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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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일터에서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이 있다. 매일같이 일터에서 누군가가 죽는다. 이들의 죽음에 대해 우리가 알게 되는 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다소 무거운 주제 때문에 처음부터 참혹함과 안타까움을 심정을 어찌할 수 없었다.


​크고 작은 재난 현장을 취재하던 저자는 노동 분야를 담당하게 되면서 더 이상 누구도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일터에서 죽음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나 역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노동자가 싸우는 현장은 잘 알지 못했다. 사무실이나 연구실의 책상 앞에서만 있던 내게 현장의 모습은 낯설었고 마치 전쟁터처럼 보였다. 위험 요소가 많은 곳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죽음에 의문이 들었다. 사고가 일어나면 같은 사고가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왜 방치할까. 저자가 말한 산재의 유형을 살펴보니 그 의문이 풀렸다. 노동자의 안전이 생산과 효율에 밀렸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사고를 노동자의 과실로 돌린다. 개인의 안전 인식을 문제 삼거나, 처벌에만 집중한 나머지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하고, 노동자의 안전이나 설비 개량 대신 생산량을 강요하는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일터에서의 죽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산재로 희생된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떠난 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생업을 포기한 채 사고 관련 자료를 찾아내고 산재의 위험성을 알려야 하는 현실이다. 평택항 이선호 씨의 사고는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터에서는 여전히 이름 없는 죽음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일터의 죽음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 22-23
산업안전보건법 보니깐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놨어요. 근데 사업주들이 왜 법대로 안 하냐고. 왜 법대로 안 해서 사람을 이렇게 만드느냐는 말이에요. 사람 하나 죽어도 벌금이 500만 원밖에 안되잖아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 만들어 놓은 거 경영자들 사업 위축된다고 손본다던데, 가진 놈 돈 더 벌게 하려면 흙수저 애들 다치고 죽어도 된다는 말입니까.


p. 293-294
재해를 안다는 것은 그 진상을 규명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떠나간 이들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마음 깊이 추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온몸을 쭈뼛 세워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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