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사람을 위한 저속생활법 - 20대 내내 우울증을 앓았던 내가 회복되기까지 했던 일들 50가지
데라상 지음, 원선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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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9년 차, 다섯 번의 재발, 결혼 2년 만에 이혼, 투자 사기로 인해 약 300만 엔 손실, 자살 미수... 죽을 용기조차 없어 꾸역꾸역 살다 적당히 살기로 마음먹은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저속생활법'이 무척 궁금해졌다. 20대 전체를 우울증을 앓느라 날려버린 저자의 고백은 유독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과거의 나도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앓은 적이 있었고 지금도 그와 비슷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일 뿐 확실히 예전보다 삶에서 흥이 사라졌다. 


현재 저자는 주 2회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우울증 상담 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보다 기대치를 내려놓고 조연쯤으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후 오히려 인생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 맞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울증을 노화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라 말한다. 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듯 우울증도 서서히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이 신선하게 들렸다. 질환으로 여기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새로웠다. 또한 우울한 마음을 털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무의미한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조언 역시 새로웠다. 사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내 쓸모를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뭐든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해야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고 생각했었기에 저자의 저속생활법이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는 50가지 저속생활법을 제시한다. 이 중에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먹고 싶은 것만 먹거나 아침형 인간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 가게를 단골로 정하는 것과 같이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울증에서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어떻게 하면 지금의 내가 살기 쉬워질까'라는 질문으로 바꿔보자. 조금은 삶이 가벼워질 것이다.



#무기력한사람을위한저속생활법 #데라상 #세종서적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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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숏컷의 기술 - 예민해서 고생해온 정신과의사가 터득한 나를 괴롭히지 않는 생각법
니시와키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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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늘 어렵다. 특히 예민한 나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극도로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낀다. 그래서 여행을 가도 대화가 원활하게 되고 내가 잘 아는 곳으로만 다닌다. 몇 번이고 고치려고 노력해 봐도 긴장감과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예민함의 정도가 심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고민에 시간을 쏟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면 <고민 쇼컷의 기술>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그는 수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떠다녀도 실제 고민의 종류는 단 세 가지뿐이라고 말한다. 돈, 건강, 인간관계.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하는 고민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중 가장 해결하기 쉬운 고민은 의외로 인간관계다. '오히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마음속에 숨어 있는 기대감을 지우라 말한다.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고,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으며, 결과를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얼핏 이해되지 않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난한 태도를 고수하라는 것이었다. '무조건 잘될 거야'라는 낙관도 '절대 잘될리 없어'라는 비관도 아니라 '잘 될까?' 정도의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작은 오차나 실수도 허용하고 싶지 않기에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스스로도 이런 생각에 지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요즘처럼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득이 되는 고민만 남기고 모조리 잘라 버리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스스로에게 가진 기대감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더 많이 좌절하고 상처받게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기에 저자의 충고대로 하루 24시간 중 딱 5분만 '대충대충 마음'을 갖기로 했다. 책에 소개된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 하며 긴장감 속에 있는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또한 욕심으로 가득했던 해야 할 일 목록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로 정리하고 마음에 드는 향초를 켜고 느슨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당장 모든 생각과 예민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에 휘둘리는 삶에서 벗어나 이 순간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고민숏컷의기술 #니시와키슌지 #더퀘스트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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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 탐험가의 눈으로 본 기후위기의 7가지 장면
제임스 후퍼.강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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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들어서고 제법 따뜻한 봄날이라 느끼고 있었지만 지난주에 이상 기온을 몸소 체험했다. 모처럼 밖에 나갔을 땐 5월 중순에 달하는 기온까지 올라갔었고 이튿날에는 눈비와 우박이 쏟아지며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심지어 강원도 지방에는 폭설 주의보가 내렸다. 파란만장한 기온 변화와 더불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계절이 사라지고 빙하가 녹아내리며 숲은 타오른다. 이 지구에서 과연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국내 방송을 통해 친숙한 탐험가 제임스 후퍼와 강민아 기후환경 전문 PD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두 저자는 총 7장에 걸쳐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점을 보여준다. 각각의 문제점은 단순하지 않다.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가 뜨거워지고 해류 흐름이 바뀐다. 또한 대륙이 들끓고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숲이 불타오른다. 이러한 현상이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과 우리나라 의성 안동 지방의 대형 산불 역시 기후위기로 인한 것이다.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 내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건조한 기후가 이어졌고 산불이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점점 심해지는 폭염과 한파를 견디며 매일 아침 기상 뉴스에 집중한다. 환경의 문제라고만 여겼던 기후위기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결코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를 엄중히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 책은 해결책을 내보이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따라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 이야기하며 지구를 위한 행동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각자가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이 보내는 메시지를 기억하며 현재 직면한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나는매일재앙을마주한다 #제임스후퍼 #강민아 #인플루엔셜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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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순발력 챌린지 - 막상 영어 말하기를 하려면 말문이 막혔던 사람들을 위한 책
일간 소울영어 지음 / 넥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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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말하기를 할 때면 순간 멈칫할 때가 종종 있다. 영어 문장이 정리되지 않거나 아는 단어도 입안에서 맴돌 때 답답함을 느낀다. 영어 말하기는 여전히 두렵다. 아직도 현지인과의 첫 대화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영어 공부를 하겠다 다짐하는 건 영어를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How are you?" "I'm fine.Thank you. And you?"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문장을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다면 영어 순발력을 키워야 한다. <영어 순발력 챌린지>는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고 실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담고 있다. 


기능별 주제별로 나누어 총 100가지 표현을 담고 있는데, 매일 하나씩만 외워도 100일 후면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고 유사한 단어들이 가진 뉘앙스 차이를 추가로 설명하여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단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가령 요리하다 실수로 손을 베였을 때(I cut my finger.) 혹은 눈에 띄게 큰 변화를 겪을 때(She slimmed down dramatically.) 등을 퀴즈 형식으로 풀면서 책에 실린 이미지와 참고하여 표현을 익힐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에서 큐알 코드를 통해 원어민과 저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하루 10분 정도만 이 책을 봐도 좋을 것 같다. 영어 센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을 익히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어스터디 #영어공부 #영어회화 #영어문법 #영어순발력챌린지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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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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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증인 미모는 열두 살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한 석수장에게 맡겨졌다. 그는 걸핏하면 폭력을 휘둘렀고 미모는 굶주림을 견뎌야 했지만 평생의 운명을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했고 자유를 꿈꿨지만 당시 시대는 여성에게 책 한 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장애가 있는 미모와 여자라는 한계에 갇혀 있는 비올라는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나간다. 


소설은 운명처럼 만난 두 영혼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숨겨진 신비롭고도 가슴 아픈 비밀을 보여준다. 온전한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신체적 한계와 사회적 제약에 묶여 있는 두 영혼이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해피엔딩이 아닐 거라는 슬픈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위대한 조각가를 꿈꾸던 미모는 석수장의 폭력과 학대를 견뎌야 했고 자신의 작품마저 빼앗긴다. 결국 서커스단의 일원이 되며 조각가의 삶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으나 혹독하고 모진 세월을 지나 마침내 조각가로서의 삶을 펼쳐 나가게 된다. 


비올라의 삶 또한 평범치 않다. 자유를 찾아 하늘을 날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지방에서 몸을 날렸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이후 결혼 생활 또한 계속되는 남편의 외도와 무시로 인해 파국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한계를 뛰어넘어 운명을 개척하며 성장하는 두 인간을 보여준다. 이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600여 페이지에 담긴 아름다운 문장은 내가 소설이라는 장르에 가지고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켜 준다.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는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려지며 나를 피에타 석상 앞으로 데려간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작가의 이력 덕분에 읽는 동안 인간에 대한 존중, 사랑, 우정, 존경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수도원 지하에 감금된 피에타 석상의 비밀을 알게 되면 이들의 고귀한 사랑에 감동하게 된다. 내 삶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아직 그 소중한 무언가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보여준 거룩하면서도 신비로운 사랑을 언젠가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미모 비탈리아니,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 앞에서,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도울 것이며,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그리고 나, 비올라 오르시니, 나는 미모 비탈리아니가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미켈란젤로에 필적할 만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되도록 도울 것이며, 그가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다.」 

P.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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