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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여자들 - 우리의 잃어버린 감정, 욕망, 행동에 관하여
엘리스 로넌 지음, 정혜윤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4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땐 '여자는 이래야 해'라는 어른들의 말을 많이 들었다. 남동생에게는 허용되는 것들이 내게는 제한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여성으로서 강요받는 것들이 있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왜 여성에게만 유독 통제와 굴레가 엄격하게 가해지는 걸까. 저자는 이러한 잣대가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진화했는지 보여준다.
'착하게'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걸까.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작가는 치열하게 살았지만 늘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여성의 생각과 행동을 억압하는 굴레를 추적하기로 했다.
그 시작은 가부장제 문화였다. 수직적 위계질서가 생겨나고 여성을 재산으로 여기면서 여성에게 강요된 굴레는 오랜 시간 뿌리내리면서 대물림되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러운 본성은 감춰야만 했고 마땅히 누려야 할 지위와 권력은 금기시되었다. 이제는 그동안 잃어버린 권리와 자유를 찾아야 할 때다. 낡은 가부장제를 지우고 시대에 맞게 사회적 역할과 구조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여성으로서 특별히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학습된 말과 행동으로 인해 사회적 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감은 가지고 있었다. 저자가 윤리적이라고 믿었던 7가지 죄악에 공감하고 있는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가 정한 한계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즐거워하지 못하며 먹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평안을 만끽하지 못하고 감정으로 내보이면서 자기 요구를 주장하지 못하며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그 무엇도 욕망하지 못하는 부정 탓에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런 삶에 갇혀 있었던 건 아닐까. 스스로는 진취적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계를 넘어서길 두려워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저자는 사회가 만들고 스스로가 믿고 있던 굴레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감정과 욕망, 행동을 찾아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라 말한다. 현대의 삶에서 성별에 따른 제약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지켜야 할 윤리관을 따르고 자신의 대단함을 인정하자. 자신의 행동과 욕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힘을 키우자. 그렇게 온전한 삶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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