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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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스타벅스다. 회사를 다닐 적에는 출근길에 한 잔, 점심시간 후에 한 잔, 가끔은 퇴근길에도 한 잔씩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셨다. 그 당시 주머니 사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고단한 일상을 스타벅스 커피로 위로받는다는 핑계를 대며 커피 소비에 빠져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면서 한동안 스타벅스 커피는 끊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동네에는 스타벅스가 없기 때문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한길 건너 보이는 스타벅스가 우리 동네는 없다. 가까운 경희대 근처만 해도 3군데나 있는 매장이 우리 동네는 하나도 없다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스타벅스를 즐기던 삶은 과거로 사라졌다. 



​그렇게 지내온 지 얼마 후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고 그로 인해 배달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스타벅스도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덕분에 요즘은 집에서 편안하게 커피를 즐긴다. 가끔은 매장에서 마시던 분위기가 그립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걸로 만족하고 있다.  



번역가로 익숙한 권남희 작가는 스타벅스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스타벅스 일기>에는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 일상이 담겨 있다.  깔끔한 공간과 적당한 소음은 원고가 술술 써지는 마법을 부린다. 오픈되어 있지만 사적 공간이 보장되는 스타벅스 안에서 그녀가 보내는 일상을 읽으며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스타벅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낸다. 



​따스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스타벅스라는 공간의 적당한 테이블 간격,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룰, 변함없는 커피 맛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평범한 일상은 조금은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스타벅스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과 사람을 향한 작가의 다정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일하시는데 시끄럽게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아, 그 문제요. “(귀에 이어폰을 가리키며) 아닙니다. 이어폰 끼고 있어서 안 들렸어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어폰 껴서 안 들렸다고 하면서 그분이 나직하게 하는 말 다 듣고 대답한 아줌마. 옆에서 일하는 사람 시끄러울까 봐 아저씨는 내내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스벅에서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사과하시는 분은 처음 보아서 신선한 감동이었다.
p.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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