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절대적인 남성 권력 사회에서 예쁘고 똑똑한 여자의 생존 전략.

(좀 길게 말하면)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비로소 [햄릿]이 이해된다.
고등학생 시절 [햄릿]을 읽었을 때,
도대체 이 책을 왜 불후의 명작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랬구나. [햄릿]은 남성들의 권력 투쟁을 표현한 작품이었구나.
남성 권력 사회에서
권력은 같은 항렬 사이뿐 아니라 세대 간에도 쟁탈의 대상이 된다.
권력을 쥔 승자는 여러 가지 전리품을 취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예쁜 여자’다.
그런데 ‘예쁜 여자’가 전리품 위치(언제 버려질지 모르는)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존을 도모하다 보면 얻게 되는 이름이 ‘팜므 파탈(femme fatal)’이다.

남성들 간의 권력 투쟁이 비극으로 끝날 경우
경쟁 당사자인 남성들의 선택은 숭고한 것이 되고
(사랑을 지키고자 죽는다는 둥, ‘황제’라는 죄 많은 호칭을 거부한다는 둥)
파멸의 원인은 흔히 팜므 파탈에게 돌려지는데
(남자가 망하는 건 다 여자 잘못 만난 탓이라나),
팜므 파탈이 나쁘다는 걸 더 분명히 드러내려면
정반대되는 여성상이 하나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순결한 오필리아’ 아니겠는가.
자신을 강간한 남자도 지고지순하게 사랑해버리는 여자.

[햄릿]의 구도를 빌려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인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다 중국의 것을 소재로 했는데도
왠지 서양풍으로 느껴졌다.
‘민요’라는 처녀사공의 노래도 현대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 같고,
배경이 되는 궁궐의 여러 장소도
중국 전통의 것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했다고 할까.
왕자 우루안이 숲에서 가무에 몰두하는 장소도
마치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원형극장 느낌이 난다.



[햄릿]을 이해하게 해준 것은 고맙다만,
사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뻔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지 않아서
감동은 전혀 없었다.
요 몇 년 사이 보는 중국 영화가 다 그렇다.
화면은 기막히게 아름답지만(정말 예술이다)
그뿐, 이야기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한다.

아무튼 장쯔이는 무지하게 예쁘고,



형을 죽이고 형수와 결혼한 새 황제 역할을 한 이 배우(갈우葛優, You Ge)도 볼수록 멋지다.



야연 (夜宴: The Night Banquet, 2006)
감독 : 펑샤오강(馮小剛, Xiaogang Feng)
출연 : 장쯔이(章子怡, Ziyi Zhang), 다니엘 우(吳彦祖, Daniel Wu), 갈우(葛優, You Ge), 저우쉰(周迅, Xun Z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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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0-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왜 요즘 중국 영화들은 멋진 화면 만들기에만 열중하고 있나 몰라요.

가랑비 2006-10-1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요 마자요. 쏟아져 들어오는 자본을 티낼 데가 그것밖에 없어설까요?

BRINY 2006-10-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어쨋든 멋졌습니다. 전 음악에도 반했어요~

가랑비 2006-10-1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멋지긴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