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程

인가에 들었다
밤이 다하기 전에
길쌈의 여인네 알콜의 사내들도
새벽 이슬로 눈붙일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사는군
좀 더 가깝게 껴안는 법
좀 더 따뜻하게 가슴을
열어 보이는 법
다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충분히
쉬었다 가야지
마른 자리를 보아주고
내일은 편자를 다시
두드려 박아야겠어
내일은 좀 더
많이 가야 해

어둠의 갈피를 잡으며
얼핏 헛발
소등

그렇군
착하고 편안한 일꾼들이
밤참을 드는 게 보이는군
낮게 매복하고 기다리는
세월의 火器도 어른거리는군
잘 자요
끝 간 데 없이 늘어선 나무들의
고단함이예요.

- 원재길, 『지금 눈물을 묻고 있는 자들』, 문학과비평사, 1988 

 산 자들을 위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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