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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평점 :
굉장한 매력적이고 풍부하고 깊이 있는 책을 만났다.
대한항공 수석기장인 저자가 전해주는 새롭고 흥미로운 항공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비행기와 항공 산업에 흠뻑 빠져들었다.
비행기는 인간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뉴스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항공 사고에서 생존자를 찾기란 힘들다.
이 책에는 수많은 항공 사건이 소개되고 있다.
비행기 납치 사건부터 기내 화재 사고, 잘못된 교신으로 인해 벌어진 최악의 참사,
항공기에서 흡연이 금지된 사건 등 알지 못했던 항공 사건을 접하게 된다.
또한 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이, 산소마스크의 중요성, 비행기 구조와 각 부분의 역할 등
새로운 상식까지 고루 배울 수 있다. 평소 비행기를 탈 때면 높은 고도에서도
이렇게 많은 승객들이 편안하게 호흡을 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었다.
이 책에는 그에 대한 명쾌한 해설이 달려 있다. 또한 항공기 전문 업체인
보잉사의 '보잉'이 설립자 이름이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공항에서 입출국 절차를 받을 때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은 항공 보안 검색대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한없이 긴 대기 줄을 볼 때면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어리석은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다시 비행기를 탑승하는 날이 온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안 요원을 마주하려 한다.
단순히 이동 수단이라 여겼던 비행기와 이를 운영하는 항공 시스템에 대한 풍부한 상식을
새롭게 배웠다. 현직 전문가의 생생한 경험과 깊이 있는 지식은 내게 새로운 자극을 전해준다.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공중으로 이륙하려는 그 순간의 짜릿함처럼 말이다.
p. 76~77
항공 보안이 엄격한 국가에서 공항 보안 요원의 검색에 불응하거나 비행 중 승무원에게 위협적인 행위를 할 경우 현장에서 체포되어 법적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 당국은 보안검색을 거부하거나 검색을 방해하는 승객의 탑승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비행 중 안전을 위협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식 재판에 넘겨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한다. (...) 누군가가 내 몸을 수색하고 가방을 뒤지는 것이 유쾌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언제든 기꺼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공항 보안 요원의 철저한 검색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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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29
최근 발생하는 비상상황의 특징은 당시의 기내 상황이 생생하게 촬영된 동영상이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라온다는 점이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일부 승객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아수라장이 된 기내 상황을 촬영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행위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비상상황에서 살아남는 것보다 소셜 미디어에서 희생자로 유명해지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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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1
보잉 비행기는 항상 조종사가 명령하는 대로 반응한다. 여객기는 정상 운항 중 비행기의 날개를 90도 이상 기울이는 조작을 할 필요가 없는데 보잉 비행기는 조종사가 조종간을 기울이면 기울이는 만큼 그대로 반응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조종사가 조작한 대로 반응하는 것이 보잉 비행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