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물건 -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물건 애착 라이프
모호연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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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물욕이 심할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비싼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작은 머리핀, 볼펜, 노트 같은 작은 물건을 끊임없이 사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출퇴근 길에 습관처럼 문구점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더 이상 헛된 소비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순간에는

어느새 미니멀리즘 찬양자가 되어 있었다.

반복되는 물욕과 미니멀리즘은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이런 나처럼 물건과 썸타기를 30년째 반복하는 이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끊임없이 물욕과 싸우면서도 놓지 못해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녀의 물건 애착 라이프를 읽으며 과거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의 물건 사랑은 대부분은 공감했지만 다른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빈티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히 누군가의 손을 타서가 아니다.

중고 물건에는 타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안에 담긴 사연을 이해하고 인정하기에는 내 마음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애착 이야기에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많은 물건들 중 더 친밀하고 더 사적으로 느낌을 주는

물건을 반려물건이라 부른다. 이 낯선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잘못되고 어리석고 부정적이라 여겼던 소비 행동이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기분 좋은 소비 행동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책 덕분에 내 주변에 있는 물건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제라도 잘못된 소비 습관을 바고 잡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났다.

내가 바라보고 사들이는 물건을 보면 지금의 내 상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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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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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책에서는 천문학의 시선으로 그림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1부에서는 태양계 행성을 중심으로 금성, 토성 등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신화 속 신들이 등장하는 그림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다양한 명화 속에 숨겨진 천문학적 의미와 화가들의 삶을 알려준다.

미술을 전공한 저자와 천문학을 전공한 남편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우주라는 광활한 미술관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준다.

명화를 잘 모르더라도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은 한 편의 그림처럼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주라는 미술관에서 저자는 도슨트 역할을 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의 그림을 감상하고

천문학과 연관된 의미를 살펴보며 그림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천문학을 다룬 책은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졌다.

오래전 조상들이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아다녔듯이 우주의 별과 행성을 다시 알게 되고

예술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를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 담긴 천문학과 신화 속 이야기, 그리고 명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학문에 대한 지적 만족감을 채워준다.

과학과 예술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가 실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를 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불안을 떨칠 수 없는 시기에

반짝이는 별과 밤하늘을 상상하며 낯선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드넓은 우주에 펼쳐진 신비로운 행성과 별, 그리고 캔버스 위에 펼쳐진 신들의 이야기.

이 모든 소재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멋진 책이다.

별과 우주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미술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얼핏 천문학과 미술은 그 연관성이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미술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투영해 재창조하는 예술이고, 그 무엇보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사로잡아온 별과 우주가 미술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다.

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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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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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정된 대기업의 간부로 아내와 딸들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조르주 제르포.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의 내면은 알 수 없는 우울함으로 가득했다.


그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웨스트코스트 재즈를 들으며 파리 외곽 순환도로를 지나고 있을 때


처참하게 부서진 차를 발견하게 된다. 그 옆에는 피를 흘리는 한 남자가 있었고


조르주는 그 남자를 병원으로 데려다주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후 조르주는 가족과 함께 해변으로 휴가를 떠났다.


평화로운 일상도 잠시, 바다에서 수영을 하던 도중 낯선 이들이 조르주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갑자기 무차별로 조르주에게 폭력을 가하며 그의 머리를 바닷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는 물속에서 발버둥 치며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청부업자들은 사라졌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후 조르주는 가족에게는 말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 근처에는 바다에서 마주친 청부업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친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다준 작은 선행이 한 남자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피 튀기는 현실로 이끌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청부업자들은 마치 덤앤더머처럼 어리숙해 보인다. 이들에게 조르주를 죽이라 


지시한 사람은 누구일까. 무엇 때문에 평범한 남자를 죽이라 명했을까. 


이들이 감추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계속되는 질문은 조르주의 자취를 따라 하나씩 풀리게 된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과 빠르고 사실적인 사건 전개는


거칠고 폭력적이며 고독한 인간의 본성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결말에 이르렀을 때 어쩌면 이 모든 사건이 조르주의 망상일 수 있다는 추측을 해 봤다.


살기 위해서라지만 사람을 죽이는 조르주는 지독하게 냉정해 보였다.


과연 평범한 중년 남성이 이런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가능할까.


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과 잔혹함이 망상으로 펼쳐진 건 아닐까라는 생각은 


빗나갔지만 이 독특하고 세련된 범죄 소설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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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시작은 아르테 미스터리 9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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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보름달 아래 단 한 번 마주친 그녀.

하나무라 도노는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초상화를 그린다.

언젠가 다시 마주할 그날을 기다리며. 그리고 9년 후.

도노는 만나는 사람마다 초상화를 보여주며 그녀는 아는지 묻는다.

다소 괴이한 행동에 친구는 별로 없지만 그가 속한 오컬트 동아리 사람들과

나름의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참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된다.

동네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세월의 흐름을 찾아볼 수 없게 9년 전 그때 모습을 간직한 그녀, 아카리를.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할 뿐이다. 미움을 살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사건이 해결돼도 말없이 사라지지는 마.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만이라도 줘.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9년 내내 좋아했어. 앞으로도 평생 좋아할 거야.

p. 261

평범한 대학생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사랑.

그리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끔찍하고 괴이한 사건.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채 운명을 기다리는 도노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과

풋풋했던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에 단숨에 읽었다.

흡혈귀를 소재로 한 작품은 좋아하지 않지만 <세계의 끝과 시작은>에 등장하는 흡혈귀는

인간들과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설정부터 독특하다.

인간 중에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흡혈귀 세상에서도 나쁜 짓을 하는

개체가 있고 아카리는 이런 흡혈귀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는 조직에 속해 있었다.

흡혈귀와 인간의 혼혈로 말이다. 종족 간 삶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대를 살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반전은 있는 법. 마지막 반전에 자꾸만 책을 들쳐보게 된다.

끝나지 않을 두 사람의 미래가, 두 사람이 그려나갈 사랑이 궁금해진다.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9년이나 그리워했다.

하지만 영원한 시간 속에서 9년은 눈 깜빡할 사이에 불과하다.

앞으로 시간은 넉넉하다. 하나무라 도노의 사랑과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p.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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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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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매력적이고 풍부하고 깊이 있는 책을 만났다.

대한항공 수석기장인 저자가 전해주는 새롭고 흥미로운 항공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비행기와 항공 산업에 흠뻑 빠져들었다.

비행기는 인간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뉴스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항공 사고에서 생존자를 찾기란 힘들다.

이 책에는 수많은 항공 사건이 소개되고 있다.

비행기 납치 사건부터 기내 화재 사고, 잘못된 교신으로 인해 벌어진 최악의 참사,

항공기에서 흡연이 금지된 사건 등 알지 못했던 항공 사건을 접하게 된다.

또한 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이, 산소마스크의 중요성, 비행기 구조와 각 부분의 역할 등

새로운 상식까지 고루 배울 수 있다. 평소 비행기를 탈 때면 높은 고도에서도

이렇게 많은 승객들이 편안하게 호흡을 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었다.

이 책에는 그에 대한 명쾌한 해설이 달려 있다. 또한 항공기 전문 업체인

보잉사의 '보잉'이 설립자 이름이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공항에서 입출국 절차를 받을 때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은 항공 보안 검색대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한없이 긴 대기 줄을 볼 때면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어리석은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다시 비행기를 탑승하는 날이 온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안 요원을 마주하려 한다.

단순히 이동 수단이라 여겼던 비행기와 이를 운영하는 항공 시스템에 대한 풍부한 상식을

새롭게 배웠다. 현직 전문가의 생생한 경험과 깊이 있는 지식은 내게 새로운 자극을 전해준다.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공중으로 이륙하려는 그 순간의 짜릿함처럼 말이다.

p. 76~77 항공 보안이 엄격한 국가에서 공항 보안 요원의 검색에 불응하거나 비행 중 승무원에게 위협적인 행위를 할 경우 현장에서 체포되어 법적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 당국은 보안검색을 거부하거나 검색을 방해하는 승객의 탑승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비행 중 안전을 위협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식 재판에 넘겨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한다. (...) 누군가가 내 몸을 수색하고 가방을 뒤지는 것이 유쾌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언제든 기꺼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공항 보안 요원의 철저한 검색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조해야 한다. . p. 229 최근 발생하는 비상상황의 특징은 당시의 기내 상황이 생생하게 촬영된 동영상이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라온다는 점이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일부 승객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아수라장이 된 기내 상황을 촬영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행위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비상상황에서 살아남는 것보다 소셜 미디어에서 희생자로 유명해지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 271 보잉 비행기는 항상 조종사가 명령하는 대로 반응한다. 여객기는 정상 운항 중 비행기의 날개를 90도 이상 기울이는 조작을 할 필요가 없는데 보잉 비행기는 조종사가 조종간을 기울이면 기울이는 만큼 그대로 반응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조종사가 조작한 대로 반응하는 것이 보잉 비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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