. 도시에서의 행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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