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서부지법은 이랜드리테일(대표자 오상흔)이 낸 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하였다. 보통의 가처분 결정과는 달리, 가처분 결정문이 무려 30장에 이른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지금까지 이랜드와 노동조합 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적은 것이다.

이 결정문에 따르면(1. 소명사실 부분),  

- 이랜드는, 까르프와 까르푸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18개월 이상인 노동자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음을 알고, 까르푸를 인수하였다.

- 이랜드노조가 이랜드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이랜드는 개별교섭방식만을 고집하며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노조가 통일교섭방식에서 잠정적으로 개별교섭방식을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이랜드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랜드는, 이랜드노조에 공문을 보내면서, 까르푸노조를 수신인으로 하였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은 이낸드노조로 명칭을 사용할 것을 이랜드에 통보하였다.

- 이랜드는, 노동조합 활동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교섭의사가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였다.

- 이랜드는, 단체교섭에 대표이사가 불참하고 교섭대표자가 위임장을 제출하지 못했으며, 위 조합원 1명에 대해 자격 다툼을 하였고, 임금에 관한 노조의 논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 이랜드는, 위 조합원 1명 때문에 임금인상요구안 제출안 수령을 거절하였다.

- 이랜드는, 이랜드노조 조합원 중 1명의 교섭위원 자격을 시비걸며 교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그와 같은 행위는, 노동조합의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불법행위(부당노동행위)이므로 그런 행위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 이랜드노조는, 실질적인 교섭을 위해 위 조합원 1명을 교섭위원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하였다.

- 그럼에도, 이랜드는 단체교섭에서 손익계산서 1쪽만을 제출하는 등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이 요구한 감사보고서, 급여테이블 등은 제공하지 ?았다.

- 이랜드는, 노조의 요구에 검토내용만을 제시하고 이랜드의 임금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 이랜드는, 비정규직 3000명 중 521명을 직무급제, 즉 기존 정규직과 상여금 및 임금체계를 달리하는, 그러나 기존 비정규직이 하는 업무를 그대로 하는, 그런 직무로 신규채용하였다. 그러나, 위 단체협약에 반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였다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라는 판정과 원직복직 명령을 받았고,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전인 4월부터 6월까지 18개월 이상된 계약직 15명을 해고하였고, 1월부터 5월까지 350명을 계약해지하였다.

- 이랜드노조는 위 직무급제는 비정규직법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사태에 대해 임금협상과 함께 단체교섭을 하자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랜드는, 그 표섭을 거부하였다. 통일교섭에서 개별교섭으로 노조가 태도를 바꾸었으나, 이랜드는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 위와 같이 단체교섭이 진행되다가 노동조합이 파업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랜드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는 등 법에 정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

 

긴 결정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데(주문 및 판단 부분),

 

이랜드노조의 파업은, 그 주체, 목적, 시기, 절차의 측면에서 정당하다. 다만, 그 방법은 정당성을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파업은, 사업장 시설의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대형할인매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업매장 등에 대해서는 점거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 외 시설에 대해서 일정한 제한을 하기로 하되, 다음과 같이 결정하기로 한다.

1. 영업매장, 영업관리사무실, 삼품검품장 등의 점거

2. 실내 및 실외 고객주차장, 영업부대시설 등에서의, 폭력이나 파괴형태의 시위나 농성

3.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 방법 이외의 방법에 의한 피켓팅 행위 

4. 모든 장소에서의 폭력이나 파괴행위. 끝.

 
그런데, 내가 이 결정문을 모두 읽으면서, 이랜드가 서울지방청 서부지청, 중앙노동위원회의 권위 있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랜드노조를 까르푸노조라고 칭하고, 과장급 직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등 단체교섭을 성실히 응하지 않은 점, 이에 반해 노조는 다툼이 있는 직원을 교섭에서 배제하고 교섭 방식을 변경하는 등 성실히 교섭에 응하고 있는 점(다만, 노조의 태도도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법원의 이런 지적은 이랜드노조도 보다 적극적인 교섭으로 해결책 찾기에 나서라는 촉구성 지적으로 느껴진다), 이랜드와 이랜드노조에 소송비용을 1/2씩 부담하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은 특별할 것도 없는, 즉 법전에나 담겨 있는 가처분 결정을 하였고(그런데, 위와 같은 결론은, 노동현장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결정문으로 취급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흔히 누구나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송비용을 똑같이 분담하도록 하였고, 아주 길게 사실관계를 언급하면서 이랜드의 교섭 태도를 적절히 지적한 점에 비추어, 사실상 이랜드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평가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법원이 사실상 이랜드노조의 파업을 금지시킨 것과 같다는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랜드노조는, 일상적인 조합활동은 물론, 주체, 절차, 목적, 시기 등에서 정당한 파업을 계속하면 되는 것이고, 위와 같은 결론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직장점거가 위법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직장의 물적 시설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그 결론을 찾자면, 난 그렇다)

출처 : http://blog.daum.net/cyseok71/10765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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