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31일 헌책방 ‘숨어 있는 책’에서 [우묵배미의 사랑]을 발견하고, 샀답니다.
지난 10월 말 늦게 떠나는 휴갓길에 읽으려고 챙기면서 생각해 보니, 이 책은 왕룽일가 연작 2권이잖아요. 그래서 1권인 [왕룽일가]를 사려고 눈에 띄는 서점마다 들어가 보았는데, 오래된 책이라 찾기 어렵겠다 싶긴 했지만, 정말 한 군데도 없더군요. 결국 휴가에서 돌아와 도서관에서 빌려 있던 중에 인터넷으로 고래서점이란 헌책방에서 [왕룽일가]를 살 수 있었어요.

[왕룽일가]에는 <왕룽一家> <오란의 딸> <지옥에서 보낸 한철>로 이루어진 왕룽일가 연작과 <지상의 방 한 칸>이란 중편이 실려 있습니다.

[우묵배미의 사랑]에는 <우묵배미의 사랑> <후투티 목장의 여름> <은실네 바람났네>가 실렸고, 끝에 “2부를 끝내면서”란 제목으로  왕룽일가-우묵배미 연작을 마무리하는 작가의 글이 달렸어요.

사람이 사람과 보대끼고 복닥거리며 사는 이야기... 매일매일의 삶이 구불거리는 가락에 장단 맞추다가 때로는 피식 웃기도 하고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짠한 마음에 주먹을 꼭 쥐어 보게도 되는... 그런 것이 ‘이야기’를 읽는 맛이겠지요. 하지만 역시 ‘남자’의 이야기에는 벽이 느껴져요.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 듣다 보면 안 불쌍한 인간이 없잖아요? 남자들의 푸념은 자, 이 나쁜 놈도 가련한 인간이야, 하며 면죄부를 청하려는 것 같아요. 아, 나쁜 년 이야기도 마찬가지인가?

하지만 필용 씨(왕룽)의 아내, 그리고 왕룽의 며느리인 불광동 새댁, 오란의 딸 미애, 주막집 은실네, 그리고 <우묵배미의 사랑>에 나오는 공례의 꿈은, 사랑은, 욕망은, 작가인 ‘나’나 배일도의 눈과 귀를 거쳐 투영되거나, 남자들이 찧어 대는 입방아를 통해 암시되지요. 아무리 발랄하고 거침없는 미애라도, 자기 입으로 자기 존재를 주장하지 못해요. <우묵배미의 사랑>에선 '나'와 남주인공인 배일도, 그의 처도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공례는 배일도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일 뿐이에요. 아마 그런 것은 작가의 깜냥 밖에 있을 테고,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여기면서도 이 재미있는 소설을 기꺼이 온전히 좋아하지는 못하네요.

<우묵배미의 사랑>은 2년 전쯤의 나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바람둥이 유부남과 순진한 유부녀의 사랑 이야기에 코웃음을 치며, 공례를 어리석다 여기고 안타까워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다 생각되고, “아무 소용 없어요. 마음이란...... 식으면 그뿐이데요?”라는 말에 담긴 애증과 원망에 가슴 저릿합니다.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된다면,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 다른 사람을 버리는 일이라면, 어찌해야 할까요.



[왕룽일가] 뒤표지의 작가 박영한 사진. 멋있어요. ^^
[우묵배미의 사랑] 뒤표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왕룽일가]  본문 맨 뒤편의 판권 면. 인지 붙어 있었을 자리가 찢겨져 나갔네요. [우묵배미의 사랑]에는 인지가 제대로 붙어 있습니다. 요즘 책에는 인지를 보기 어렵지요.



왕룽一家 | 박영한 지음 | 1988년 2월 15일 초판 인쇄, 1988년 9월 15일 중판 발행 | 민음사 | 3500원

우묵배미의 사랑-왕룽一家 2 | 박영한 지음 | 1989년 7월 10일 초판 펴냄, 1989년 7월 20일 3쇄 펴냄 | 민음사 |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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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1 1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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