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머랩 (The Grammar Lab)

그래머랩 (The Grammar Lab) - 내 시험에 필요한 유일한 영문법
이안 윤 지음 / 씨티라이츠 퍼블리싱(City Lights Publishing) / 2018년 8월

영어 문법은 왜 공부를 해도 늘 제자리일까.
살아온 인생의 절반 이상 동안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면서도
늘 문법 앞에서는 작아진다.
이 책은 나처럼 문법에 트라우마가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제법 묵직한 무게감에 시원한 표지부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게 문법의 기본, 동사편, 명사편, 다양한 표현 4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다시 여러 장으로 세분되어 있다.
첫 장부터 이 책을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사용법을 설명해준다.
한 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체계적으로 영어 문법을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데 좋을 것 같다.
문법 공부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 장의 첫머리에는 간단한 설명이 
정리되어 있다. 학습자가 공부하기 앞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의 장점은 예시 지문이 많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이론은 익히고 다양한 지문을 접하면서
실제 문법이 쓰이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이다.
하루에 정해진 분량만큼 조금씩 읽다 보니 조금씩 문법에 대한
정확한 체계가 잡힌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수많은 문법책을 만났지만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은 책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앞으로 시간 동안 옆에 남아 있을 거란 예감이 든다.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로 써져 있어 독자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문법책이다.
특히 이 책에 써진 예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입으로 자연스럽게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루아침에 문법이 완벽해지기를 바라는 욕심을 버리고
매일 꾸준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차곡차곡 문법의 지식을 쌓아야겠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영문법 앞에서 당당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ㅣ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제목에서 바로 느껴지는 상사의 갑질.
도대체 어떤 상사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갑질을 부리는 걸까.
작은 출판사 영업부에 파견된 미치코와 그녀의 상사 앗코짱.
'츤데레'같은 앗코짱의 모습이 귀여웠다.
살가운 말을 건네는 게 어색한 듯,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난다. 이런 상사라면.. 조금은 회사 다닐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불과 1년 전에 내 모습도 생각나면서 멋진 상사를 만난 미치코가 부러웠다.
미치코와 앗코짱은 일주일 동안 점심시간을 바꾸기로 했다.
물론 일방적인 앗코짱의 지시로. 미치코는 정성이 가득한 도시락을 
준비하고 앗코짱은 자신이  점심시간에 가는 식당과 점심 비용을 
교환하면서 서로의 삶을 조금씩 맛보게 된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지루한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세상.
내가 살던 작은 공간에서 더 큰 곳으로 나아가면서 사회 초년생인
미치코의 생각도 조금씩 커져만 간다.
4편의 단편 소설이 모여 있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쩐지 내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독립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솔직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그리고 멋진 왕자님을 기다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다.
미치코 이야기에서 20대 초반 열정이 넘쳐흘렀던
나를 생각할 수 있었고, 비어 가든의 레미 이야기에서는 내가 잊고 있던
밝고 긍정적인 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새 활력도 잃고 삶의 목표도
흥미도 잊고 있었던 나였다. 다시 활기차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나였다.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아직 남은 인생이 많다는 사실도 생각났다.
비록 20대의 체력은 아닐지라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한 나만의
인생을 다시 살아가보자. 지나간 시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이제는 그 일을 맘껏 하면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거야.
앗코짱처럼 당당하고 활기차게!

비바, 제인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촌스러운 인간인지 새삼 깨달았다. 
다섯 명의 여자. 그리고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
이야기는 유명 정치인과 젊은 여성 인턴의 스캔들로 시작한다.
어쩌면 나는 시작부터 아비바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편견이 가진 채 아비바를 비난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20대의 젊은 정치 지망생이었던 아비바 그로스먼은 하원의원 

에런 레빈의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섰다. 
그 후 그녀의 추문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고 
그녀의 인생은 거기서 끝이 난 듯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아비바는 제인 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개명하고
딸 루빈과 함께 웨딩 플래너로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살던 작은 도시의 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서 
루빈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친부를 찾아 하원의원인 에런 레빈을 찾아간다.
여기서부터가 반전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의 현실과 쏙 빼닮은 아비바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칭 깨어있다고 자신했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한 여성의 잊힐 권리.  
그녀의 잊힐 권리는 왜 존중받지 못한 걸까. 
우리는 때론 그 권리를 망각하곤 한다. 
특히 '슬럿셰이밍 (여성의 품행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낙인찍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아비바의 도덕성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왜 아비바만 그 비난을 감수해야 할까. 
잘못을 저지른 건 남자와 여자 모두인데.
이러한 현실에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비바와 루빈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
철없던 시절의 어리석은 실수로 그 사람의 모든 인생을

부정하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길 희망해본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나는 유독 나에게 엄격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고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청소를 하든, 산책을 하든 

방안에 가만히 있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서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고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어디로든 나갔다. 일요일이 되면 내가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하곤 했다. 이런 생활은 6년 넘게 계속되었다.

그랬던 내가 나에게 관대해진 건 이직을 하고 나서부터다.

그제서야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여유'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마음의 여유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여유까지 포함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생산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하루가 내게도 생겼다.

새벽형 인간이라 주말이건 휴일이건 기상 시간은 5시 반이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침에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이전에도 아침에 책을 읽을 수 있었을 테다. 

다만 책을 읽는다는 여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무엇이 나를 이리도 옥죄였을까.

누구도 나에게 강요한 적 없는데 왜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 

살아야만 했을까. 내 밥줄을 쥐고 있던 이전 직장 부장의 히스테리에서 

벗어나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나절 책 한 권을 읽고 시계를 보면 아직 12시가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종종 평화로운 토요일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런 나를 돌이켜 보니 이 책에 쓰인 김신회 작가의 글에서 유독 

많은 공감을 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 집착, 외모, 쓸데없는 책임감에서 

벗어나는 내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로스

로스 -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짐 폴.브렌던 모이니핸 지음, 신예경 옮김 / 앳워크 / 2018년 9월

작년 11월 말. 6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훗날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한계치에 다다른 그 시점에 
사표를 냈다. 회사에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하고 인수인계를 준비하던 차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신생 기업이었고 자신들과 함께 일하자는 말에 
두말없이 그러자 했다. 이제 막 생겨난 회사인지라 홈페이지도 정보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사표를 쓰기로 한 마당에 겁 없이 도전을 시도했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제의했던 회사는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업계 1위를 
달리는 회사와 관계되어 있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으며 
이전 직장보다 연봉이 2배 가까이 올랐다. 
그 시점에 나는 내가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이직을 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운을 잡기 위해 퇴근 후 무수한 이력서를 작성했고
직종과 연관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운보다는 
노력과 정성으로 이룬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경험과는 달리 이 책은 하루에 100만 달러를 벌던 
성공한 투자자가 하루아침에 돈을 잃고 깨달은 실패의 비밀을 
독자들에게 전해 준다. 그는 모든 실패가 몇 가지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경제나 경영, 금융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지라 
저자의 경험을 이해하기란 조금 어려웠다. 증권, 선물 거래, 거시적 관점 등
낯선 용어만큼이나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신선했다. 
우리는 늘 돈을 벌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쫓는다. 
그러한 발상에서 벗어나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실패의 본질에 다가선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을
배울 수 있다. 주식이든 펀드든 내가 손대기만 하면 떨어진다는 
슬픈 생각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인생은 리스크투성이다. 리스크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생의 어떤 활동도 성공한다는 혹은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본문 중 1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