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M의 성생활 | 원제 La Vie Sexuelle de Catherine M. 

카트린 밀레 Catherine Millet, 2001 (지은이), 이세욱 (옮긴이) | 열린책들
출간일 : 2001-12-20(초판 1쇄), 2003-2-20(초판 5쇄)
ISBN(13) : 9788932904634
양장본| 334쪽| 196*126mm

전에 마냐님이 방출한, 아마 2003년에 아담한 양장본(이른바 열린책들 판형)으로
재출간된 책을 받아 가지고 있었는데, 작년 4월에 헌책방 온고당에서
양장본 아닌 초판본(신국판)을 동료에게서 선물받았다.
동료 왈, 이 책을 읽고 성해방을 이루라고. -.-
그래서 같은 책을 두 권 가지게 된 셈인데,
지난해 말, 올 초에 걸쳐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아버지(남자)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여자 이야기가 읽고 싶어서 펴 들었다.

20대까지 성관계를 매우 두려워했고, 마흔이 다 되도록
성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던 나에게
꽤 필요한 책이었다. 인간행동의 하나로, 거리를 두고
담담히 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자유의사로, 서로 배려하면서 하는 일이라면,
그게 항문섹스든 그룹섹스든 스와핑이든 각자의 취향일 뿐이다.
금기는 무지의 소산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게 실제로 무엇인지도 모르고, 모르기에 두려워 피하는.
성관계의 자세나 방법을 상상할 때 매우 흥미롭기도 했지만
줄창 섹스 이야기만 나와서, 나중에는 좀 지겨워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불특정 다수와 맺는 ‘자유분방한 관계’보다는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좀더 ‘충실한 관계’가 더 좋다.

카트린 M과 나의 공통점을 두 가지 발견했는데, 하나는 공간에 대한 집착이다.
카트린과 애인 자크(나중에 남편이 된다)는 사랑하여 함께 살게 된 뒤에도
서로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겼지만,
“우리의 추억이 서린 친근한 풍경 속에”(109쪽)
다른 여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느끼면 격심한 고통을 느낀다.
“우리의 살이 닿은 물건이나 우리가 내밀한 목적으로 사용했던 물건은 어느 것이나 확장된 우리 몸의 일부이며 감각 능력이 있는 보철 기구 같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없을 때에 그의 살이 닿은 물건을 만지는 것은 간접적으로 그 사람을 침해하는 것이다.”(232-233쪽)

그리고 편집자로서 취하는 자세도 비슷한 것 같다.
“나에게는 도달해야 할 목표가 없다. 있다면 남들이 나에게 부여한 목표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단 목표가 주어지면, 나는 대단히 성실하고 끈기 있게 그것을 추구한다. ......
나는 편집부에서 내가 하는 역할을 항구가 어디 있는지 아는 안내자로 생각하기보다는 레일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기관사와 같다고 느낀다. 나는 섹스도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했다. 나는 어떤 고정관념에 매여 있지 않았고,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도달해야 할 이상을 설정하지 않았다.”(41쪽)

하지만 나는, 사랑에서는 어떤 ‘이상’을 설정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리고 가끔 부당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비슷하다.
“부당함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 부당함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부당성에 대한 몰이해라고 정의한 그런 상태에 빠지게 되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부당하다는 느낌조차 갖지 못한다.”(106쪽)

여기 적은 쪽수는 모두 양장본의 것이다. 양장본 표지의 M자를 보면,
사람이 손바닥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가 연상된다.
카트린 M이 섹스할 때 즐겨 취하는 자세다. ^^

아무튼 마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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