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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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자마자 제법 차가워진 날씨에 겨울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다시 봄이 찾아왔다. 12월에 이렇게 따뜻한 날씨가 있었을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날씨 때문에 매일 아침 날씨 예보를 유심히 살피게 된다. 오늘은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데 일주일 후에는 영하 10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정말 지구가 아픈 걸까.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와 자연재난 소식은 지구 파괴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만든다. 환경 생태 전문 PD인 저자는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지구촌 곳곳을 찾아 지구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고민할 거리를 제시한다.


기후 위기에 이어 신종 전염병의 출현까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전 지구적 변화가 연이어 나타나는 시기가 분명해졌다. 인간의 시대, 인류세가 명징해진 것이다. 인류세의 기점으로 유력한 1950년대까지 가지 않고 2019년 이후에 일어난 변화들만 놓고 보아도 세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기후 위기는 더 심각해졌고, 금방 종식될 줄 알았던 전염병은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사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포장재 소비는 늘었다. 그런데도 인간의 지구 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은 답답한 수준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지구적 문제 앞에서 갈라파고스라도 되는 양 사회 분위기가 무덤덤하다.
p. 8


그는 이 책을 통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지구의 위기를 외면할까?"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구의 위기를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한여름 폭염에 시달린다던가 한겨울 한파 예보가 있을 때, 혹은 어느 나라의 재난 뉴스를 봤을 때 잠깐 기후 위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 문제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기후 위기와 과학 지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을 이야기한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과학 교과서의 내용은 신뢰하지만 그 지식을 가지고 정책을 펼치는 기관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기후 위기 시대에 언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 위기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조언을 듣고 텀블러를 사용하게 된 일화를 소개한다. 나 역시 가급적 텀블러를 이용하려고 애를 쓰지만 솔직히 쉽지 않다. 그나마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회용 컵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정도다.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노력이 함께 실행돼야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달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였다.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 결정에 실망스럽기만 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얼마나 될까.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과연 이 지구에 희망은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 일상화된 재난에 익숙하다 못해 무덤덤하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렵다. 지구 위기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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