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의 배신 - 중독의 모든 것: 술, 도박, 스마트폰, 음식, 마약, 2025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강웅구.박선영.안유석 지음 / 포르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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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보통 중독이라 하면 술과 약물을 떠올리는 데 요즘은 스마트폰과 게임, 그리고 음식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다양화되고 있다. 나 역시 스마트폰과 SNS, 심지어 책을 사는 행위에 집착하곤 한다. 왜 우리는 특정한 것에 집착하는 걸까. 이 책은 뇌과학과 사회적 시각에서 중독을 분석하고 우리가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중독은 우리가 문화를 즐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는 부산물이다. 이것이 책에서 중독을 대하는 기본 입장이다. 중독성 약물과 행위들은 우리 문화에서 추방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잘 조절하면서 같이 살아야 할 것들이다. ‘완전한 중단만이 치료의 목표’라는 입장에서 벗어나서, 중독 치료의 최종 목표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고 있다.

p. 13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며 전문의인 저자들은 우리가 무언가에 중독되는 건 도파민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도파민은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커니즘으로서, 도파민에 잠식당한 뇌는 중독에 취약하게 되므로 뇌의 보상 회로를 재설정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내가 도파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p. 63

저자들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중독은 문화의 한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들이 어느새 우리를 지배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중독의 원인이 되는 도파민의 작용 기전을 과학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책에는 중독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중독 사례가 등장한다. 이를 통해 중독의 다양한 양상과 형성 과정을 알게 되고 벗어나는 방법까지 고민해 볼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중독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주위를 둘러싼 끊을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의지력이 약해지고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실패했기 때문이라 여겼다. 가령 일하는 시간에는 SNS 보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 다짐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책을 사는 것도 그렇다. 이미 사 놓은 책이 잔뜩이라 적어도 10권은 읽은 후에 새로 사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입하지만 온갖 이유를 다 대며 또 결제창을 클릭한다.


중독은 강한 쾌감에서 오는 게 아니라 SNS의 좋아요 알림과 같은 사소한 경험의 반복적 보상이 문제라는 말이 이제는 이해된다. 이 책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중독 문제를 개인의 의지력이나 의학적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정책적으로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독의 경계에 서 있는 현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치료를 받으면 중독에 빼앗긴 자율성을 되찾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치료받으러 가기 위해서는 나를 향한 나쁜 시선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담담한 용기가 필요하다. 회피하거나 방어적이 되면 치료에 접근할 기회를 잃는다. 필요한 것은 약물과 도박을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력이 아니라 치료받으러 갈 용기와 결심이다.

P.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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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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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이면 엄마 손을 잡고 대중목욕탕을 갔었다. 엄마는 일찍 가야 물이 깨끗하다며 해도 안 뜬 새벽에 깨우곤 했었다. 엄마와 나의 추억은 대학을 들어가서도 이어졌다. 이른 아침 목욕을 끝내고 나오면 목욕탕 앞에는 호떡을 파는 리어카가 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호떡을 하나씩 들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일상의 어느 순간이든 익숙하게 느껴지는 공중목욕탕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이 책은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준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하는 동안 전국 각지의 목욕탕 문화를 연구했던 저자는 세계 목욕의 역사에서 우리의 목욕 문화까지 목욕과 관련한 역사를 소개한다. 지금의 목욕 문화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문명이 시작하면서 목욕을 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고대 로마와 이슬람을 거쳐 산업혁명을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는 각 지역별로 특징적인 목욕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다양한 주제로 역사를 접하지만 오롯이 목욕만으로 역사를 살펴본 건 처음이다. 내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공중목욕탕과 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공중목욕탕을 쾌락의 공간이라 여기고 악마의 소굴로 여겼으며, 고인 물을 불결하게 여긴 이슬람은 탕이 없는 공중목욕탕을 건설했다. 또한 유럽에서는 중세 시대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 목욕탕이 폐쇄되었고 물이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씻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시대별로 청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점도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한국의 목욕 역사도 설명한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목욕 문화는 시대를 지배하는 사상에 따라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 고려 시대에는 성별과 나이와 관계없이 함께 개울에서 몸을 씻었던 문화였지만 조선 시대에는 성리학적 규범으로 인해 남의 눈을 피해 몸을 씻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조선 시대 목욕 용품이 발달했고 가족 구성원별로 전용 대야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온천 사랑과 낯선 궁중의 목욕 풍경을 알아가는 재미까지 가득하다.


책에서 살펴본 과거의 목욕 문화와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목욕탕 풍경이 비슷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목욕 문화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있던 목욕탕 굴뚝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나중에서야 유일하게 남아있던 목욕탕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오피스텔이 들어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낡은 시설에 불평할 때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뜨뜻한 찜질방에 가고 싶어졌다. 한약 냄새 가득한 방바닥에 누워있으면 그야말로 천국일 텐데... 색다른 역사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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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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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슬레이트 같은 소녀. '소녀'라는 개념의 희생양이 된 소녀. 이른 나이에 스러질 것만 같은 모습으로 어릴 적 사진 속에 남아 있는 소녀. 삼류 사진작가조차도 그 소녀가 영원히 소녀인 채로 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알았던 것만 같았다.

소녀는 죽은 채로 태어났다. 그 사실에 구경꾼, 관음증 환자, 범죄자까지 모두 열광했다.

p. 18


영화학 교수인 보디 케인은 졸업한 고등학교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고 23년 만에 모교를 방문한다. 그리고 한 학생이 23년 전 일어난 '탈리아 사건'을 다르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당시 살해당한 탈리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추적해 나간다. 당시 예쁘고 어리고 부유한 소녀의 죽음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피해자의 신상과 체포된 범인이 '흑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디 케인은 진범이 따로 있다고 믿었고 당시 탈리아와 불륜 관계였던 음악교사 '블로흐'를 의심한다. 사건이 일어난 1995년은 여자들에게 야만적인 환경이었다. 여성 동급생과의 신체 접촉을 빙고판에 그리며 게임으로 치부했고 태연하게 성기를 노출하며 성희롱을 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여성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지만 보디 케인이 진실을 찾아가던 그 시점에 남편이 미투로 고발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소설은 여성 혐오를 주제로 내세우며 과거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 여성 혐오의 다양한 양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과거의 사건과 현재를 교차로 보여주며 실제 범죄 사건을 풀어가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비틀린 젠더 의식과 뿌리 깊은 인종 차별 정서를 내보인다. 살해당한 탈리아와 룸메이트였던 보디 케인의 시선으로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는 과정은 처참하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과 성차별적 시각, 한 소녀의 죽음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광기는 낯설지 않다. 소설을 읽으며 내내 불편했던 감정은 현실에서도 비슷한 사건을 종종 목격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이미 범인이 체포되어 감옥에 있지만 진실은 달랐다. 작가는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어떻게 한순간에 범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어떻게 은폐시키는지 보여주며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과거의 이야기는 내가 살아온 시대가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세월이 지난 만큼 아주 조금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젠더 문제와 관련하여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 또한 소설에 비추어 나 역시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미디어에 쉽게 휩쓸렸던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다. 범죄 소설로서 속도감 있게 긴박하게 전개되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불편한 울림을 주는 정통 미스터리 소설이다.

당신의 이름은 세상에 나가려고 내 목구멍에 걸린 채로 4년을 기다렸다. 나는 오마르를 만나려고, 그를 마주 보려고 4년을 기다렸다. 달리 원하거나 기대하는 건 없었다. 그저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p.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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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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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늙기를 기다린 사람이 있을까. 다소 파격적인 제목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작가인 저자는 노년이란 인생에서 가장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내가 나이들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내 마음은 여전히 이팔청춘이고 나는 결코 늙지 않을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마음은 청춘일지라도 신체적 노화는 순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노년을 새로운 가능성과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라본다. 여든 살을 앞둔 저자가 100세까지 살다 떠난 어머니를 간병했던 시간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나이든 사람, 특히 나이든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에 대해 성찰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월에 흐름에 따라 깊어진다. 그 때문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따스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연을 산책하며 삶을 되돌아본다. 자연 안에서 그녀가 건네는 삶의 지혜는 내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풍경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더라. 먹고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한참 동안이나 계절의 흐름 조차 잊고 지냈다.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온 몸에 가시를 두르고 있었다. 매사에 예민하고 날카롭고 늘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가 언제부터인지 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나이듦을 받아들이게 되면서가 아닐까라고 추측해 본다.


저자는 노년은 낯선 세계가 아니라 친숙한 세계가 확장되는 시기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젊은 시절의 감정과 경험이 간직한채 나이가 들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비록 흰 머리가 늘어나고 노안으로 불편할 때도 있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만큼 지금의 내가 좋다. 10년, 20년 후에도 그 순간의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나이듦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노년기의 진정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슬픔의 힘을 안다는 거다. 심하게 흐느끼고 나서 이제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이웃의 무심한 말 한마디와 뉴스 캐스터의 멘트 하나, 길 가다 스쳐 가는 향수의 향, 눈에 들어오는 특정 꽃, 특정 장소에 대한 언급 등 그 무엇이 갑자기 우릴 뒤흔들고 또다시 눈물과 그리움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슬픔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알고 또 슬픔이 강력할 거라 예상하는 법을 배운다.

p. 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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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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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궤적을 따라가는 올리비아 랭의 여정은 '고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독이라는 감정은 내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때로는 단어가 주는 묘한 분위기를 동경하여 스스로를 그러한 분위기에 고립시킨다. 그리고 고립된 자아를 깨우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는 이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올리비아 랭은 뉴욕의 예술가들이 가진 저마다의 고독을 따라가며 홀로 설 수 있는 담담함과 서로에게 다정한 연대의 가능성을 찾았다. 

고독하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그런 배고품 같은 기분이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신만 굶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창피하고 경계심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기분이 밖으로도 드러나, 고독한 사람은 점점 더 고립되고 점점 더 소외된다.

p. 25-26

연인을 따라 뉴욕에 도착했지만 사랑이 사라진 뒤 그녀는 도시 자체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서 발견한다. 고독을 대도시로 표현한 호퍼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서 외로움에 상처받은 마음을 예술 작품으로 위로받으려 하는 몸부림을 잘 보여준다.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은 오래전 홀로 뉴욕 거리를 거닐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고독한 처지를 가리기 위해 커피를 마시러 가지만 언어의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은 불안과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안면홍조나 공황 상태 같은 신체적 문제로 번진다. 소통마저 문제가 생기자 되자 그녀는 앤디 워홀에게 끌리게 된다. 외로워지기 전까지는 워홀을 무시했지만 다름에서 오는 고독, 호감을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독은 그의 매혹적인 팝아트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오래전 기억 속에서 나는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뉴욕 거리 한가운데에 멈춰 있어야만 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도시에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아 두렵고 무서웠다. 그때 내가 찾은 곳이 뉴욕 현대미술관 MoMA였다. 그곳에서 현대미술을 처음 만났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나를 과거로 데려가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둘씩 떠올리게 한다. 올리비아 랭은 고독한 도시 속에서 예술가들을 생애와 작품을 파고들며 고독에 대해 물어본다. 고독을 끌어안고 고독에 저항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삶에 자극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외로운 도시에서의 그녀의 삶과 경험은 연대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고독이 반드시 누구를 만남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두 가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신을 친구로 여기는 법을 배우는 것, 또 하나는 개인으로서의 우리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스티그마와 배제라는 더 큰 힘을 낳은 결과임을, 그래서 저항할 수 있고 저항해야 하는 대상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p.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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