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진 수다 한 판.
술술 잘 읽히지만 아프리카의 ‘현재’를 알지 못하는 탓인지,
‘아, 참 좋다’ ‘진짜 재미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앞부분은 좋았다.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가 생겼을 때
교회와 보수적인 족속이 들고일어난 이야기,
그 일에 반응한 농업 상업 중소기업부 장관 루키아의 연설과
이를 질투한 대통령 겸 군대 총사령관의 연설 대필자들 이야기는
신명 나는 놀이판의 광대가 들려주는 풍자 겸 객소리 같다.
그러나 중반 이후 소설 속 화자는 예순이 넘도록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듯,
자기 인생과 문학과 세상과 어머니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아,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지.
자기는 추운 나라에서 겨울을 맞은, 가엾은 오리 꼴이라는 말인지.
술집이 배경인데 읽으면서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다니,
나는 이 소설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다.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Verre Cassé, 2005)
알랭 마방쿠(Alain Mabanckou) 지음 | 이세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04월 02일 | 247쪽 | A5 | 정가 : 9,000원
ISBN 9788925507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