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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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

p. 9

시작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 책은 소설일까 회고록일까.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동명의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작가로 유추할 수 있는 '나'는 성공과 인정을 갈망하는 인간 내부의 욕망을 드러낸다. 천재 SF 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 소설 역시 SF 장르라 생각했다. 내 예상과 달리 에세이 느낌이 물씬 났기에 그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6편의 단편 중 첫 번째 이야기인 <프롤로그>는 '오가와'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한다. 평범하게 취업을 준비하던 중 구직 활동을 앞둔 대학원생을 소재로 난생처음 소설 쓰기에 도전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는 왜 취직을 하려 하는지 자문하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오가와는 입사지원서를 쓰는 데 실패하여 소설가가 되었다. 

우리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무수한 가능 세계에 관해 생각하며 매일 부분적으로 진보하고 전체적으로 퇴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분명,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리라.

p. 52

이어지는 단편 <3월 10일>은 가장 인상에 남는 단편이다. 살면서 지나치는 어느 평범한 날 중 하루의 기억과 날조, 망각 등을 소재로 한다. 3월 10일은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3월 11일의 전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3월 11일의 대지진은 기억하지만 하루 전날의 일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나에게도 3월 11일의 대지진은 큰 충격이었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뉴스를 본 장소와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전날인 3월 10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오가와는 오래된 휴대폰을 찾아내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간다. 오가와는 3월 10일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나는 역시 알아 내지 못했다. 

나는 '나쁜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지만, 단지 '잊히지 않는 나쁜 기억이 있을 뿐' 실제로는 잊어버린 나쁜 기억도 수없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내가 얼마만큼 '나쁜 기억'을 잊었는지 세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망각'이란 그런 것이다.

p. 82

소설이라는 걸 알면서도 읽는 내내 작가의 고백이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위트 있는 문장과 구성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주인공의 이름이 오가와라는 점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새로운 시선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 소미미디어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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