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
우승민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일본 여행은 늘 도쿄이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영화와 공연 일정에 맞추다 보면 언제나 도쿄로 떠나게 된다. 
올봄에도 역시나 도쿄를 다녀왔고, 
이제는 정말 다른 나라로 떠나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근사한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 8월 마지막 주에 또다시 일본으로 떠났다. 태풍과 함께. 
특이했던 건 이번 목적지는 교토라는 점이었다. 
교토 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고 
그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도 볼 겸 교토로 떠났다.
오사카도 경유하지 않고 간사이 공항에서 곧장 교토역으로 향했다.
교토는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제대로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워낙에 볼 것이 많은 도시이다 보니 교토 외각으로 코스를 잡았다. 
태풍으로 인해 일정에 많은 차질이 있었고, 
다행히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를 다녀올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내 일본 여행은 
이제 작은 도시를 향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방향은 잡았으니 이제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맞춤형 길잡이가 아닐 수 없었다. 
누구나 다 아는 대도시가 아니라 나만이 알고 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일본을 만날 수 있는 따스한 책이다. 
표지부터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가현부터 오키나와까지 서일본을 중심으로 
45곳의 소도시를 만날 수 있다. 
가려고 했지만 갈 수 없었던 비와코부터 
우동 순례, 자동차 드라이브 여행과 같은 테마 여행 소개까지 
낯선 도시에서 여행객들에게 유용한 팁과 함께 풍부한 자료를 담고 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45곳의 소도시를 여행한 듯한 기분이다. 
여행책을 이렇게 정독해 본 게 얼마 만인지. 
작가의 노력과 정성이 가득한 이 책과 함께 
일본 소도시 여행을 준비하려 한다. 
오롯이 일본의 정과 경치를 느낄 수 있는 작은 도시들로 떠나는 

상상만으로도 지금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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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애의 기억> 사랑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 
내 첫사랑은 언제였을까. 내 기억 속의 그 사람이 첫사랑이었을까.
이 책을 읽고 문득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첫사랑이 무척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연애의 기억>은 일흔의 나이에 접어든 한 노인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선 19세 청년 폴은 이미 오래전부터 어른이었고 
그와 비슷한 또래의 두 딸이 있는 48세 수전을 만나게 된다.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내뿜으며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를 구하리라 다짐한다. 
사회적 통념에서 보면 결코 환영받지 못할 두 사람. 
이들이 나눈 순수하지만 열정적인 사랑은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불같이 순식간에 활활 타올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고통은 
점점 커지고 깊어만 갔다. 
급기야 수전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우울증까지 겹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사랑하는 여인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던 폴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게 된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사랑도 행복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내 안에서 행복한 기억으로 뒤덮였을 수도 있다.
사랑은 어렵다. 혈기 왕성했던 어린 시절에도, 
이만큼 세월을 보낸 지금도 사랑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 세상을 마치게 되는 날까지도 사랑이란 무엇인지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죽을 것만 같았던 그 시간도 돌이켜 지나보면 그저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아주 작은 기억의 파편으로 남게 된다.
작가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잊고 있던 감정을 깨우쳤다.
결코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그 감정이 언젠가 내게도 다시 올까.

죽어가던 연애 세포를 깨울 수 있는 날이 한 번쯤은 다시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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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모노클 시리즈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민경욱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적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다행히도 그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지금은...
이 책은 죽이고 싶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경영컨설턴트이지만 부업으로 청부살인을 하고 있는 도미자와 미쓰루,
공무원이면서 중간연락책인 쓰카하라 슈운스케.
치과의사이다 살인 의뢰를 받는 아쿠타가오 이세도노.
이 세 사람은 서로의 정보를 알아낼 수 없도록 
이중맹검법 방식으로 청부살인을 하고 있다.
의리 비용은 650만엔. 대략 6500만원. 
일본 대기업 연봉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고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보면 
이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재혼한 남편의 딸이 자신을 해할까 
의뢰하는 사모님 에피소드에서는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위장을 위해 함께 왔던 젊은 청년까지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그녀. 
사람이 참 무섭다. 돈도 무섭다.
흥미로웠던 점은 청부업자이다. 
일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는 사람에 대해 
어떠한 궁금증도 갖지 않는다. 
그리고 맡은 임무를 확실하게 처리하고 나면 
그제서야 그 사람이 왜 죽어야 했는지 추리한다.
앞뒤가 바뀐 듯한 기분이지만 나중에 죽어야 했던 이유를 알게 되니
당한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외뢰인은 절박했겠지만 그런 이유로 죽어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현실이 더 영화같고 소설같지만 
이런 직업만큼은 제발 책에서만 존재하는 직업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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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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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완슨의 전작을 읽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작가와 만나는 첫 작품이다. 
그리고 이 책으로 난 작가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촘촘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 아니라 미드 한 시리즈를 몰아서 본 듯한 기분이다.
남자친구로 인해 벌어진 끔찍한 사건 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케이트는 
영국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6촌이지만 
보스턴에 살고 있는 코빈의 사정으로 인해 6개월간 서로의 집을 
교환해서 살기로 한다. 보스턴에 있는 코빈의 집은 이탈리아 풍의 정원이
있는 넓고 멋진 아파트이다. 
하지만 도착한 첫날부터 옆집에 살고 있는 여자 오드리의 행방이 묘연하다. 무엇인가 불길하지만 낯선 곳에서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앨런. 
그의 집에선 오드리의 집이 훤히 보인다. 
그는 집에 있는 오드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슨 옷을 입은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현실에서는 만나지 못한 채 창밖으로만 만나는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 듯한 착각에 든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그녀의 집에 
낯선 남자가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집에 살고 있는 코빈이다.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으로도 속이 울렁거린다. 
차라리 다행이다. 이렇게 그녀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끔찍한 실수로 인해 벗어날 수 없는 지옥에 빠진 코빈과 
그를 지옥의 늪으로 끊임없이 끌어당기는 헨리. 
예고도 없이 이 지옥에 빠져들게 된 케이트.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는 앨런. 
다소 복잡해 보이는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작가의 친절한 묘사에 머릿속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장면 하나하나 섬세하고 자세하게 풀어나간 작가의 글에 푹 빠지게 되었다.
원죄를 저지른 인간들의 최후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용기도, 
독자의 걱정과는 다르게 한발 빠르게 범인을 눈치챈 경찰도, 
차츰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과거도 
작가에게 감사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47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하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최근 읽은 스릴러 책 중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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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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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리버 아파트에 이웃하여 살고 있는 두 여자 유미코와 카에데. 
두 여자는 유미코의 사라진 남편을 찾아 
혼쭐을 내 주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유미코와 카에데는 각자 아픔을 갖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듯이 말이다. 
어린 시절 엄마의 학대와 자살을 마음속 깊이 담아주고 있는 유미코와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사랑을 찾는 카에데. 
세상은 그녀들에게 '보통 여자'를 강조한다. 
힘들 때는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현모양처이길 바라고,
원하면 언제든 옆에 누울 수 있는 그런 여자를 바라는 
남자들에 지쳤다. '나'라는 인격체를 무시한 채
그들이 만든 세상의 규격 안에 가두어두려는 어리석은 남자들.
저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잘못된 상식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더 이상 그 틀안에 갇히길 거부하며 평범한 두 여자는 여행을 떠난다.
직업도, 가족도 없이 홀로 살아가는 것도 닮은 유미코와 카에데.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와 닮은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그녀들의 여행이 큰 울림을 준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때는 모든 짐을 툴툴 털어버리고
몸과 마음 모두 자유롭게 한발 한발 내딛길 진심으로 바란다.
세상이 멋대로 정한 편견 속에서 벗어나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에서 불리한 점이 많이 있다. 
현실에서 보이는 일부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볼 때면
같은 여성으로서 마음이 답답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조금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혼자서는 넘어서기 힘든 편견을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여자라서가 아니야. 
내가 이제 흔들리지 않는 거야.”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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