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개 | 원제 藏獒 zàngáo (2005)
양쯔쥔(楊志軍/杨志军 yáng zhì jūn)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출간일 : 2007-06-04 | ISBN(13) : 9788995953105  
반양장본 | 677쪽 | 219*147mm
정가 : 14,000원

2007년 8월 말부터 9월에 걸쳐 읽었다. 읽는 동안, 사자개와 함께 티베트 초원을 달렸다.

유목민은 생선 먹는 것을 기피하는 풍습이 있다는 이야기를 이희수 교수에게 듣고, 그 까닭이 무엇일까 궁금했더랬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을 얻었다. 불교를 믿는 티베트 유목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되도록 살생을 덜하기 위해서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유목민이 사는 초원에는 곡식이나 채소가 적기 때문에 그들은 살생을 해서(키우는 가축을 잡아 죽여서) 먹고살 수밖에 없는데, 이왕이면 소나 양 같은 큰 짐승을 잡아야 한 번의 살생으로 여러 사람이 여러 날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소나 양은 그 가죽이나 털을 온전히 재활용할 수 있다. 한 번의 살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강의 물고기는 작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먹으려면 여러 마리를 잡아야 하고, 오래 보관하기도 어렵고, 껍질이나 뼈는 그 쓸모가 거의 없다.

종교적으로는 이렇게 설명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천장(天葬 : 시신을 독수리가 뜯어먹도록 하는 것)이나 수장(水葬 : 시신을 강에 던져 물고기가 뜯어먹도록 함)을 한다. 물고기는 사람 영혼을 실어 나르는 사자이니, 잡아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티베트 유목민의 삶은 만물, 그 만물에 깃든 신과 함께하며, 그 만물과 신 앞에서 두려워하며 삼가는 삶이구나, 싶어, 감동했다.

중국의 침공이 티베트 사람들을 갈라놓고,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 원한 때문에 초원 사람들의 공정한 심성과 사자개의 고귀한 품성까지 복수에 동원되고,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사자개 깡르썬거와 한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그 복수를 피해 가는 이야기가 장장 670여 쪽에 걸쳐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웬만한 소설 두세 권 분량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지만, 사자개들끼리 물어뜯고 싸우는 장면은 읽기 괴로웠다. 마치 활극영화처럼 그런 ‘박진감’ 있는 장면이 주기적으로 되풀이 등장하는데,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이 힘들다.

얼마 전 회사 동료가 심리 테스트라며, 다음 생에 동물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으냐고 물었다. 첫 번째는 꽃밭을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 두 번째는 집안 식구처럼 사랑받는 소, 세 번째는 개가 떠올랐는데 그냥 개라고 하기 싫어 자존심 높은 사자개라고 대답했다. 첫 번째로 대답한 동물은 ‘그렇게 되고 싶은 나’, 두 번째 동물은 ‘남들 눈에 보이는 나’, 세 번째는 ‘실제의 나’란다. 설마, 감히 내가.

송귀인(送鬼人) 다츠의 죽음을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 마음이 병들어 순박한 사자개 한 마리를 괴물로 키워냈다고 해도. 맨발 소년 빠어추쭈의 삶은 인간 승리.^^ "꽃 같은 선녀"라는 뜻인 메이둬라무의 역할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은 남성 중심적이다.

그리고 인간들이 그토록 사자개를 찬미하는 것은, 사자개가 무엇보다 주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며 인간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니, 인간의 이기심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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